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내 진동하는 죽음의 백제문화제 중단"

김병기 2024. 9. 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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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새뜸] 보철거시민행동, 12일 환경부 앞 '백제문화제 공주보 담수' 규탄 기자회견

[김병기 기자]

 보철거시민행동은 12일 세종시 환경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70회 백제문화제를 앞두고 추진하는 공주시의 공주보 수문 담수 계획을 규탄했다.
ⓒ 김병기
'김병기의 환경새뜸' 유튜브 현장중계 : https://www.youtube.com/live/uslg7s8NpBQ?si=yFc1sHi-y66oScI1

"공주 고마나루의 금빛 모래밭이 매년 백제 문화제 때문에 썩은 내가 진동하는 펄로 뒤덮이고 있다."(문성호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공동대표)

"농업용수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가뭄 때문에 공주보를 담수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더니, 백제문화제 때 유등을 띄운다고 공주보를 담수하려고 한다. 그런데 백제문화에 유등을 띄우는 문화가 있었나?"(이병우 공주농민회 사무국장)

12일 세종시 환경부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쏟아진 말이다. 이날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시민행동)은 오는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9일간 열리는 제70회 백제문화제를 앞두고 공주시가 추진하는 공주보 수문 담수 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주시는 그동안 백제문화제 때 유등을 띄운다는 이유로 공주보 수문을 닫아 물을 담수했었다. 하지만 한 달여간의 담수 기간 동안에도 직상류에 위치한 국가명승지인 고마나루 모래톱에 펄이 쌓여 환경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왔다. 이에 공주시가 참여한 '금강 보 운영민관협의체'는 2018년부터 수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백제문화제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시민행동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올해는 수문을 조작하지만, 2019년에는 낮아진 수위에 맞추어 연출을 준비한다."
"상시개방된 수위에 맞추어 문화제를 연출하겠다"
"공주보가 개방된 상태에서도 백제문화제가 개최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음"

시민행동은 "위의 내용은 2018년부터 공주시가 금강 보 운영민관협의체 등에서 회의 자료, 발언 등으로 약속한 것"이라면서 "2021년에는 환경부도 '공주시가 또 백제문화제 준비를 위해 수문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하였는데, 지난 해 요청을 수용할 때도 내년에는 공주보 수문이 개방된 상태로 행사계획을 수립하라고 했는데, 또 내려달라고 하니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2021년 공주보민관협의체 회의 자료
ⓒ 공주보민관협의체
이날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임도훈 시민행동 상황실장은 "공주시와 환경부가 짬짜미로 손을 잡고 계속해서 민간 합의를 어기면서 보 개방 상태 문화제 개최를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6년째인 올해도 공주보를 담수하려고 해서 이를 규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밝혔다.
 보철거시민행동은 12일 세종시 환경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70회 백제문화제를 앞두고 추진하는 공주시의 공주보 수문 담수 계획을 규탄했다. (문성호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 김병기
첫 발언자인 문성호 시민행동 공동대표(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백제의 찬란한 자연유산을 망가뜨리면서 백제문화제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라고 하는 공주시의 말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공주보 담수로 인해 수많은 생명들을 죽이고, 국가 명승지인 고마나루를 펄밭으로 만드는 공주보 담수를 환경부는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병우 공주농민회 사무국장은 "공주보가 생긴 이후에 우리는 물고기의 떼죽음을 목격했고, 녹조가 생기고 강바닥의 썩은 펄에서 붉은 깔따구가 기생하는 것을 보았다"면서 "농업용수로 사용하지도 않는 공주보 물을 농업용수라고 속이고, 백제문화가 유등문화인 것처럼 속이면서 거짓 행정을 하는 공주시와 이에 편승해서 수문을 닫아온 환경부는 환경파괴부"라고 비판했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금강을 죽이면서, 금강의 수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면서 축제를 열겠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공주보 수문을 닫으면 그 영향은 공주보 직상류인 고마나루뿐만 아니라 수달의 보금자리인 청벽도 잠기고 세종보 직하류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1급 어류인 흰수마자 서식처도 파괴된다"고 우려했다.
 공주보 상류 고마나루 모래톱이 펄밭이 됐다.
ⓒ 김병기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15일 공주보 상류 고마나루 앞에서 공주보 담수 중단을 촉구하며 7시간동안 물속에 들어가 수중 농성을 벌였다.
ⓒ 김병기
이날 기자회견문은 박은영 시민행동 집행위원장(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이 낭독했다. 시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유등과 시설물을 설치하는 일이, 시민합의를 묵살하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명승 고마나루를 처참하게 훼손하면서까지 해야만하는 백제 문화의 핵심인가"라고 반문한 뒤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공주보 수문을 닫으면 국가유산 명승지로 자랑하던 고마나루 모래사장은 악취나는 펄로 뒤덮이고, 멸종위기 1급 흰수마자와 같은 유수성 어종은 서식지를 잃게 된다. 이는 이미 2021년 환경부의 백제문화제 사후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발표됐다. 결과적으로, 백제문화제의 의미와 목적에도, 경제적 산술에도, 민주적 민관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에 있어서도 공주보 담수는 명분이 없다."

시민행동은 또 "2018년과 2019년, 2021년에는 금강 유역의 집중강우로 인해 행사장인 미르섬이 물에 잠기고, 백제문화제 부교와 유등 설치물들이 침수, 유실, 침몰됐다"면서 "대백제전으로 진행한 2023년에는 475년 웅진 천도를 기념한다면서 475척의 중소형 돛배와 160여점의 유등을 띄웠는데 예상치 못한 강우로 인해 100기를 채 남기지 못하고 모두 유실됐다"고 상기시켰다.

시민행동은 마지막으로 "공주시와 환경부, 윤석열 정부에 경고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국가 명승 고마나루 훼손,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하는 공주보 담수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민관협의체 합의 사항을 이행하라. 더 이상 시민, 국민과의 약속을 하찮게 여기며 안하무인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몸을 던져서라도, 패악한 정권에 끝까지 맞설 것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수문을 닫아건 공주보의 모습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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