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 트럼프vs'동맹 중시' 해리스…국제사회 주목
EU, '트럼프 복귀' 영향 주시
日 안팎서 "이시바·트럼프 마찰 우려"
中엔 누구든 '독 든 두 그릇'
볼튼 "트럼프 당선시 러勝·우크라敗"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지켜보는 세계 각국의 셈법이 복잡하다. 기존 동맹국들 입장에선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조를 이어받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정치적 안정성이 높다. 다른 한편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를 재설정하고 새로운 ‘케미’를 기대하고 있다. 각국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담팀' 꾸린 EU…日, 이시바와 트럼프 궁합 우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 8월 미국 대선 전담팀을 꾸렸다. 해리스 부통령 또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EU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준비하는 팀이다. 외신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완전한 연속성을 갖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EU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가 EU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우선시한다고 전했다.
EU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EU 수출품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종전 협상 조건에 동의하도록 강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탈퇴하거나,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 국가들을 위협한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최근 유럽에서 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과 친분을 과시하는 점도 EU 주요국 정부에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해리스 행정부의 대(對)유럽 외교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러시아와 대립 최전선에 있는 만큼 핵심 동맹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밝혔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탈퇴 주장을 비판했다. 해리스 행정부에서 외교 정책을 이끌 인사로는 필립 고든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유력하다. 그는 민주당 내에서 최고의 유럽·중동 전문가로 꼽힌다. 외신에 따르면 EU 고위관계자들은 고든 보좌관 등과 일찌감치 접촉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일 이시바 내각이 새로 들어섰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는 즉시 방미해 당선인과 조기 회담을 갖는다는 계획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일본을 인도 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국으로 여기는 바이든 정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엔 이시바 총리와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본 안팎에서 나온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또다시 요구할 수 있고, 무역 협정 재설정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보통’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일본 외교정책의 장래’라는 글을 기고했다. 기고문에서 미·일 안보 조약을 상호 방위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위대를 괌에 주둔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에 대해 자민당 내부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단번에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방위비를 증액을 요구하는 구실로 쓰일 수 있다고 했다.
토비아스 해리스 재팬 포사이트 리스크 어드바이저리 대표는 "이시바 총리는 미국에 직접적으로 말할 사람"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선다면 아무도 추측할 수 없다. 두 지도자 모두 동맹이 다른 이유에서 완전히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도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미일지위협정 개정에 대해 양국 간 마찰을 우려했다.
中엔 '독 든 두 그릇'…러 "해리스 선호" 농담했지만 트럼프 '절친'
중국 입장에선 해리스 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도 녹록지 않은 상대다. 두 후보 모두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다. 자오밍하오 푸단대 국제연구소 미국연구센터 교수는 "트럼프와 해리스는 중국에 ‘독이 든 두 그릇’"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시절 중국과 대대적인 무역 전쟁을 벌인 일은 유명하다. 이번 대선에서도 백악관에 복귀하는 즉시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대(對)중 외교 정책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핵심 전략 산업을 제재하며 견제해왔다. 누가 당선되든 무역 측면에서 보호주의 강화는 불 보듯 뻔하다.
다만 유불리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중국 정부 고문인 천둥샤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원장은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한다면 더 큰 불확실성·불안정성·불가측성이 예상된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상대적으로 정책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다자주의 기조인 해리스 부통령보다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우려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 인터뷰에서 중국에 맞서 대만을 방어하겠냐는 질문에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며 "대만이 우리에게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미국은 껄끄러운 상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최근 미국 대선 당선인을 축하할 것이냐는 물음에 "극도로 비우호적인 국가"라며 "그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대선 후보 중 해리스 부통령을 선호한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해당 발언이 농담이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농담과 달리 러시아는 두 후보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적으로 반길 것이란 분석이 다수다. 미국 우선주의와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를 통한 집단 안보 체제로 러시아를 견제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와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하면 러시아로서는 수년간 지속된 제재를 완화하고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여지가 생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는 최근 펴낸 저서 ‘전쟁’(War)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퇴임 후 푸틴 대통령과 7차례 통화했다고 했다. 또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서 당선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달 대선 TV 토론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길 바라느냐는 두 차례 질문에 모두 답변을 피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트럼프가 당선돼 개입하면 우크라이나가 패자가 되고 러시아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좌불안석이다. 지난달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달아 만나며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빠르게 종전 협상에 들어가게 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 일부를 포기하는 조건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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