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지스타(G-STAR)가 달라졌어요
필자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G-STAR(Game Show & Trade, All-Round, 이하 지스타) 게임쇼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전신인 대한민국게임대전(KAMEX)도 초기 한두 번을 제외하곤 전부 참석했다.
이는 게임 전문기자라는 직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스타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쇼이고 한국 게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행사이기 때문에 한국 게임업계를 가늠하기 위해 매년 참석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20년 가까이 지스타를 지켜봤다'라는 입장을 애써 글 서두에 얹은 이유는, 그만큼 올해 지스타 2023이 특별하게 다가왔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지스타 2023. 사실 올해도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매년 그랬듯이 적당히 차려진 밥상을 예상했고, 적당히 식상한 음식을 수저를 들어 퍼먹으면 될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지스타 게임쇼가 보여준 결과물이 늘 그랬다. 참가하는 게임사도 매년 똑같았고, 게임의 장르나 플랫폼도 늘 비슷했기에 '그나물에 그밥', '도찐개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매년 지스타에 대해 '식상하다', '볼 게 없었다'는 지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것이 지스타의 현주소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올해 열린 지스타 2023은 달랐다. 확연히 볼 게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두근거림이 우러나오는 게임들도 여럿 있었다.
변화의 기점은 사실 지스타 2023이 아닌 '2023 게임대상'에서부터 시작됐다. 매년 어떤 게임이 수상하든 기대감이 없던 그동안의 게임대상이 아니라, 올해는 어떤 게임이 받을지 진심으로 궁금함이 드는 해였다.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승리의 여신: 니케', '나이트 크로우' 등 각기 다른 장르와 플랫폼에서 확고한 실적을 낸 4개의 게임들이 격돌했고, 게임의 다양성, 실적, 명분 모든 것이 갖춰진 게임들이 대상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은 너무 바람직해서 오히려 이질적이라고 느껴졌다.
사람들 또한 대상을 받은 'P의 거짓'에도, 최우수상을 받은 '데이브 더 다이버'에도, 우수상을 받은 '승리의 여신: 니케'와 '나이트 크로우'에도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시작된 지스타 2023, 가장 먼저 자극을 준 것은 '로스트아크 모바일'이었다. 모바일의 한계를 극복한 듯한 스토리 연출과 언리얼 5 최적화 결과물이 필자를 맞이했다. 예상 이상의 결과물을 체감하면서 지난 2018년에 PC 버전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그와 함께 이제서야 진정한 멀티 플랫폼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인지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7년만에 지스타를 찾은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LLL', 'BSS', 그리고 '배틀크러쉬'. 3개 게임은 그동안 엔씨소프트가 보여준 출시 공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게임에 대한 평가를 떠나 적어도 엔씨소프트가 제시한 미래가 '리니지' 식 MMORPG가 아닌 것은 분명해보였다.
반대로 고개를 돌려보자 위메이드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와 '판타스틱 4 베이스볼'이 보였다. 이미 '나이트 크로우'로 대박 행진을 내고 있는 위메이드는 언리얼엔진 5 기술을 활용해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선보이며 3N과 비견되는 게임사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나아가 옆에 있는 크래프톤에서는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또 다른 출품작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가 높은 완성도로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넷마블에서 내놓은 '일곱 개의 대죄:오리진', SF MMORPG 'RF 온라인', 서브컬처 기반의 수집형 RPG '데미스 리본' 등에도 시선이 쏠렸다.
또 밖에 나가보니 세가의 '소닉' 최신작과 반다이남코의 '철권 8'이 가열차게 가동되고 있었고, 제2 전시관으로 내려가자 파우 게임즈와 쿠로 게임즈, 웹젠에서 내놓은 신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라비티에서도 무려 신작 26개를 내놓았는데, 그중 '스노우 브라더스 2 스페셜' 같은 킬러 타이틀도 시연되어 주목을 받았다.
사실상 외형이나 부스 크기, 참가 업체들을 보면 이번 지스타 2023은 이전 지스타 게임쇼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지스타 2023에서 두드러졌던 차이점은 게임의 '질적 완성도'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이 우러나온다는 점이었다.
메인 게임사들이 주력으로 내놓은 게임들은 저절로 시선이 갈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었고, 무엇보다 과거처럼 영상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플레이가 가능하게 꾸며져 더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었다. 또 대부분의 게임이 PC와 모바일, 혹은 콘솔 플랫폼을 넘나들면서 통합 플랫폼 구축을 공고히 했고, 또 해외에서 기 출시됐던 여러 장르들을 업그레이드한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글로벌 시장에도 어필하는 모습이었다.
확률형 아이템을 추종하며 RPG를 복사 붙여넣기 하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해외 콘솔 게임에서나 볼 수 있던 고퀄리티 그래픽과 스토리 연출을 보면서 '그래, 한국 게임사들이 게임을 못 만드는 게 아니었어. 이런 게임을 만들 필요가 없었던 거지'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면 오는 2024년에 국내 게임들의 글로벌 선전을 기대해도 될까. 올해도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와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높은 메타크리틱 점수와 함께 100만 장 단위의 판매고를 올려 국내 게임산업의 변화를 주도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2024년은 올해보다 더 장밋빛으로 그려도 좋지 않을까 싶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고 손이 즐거운 신작 게임들이 많았기에, 올해보다 더욱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타이틀이 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당장 엔씨소프트의 'TL'이 올해 말에 정식으로 출시되고, 시프트업에서도 내년에 트리플 A급 콘솔 액션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를 목표로 담금질에 한창이다. 넥슨에서도, 크래프톤에서도, 넷마블에서도 기라성 같은 작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러한 중견 게임사들이 2024년에 PC 스팀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스위치로도 두각을 나타내어, 해외 팬덤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나아가 스토브 인디에서 본 수많은 인디 게임들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점은 '천편일률적'이라며 평가절하됐던 국산 게임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지스타 2023은 국내 게임업계가 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게임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던 행사였다. 내년 지스타 2024도 이같은 변화가 이어지길 빌며, 높은 기대감 속에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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