반포·타워팰리스 360가구 사라졌다…공급 발목 잡는 종부세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2026. 8. 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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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공사 현장. 건립 가구수가 당초 계획보다 6개동 328가구 줄었다. 사진 현대건설

서울 올림픽대로를 타고 동작대교와 잠수교 사이를 지나다 보면 타워크레인이 즐비한 대규모 아파트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옛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구역 이름) 재건축 현장이다. 기존 5층 80개 동 2120가구를 허물고 ‘디에이치 클래스트’ 간판을 다는 최고 35층 50개 동 5007가구를 짓는다. 공사는 절반쯤 진행돼 15~16층까지 골조를 올렸다. 준공은 내년 말이다.

그런데 당초 재건축 계획은 56개 동 5335가구였다. 소규모 단지 하나에 해당하는 6개 동 328가구가 사라졌다. 사업부지가 줄거나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건축연면적 비율)이 낮아져서가 아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 때문이다.

이 단지에 많던 대형 주택형 소유자 상당수는 집을 쪼개 두 채를 받을 생각이었다. ‘1+1 분양’이다. 문재인 정부가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를 도입하자 세금 급증을 우려한 소유자들이 1+1을 포기하고 큰 평형을 택했다. 그만큼 주택 수가 줄었다. 건축 규제가 아니라 세금이 주택공급의 발목을 잡았다.


큰 집 하나로 두 채 짓는다

1+1 분양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한 채만 받는 원칙의 예외다. 기존 주택 평가금액이나 전용면적 범위 안에서 두 채를 받을 수 있다. 추가로 받는 주택은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이어야 한다. 소형은 준공 1~2년 뒤 이뤄지는 이전고시(소유권 확정 절차)부터 3년간 팔지 못한다. 기존 주택 평가금액이 20억원이면 12억원짜리 한 채와 전용 60㎡ 이하 8억원짜리 한 채로 나눌 수 있다. 기존 전용 150㎡를 전용 85㎡와 60㎡로 받아도 된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대형 지분 소유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려고 도입했다.

반응은 좋았다. 재건축에선 전용 120㎡ 이상 대형 아파트, 재개발에선 평가금액이 많이 나오는 다가구주택과 대지가 넓은 단독주택 소유자가 선호했다. 반포주공1단지는 2018년 관리처분계획(분양계획) 인가를 받을 때 조합원 2300여 명 중 절반가량이 1+1을 원했다.


종부세·양도세 다주택자 중과로 세금 급증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시들해졌다. 문 정부는 2019년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를 시행했다. 1주택자와 같던 2주택자 세율이 2019년 1.2~1.3배로 높아지더니 2021년부터 2배로 벌어졌다.

이우진 세무사는 “1주택자와 기본공제금액이 차이 나는 데다 세율까지 확 오르자 1+1을 선택한 조합원들이 세금을 감당할 자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인근 새 아파트 공시가격으로 추정하면 전용 84㎡+59㎡ 2주택자와 같은 가격 1주택자의 종부세 차이가 2018년 300만원 정도에서 2021년 9000만원으로 벌어졌다. 고령자·장기보유 1주택자가 최대 80%를 감면받는 세액공제까지 더하면 격차는 더 컸다.

3~4년간 전매제한 기간 동안 종부세 부담을 버텨내고 이후에 팔더라도 이번엔 양도세가 큰 부담이다. 문 정부는 양도세도 다주택자 중과를 시행해 2주택자에 20%포인트 가산세율이 붙었다.

2018년 1+1을 희망한 1200여 명 중 600명가량이 신청을 철회하고 큰 평형으로 돌아섰다. 건립 가구 수가 줄어든 이유다. 바로 옆에 2024년 준공한 래미안원펜타스(옛 신반포15차)도 같은 이유로 건립 가구 수가 673가구에서 641가구로 32가구 줄었다. 이 단지는 전용 122~181㎡로 모든 가구가 1+1 신청이 가능했다.

시들해진 1+1 인기는 윤석열 정부에서 온기를 되찾는 듯했다. 종부세 2주택자 중과가 폐지돼 1주택자와 세율 차이가 없어졌고 양도세 중과도 풀렸다. 1+1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어나 서울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노량진1구역은 지난 4월 관리처분계획에서 조합원 900여 명 중 절반 정도인 500명가량이 1+1을 선택했다.

김지윤 기자

종부세 차이, 200만→3600만원

하지만 걷힌 줄 알았던 먹구름이 다시 몰려온다. 정부의 8·3 세제개편안에 따라 2028년부터 1주택자와 2주택자의 종부세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세율은 같지만 공시가격 중 과세 금액을 계산하는 데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의 경우 2주택자가 80%로 1주택자보다 10%포인트 더 높다.

현재 3억원인 기본공제금액 차이가 5억원을 넘어선다. 1주택자 기본공제금액이 14억원으로 올라가는 반면 2주택자는 현재 9억원에서 사실상 내려간다. 2주택자 기본공제금액 산식이 ‘4억원+5억원×(거주주택 공시가격÷주택 공시가격 합계액)’이어서다. 1+1으로 받은 두 주택의 공시가격이 20억원과 10억원이면 기본공제금액은 7억3333만원이다. 1주택자와 차이가 6억6667만원이다.

1+1 분양을 포기하지 않았다가 세금 부담 걱정을 좀 덜었나 싶었던 래미안원펜타스 1+1 분양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8월 이전고시가 이뤄져 2028년 8월까지 소형을 팔지 못한다. 2028년부터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고 양도세도 중과된다. 전용 151㎡ 1주택자와 전용 84㎡+59㎡ 1+1 분양자의 종부세는 올해 3340만원과 3560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공시가격이 올해와 같다고 가정하면 2028년엔 각각 6620만원과 1억250만원이 된다. 1+1 분양자 세금이 3600만원가량 더 많다.

사실상 종부세 2주택자 중과가 되살아나면서 1+1 분양은 외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택지가 부족한 도심에서 한 가구라도 더 지을 수 있는 수단이 사장되는 셈이다.

재건축이 활발한 압구정·목동·분당에는 대형 주택이 적지 않다. 1+1 분양을 살리면 공급량을 더 늘릴 수 있다. 압구정동 1만여 가구 중 전용 59㎡ 두 채를 받을 수 있는 전용 120㎡ 이상이 절반에 가까운 4800여 가구다. 이 중 절반이 1+1을 신청하면 땅을 넓히거나 용적률을 높이지 않고도 앉은 자리에서 2500가구가량을 더 지을 수 있다. 분당 재건축 선도지구 1만2000여가구 중 4500가구 정도, 목동에선 3100여가구가 전용 120㎡ 이상이다. 가구원 수가 적은데 넓은 집을 쓰는 것은 공간 낭비이기도 하다.

1+1 분양에 적용되는 세제를 완화하거나 3년 전매제한을 풀면 1+1 분양이 다시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재개발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데 '효자'가 될 수 있다.

[2013-02-05-도곡동] 강남통신 용 사진, 도곡동 타워팰리스 / 김도훈

타워팰리스 합병으로 5가구 사라져

재건축 단지는 아니지만 1+1으로 받은 두 채를 한 채로 합치는 아파트도 있다.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다. 이 단지는 당초 전용 300㎡가 넘는 ‘수퍼펜트하우스’를 지으려 했다. 하지만 주택 크기를 전용 297㎡ 이하로 제한한 규정에 걸려 전용 222㎡와 79㎡로 쪼개 지었다. 대형 30가구가 전용 222㎡ 30가구와 79㎡ 30가구, 모두 60가구가 됐다. 55층 이상 최상층부다. 대부분 한 사람이 두 집을 분양받아 사이 벽 일부를 터 사실상 한 집으로 썼다.

김영희 디자이너


1+1 분양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가 급등하자 일부가 두 집을 한 집으로 합쳤다. 등기부등본에서 작은 집을 없애 큰 집에 합치는 방식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소유자가 같고 구조상 한 집으로 쓰는 데 문제가 없으면 합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유자가 같아 취득세가 들지 않아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2020~2023년 10가구가 5가구로 합쳐져 각각 전용 301㎡가 됐다. 79㎡ 5가구가 사라져 그만큼 주택 수가 줄었다.

합병 바람은 2주택자 중과가 없어진 윤석열 정부에서 가라앉았는데 다시 불 수 있다. 전용 222㎡+79㎡와 301㎡의 종부세는 올해 4770만원과 4570만원으로 200만원 차이다. 공시가격이 같다고 보면 2028년엔 1억4070만원과 9700만원으로 4400만원가량 벌어진다. 1주택자는 한도가 600만원이긴 해도 세액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집 지을 땅을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공급과 세제가 엇박자를 내는 사이 물량이 새어 나간다. 공급 물통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새는 구멍을 막는 일이 급하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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