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동차 실내에서 파인애플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르노가 자사의 수소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엠블렘을 통해 새로운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파인애플잎 섬유를 실내 마감재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과일이 아닌 산업 소재로서의 파인애플이 자동차 실내 디자인을 바꿔놓고 있다.
프랑스 완성차 브랜드 르노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포르비아는 파인애플잎 섬유를 활용한 도어트림과 대시보드 소재를 공동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술은 2024년 10월 공개된 엠블렘 콘셉트카에 적용됐으며, 단순한 쇼카가 아니라 실제 주행이 가능한 데모 차량으로 향후 양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 폭스바겐의 도전 있었다
친환경 대체재로 평가된다
이번 파인애플 섬유 실내 마감재는 과거 폭스바겐이 브라질 시장용 폭스 모델에 적용한 쿠라우아 식물 섬유의 활용과 유사한 방식이다. 쿠라우아 역시 파인애플과 같은 파인애플과 식물로, 이미 적용 사례가 존재한다. 르노와 포르비아는 이를 더욱 확장해 대시보드, 도어트림, 센터 콘솔 등 주요 부위에 적용했다. 이는 자동차 전체의 무게 감소는 물론, 제조 과정의 탄소 절감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혁신적 시도다.
포르비아는 전 세계 80개 이상 완성차 브랜드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글로벌 부품기업으로, 13,0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차량 중 2대 중 1대에는 포르비아 제품이 사용되고 있으며, 파인애플 섬유 기술 역시 기존 가죽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친환경 대체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파인애플 섬유는 농업 부산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소재로의 가치가 높다.
전동화 전략 이상의 의미
자동차 제조사의 소비자 전략
엠블렘은 전동화 전략 이상의 철학을 담은 프로젝트다. 르노는 해당 차량을 통해 차량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체 생애 주기 동안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90%까지 줄였다고 주장한다. 2019년식 르노 캡처와 비교한 결과로, 이는 단순한 파워트레인 변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다. 파워트레인, 경량화, 소재까지 모든 영역에서의 총체적 접근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수치다.
현재까지 엠블렘은 데모카의 형태로만 존재하지만, 르노와 포르비아는 이를 단순한 콘셉트카로 제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독특하다 못해 괴기스러울 정도의 디자인은 양산화 과정에서 다듬을 필요가 있겠다. 다만 신소재가 적용되었다는 사실로도 지속 가능성은 물론, 감성 품질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또한 파인애플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통해 소비자와의 새로운 소통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과 감성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흐름을 예고한 사례로도 해석된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하나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 공간은 이제 파인애플로 채워질 준비를 하고 있다. 르노 엠블렘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환경을 위한 선택도 이젠 스타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