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한국' 인정받고 싶은데... 고려인은 소비쿠폰 못 받는다네요"
[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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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7일 충남 당진시 합덕읍 도담도담 지역아동센터에서 고려인 동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우측 끝 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 |
| ⓒ 이재환 - 촬영 유재준 |
행정안전부 민생회복 소비쿠폰 FAQ에 따르면, 이번 지급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외국인은 제외되나 예외적으로 포함되는 이들이 있다. ① 외국인이 내국인이 1인 이상 포함된 주민등록표에 등재되어 있고, 국민과 동일한 건강보험(후납) 가입자, 피부양자, 의료급여 수급자인 경우나 ② 영주권자(F-5), 결혼이민자(F-6) 또는 난민인정자(F-2-4)가 '건강보험 가입자, 피부양자, 의료급여 수급자'인 경우가 그 대상이다. 즉, F-4(동포비자)는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소비쿠폰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F-4비자의 상당수는 고려인들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도내에 거주 중인 고려인 동포는 2024년 12월 기준 1만 3040명에 달한다. 전국 8만 2561명의 고려인 동포 중 15%가 충남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고려인 동포들 대부분이 소비쿠폰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일각에서는 고려인 동포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삼열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는 최근 <오마이뉴스>에 "고려인 동포들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포들의 경우 공장에서 밤 9시까지 일을 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고려인 동포들 사회와 단절이 되어 있고, 소통할 통로도 거의 없다"며 이들 고려인 동포들에 대한 취재를 요청했다.
일요일인 지난 27일 충남 당진시 합덕 청소년문화의집 내에 위치한 도담도담지역아동센터에서 당진시에 거주 중인 고려인 동포들을 만났다. 평일에도 밤늦게까지 일하는 이들 고려인들의 일정을 고려해 날짜를 일요일로 잡았다. 이날 현장에는 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이 함께했다. 당진시에는 700~1000명 정도의 고려인 동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적게는 1년에서 길게는 8년 정도 한국에서 생활했다. 통역 없이도 기본적인 의사소통 정도는 가능한 상태였다. 이들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온 고려인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동포비자(F-4)를 가지고 있었다. 출입국사무소에서 1년에 한번 씩 비자를 연장하고 있다.
"우리도 똑같이 세금 내는데... 소비쿠폰 꼭 받고 싶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가장 먼저 화두에 올랐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도 똑같이 세금도 내고 의료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을 내고 있다. 그런데 왜 소비쿠폰을 받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도 한국 사람과 다를 것 없이 살고 있다. 소비쿠폰을 받으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꼭 받고 싶다"라고 말했다.
A(카자흐스탄 출신)씨는 "아이가 둘이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면 아무래도 돈 들어갈 일이 많다. 태블릿도 필요하고 휴대전화도 사주어야 한다"라며 "주말에 수영장도 가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문화생활도 하고 싶다. 소비쿠폰 15만 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B씨(우즈베키스탄)씨도 "소비쿠폰을 받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소비쿠폰을 받지 못하는 것은 서운하다"라고 말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자녀 문제와 한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들의 소망은 한국에 정착해 그들의 자녀와 함께 고려인이 아닌 '한국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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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에 거주 중인 고려인들에게도 자녀의 미래가 가장 큰 고민 거리이다. |
| ⓒ 이재환 - 촬영 유재준 |
그러면서 "그래도 한국 생활이 좋다. 아들이 한국말도 잘하고 잘 적응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지금 전쟁 중이다. 아들이 18세가 되면 군에 입대해 전쟁터로 끌려가야 한다. 러시아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이다"라고 부연했다.
김학로 당진역사연구소장은 "5년 이상 한국에 거주하면서 한국 평균 GDP 이상의 월급을 받아야 영주권 취득 자격이 주어진다"면서 C씨가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당진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고려인들이 원하는 건 '내 나라 한국'을 인정받는 것"
A(카자흐스탄)씨도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한국에서 살아서 러시아어를 전혀 모른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한국에 계속 살아야 한다. 러시아로 돌아가면 우리 아이들이 러시아 생활에 적응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D(카자흐스탄) "한국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고향이다. 꼭 오고 싶었고, 와서 살고 싶었다. 요즘은 자동차 부품 공장에 다니고 있다. 당진에 공장이 많고 일거리가 많아서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일자리를 구했을 때 아이가 있어서 밤 10시까지는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안 되면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라며 "우리 딸은 아홉 살인데, 내가 퇴근할 때까지 집에 혼자 있어야 한다. 그나마 우리 딸은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 생활도 잘 적응하고 있다. 우리 아이 때문에라도 한국에 계속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D씨는 "고려인들의 음식은 한국과 비슷하다. 4월 5일(혹은 6일) 한식날 제사를 지내는 것도 똑같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한국어를 일부 사용했다. 문화적 차이도 크게 없다. 우리에게도 '눈치'라는 개념이 있다. 눈치가 없었다면 한국 생활에 적응해서 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이들은 한국에서 고려인이 아닌 한국사람으로 살고 싶은 소망을 숨기지 않았다.
관련해 김학로 소장은 "고려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가 크다. 하지만 이들이 일본이나 미국을 선택하지 않고 한국으로 오는 이유는 한국이 그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나라이기 때문"이리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대를 가지고 한국에 왔지만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고려인들이 원하는 것은 '내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을 인정받는 것이다. 이들의 한국 국적 취득 문제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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