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 1위, 오디세이아 30계단↑…누가 고전을 다시 베스트셀러로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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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로마 철학자와 2800년 전 그리스 시인이 2026년 여름 한국 서점의 맨 앞줄을 차지했다. 세네카의 글을 다시 엮은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는 양대 서점 종합 1위에 올랐고,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교보문고에서 한 주 만에 30계단 뛰었다.
14일 교보문고와 예스24가 발표한 8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동향에 따르면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는 두 서점에서 나란히 종합 1위를 기록했다.
교보문고는 이번 '오디세이아' 상승세에 대해 "영화 흥행이 관련 고전으로 관심을 확장했고,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제목과 판본을 내면서 독자의 선택지가 넓어진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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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된 '싯다르타'는 편집자·온라인 추천, 호메로스는 놀런 영화 타고 역주행
고전 명성에 '발견 경로' 영향력 커져
편역·추천·영상화가 구간 다시 깨운다
2000년 전 로마 철학자와 2800년 전 그리스 시인이 2026년 여름 한국 서점의 맨 앞줄을 차지했다. 세네카의 글을 다시 엮은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는 양대 서점 종합 1위에 올랐고,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교보문고에서 한 주 만에 30계단 뛰었다. 그런데 두 고전을 베스트셀러로 불러낸 사람은 따로 있었다. 세네카 앞에는 100만 유튜버가, 호메로스 앞에는 크리스토퍼 놀런이 있었다.

14일 교보문고와 예스24가 발표한 8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동향에 따르면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는 두 서점에서 나란히 종합 1위를 기록했다. 교보문고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4위, '니체의 초월자'가 5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7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8위였다. '오디세이아'는 전주보다 30계단 상승했다. 교보문고의 해당 집계는 8월5~11일 판매분이다.
예스24에서는 쏠림이 더 뚜렷했다. 8월6~12일 종합 10위 가운데 고전 또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다시 구성한 책이 6권이었다. 세네카가 1위, 현대지성판 '오디세이아'가 2위, 김헌이 새로 번역한 '오뒷세이아'가 5위, '싯다르타' 6위, '니체의 초월자' 7위, 어린이·청소년 독자를 위한 '오디세이아'가 8위였다. 호메로스 관련서만 20위 안에 5종이 들어왔다.
숫자만 놓고 보면 '고전의 귀환'이다. 하지만 어떤 책이 어떤 경로로 올라왔는지를 보면 이번 흐름은 조금 다르다. 세네카와 니체는 유튜버의 편역, '싯다르타'는 편집자와 온라인 콘텐츠의 추천, 호메로스는 영화가 독자와 책 사이에 놓였다. 고전의 내용이 갑자기 달라진 것이 아니라, 독자가 고전을 발견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가장 선명한 사례가 세네카다. 이 책은 세네카의 저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옮긴 완역본이 아니다. 자기계발 유튜브 채널 '하와이 대저택' 운영자가 세네카의 대화편 다섯 편에서 핵심 내용을 골라 55편의 짧은 글로 재구성했다. 교보문고도 상품 소개에서 이 책을 다섯 대화편에서 핵심 사유를 선별한 편역서로 설명한다.

편역의 역할은 번역에 그치지 않는다. 수천 년 된 텍스트 가운데 무엇을 읽을지를 먼저 고르고, 그것을 지금 왜 읽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작업까지 포함한다. 제목부터 '세네카의 대화편'이 아니라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다. 철학사의 세네카보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의 고민을 먼저 내세웠다. 지난주 예스24에서 처음 1위에 올랐을 때 판매량은 전주보다 186.3% 늘었다. 구매자는 50대가 39.6%, 40대가 37.4%로 4050이 77%를 차지했다.
'니체의 초월자'도 비슷한 구조다. 유튜브 채널 '철학하루'를 운영하는 김철이 니체의 여러 저서 가운데 현대인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추려 77편으로 편역했다. 니체 철학의 계보를 따라가기보다 고통과 운명, 자기 기준, 관계와 삶의 태도 같은 문제를 전면에 배치했다. 교보문고 이번 주 종합 순위는 5위다.
두 책의 흥행은 '철학책이 잘 팔린다'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고전을 짧게 나누고 지금의 언어로 다시 이름 붙인 뒤, 이미 독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콘텐츠 제작자가 그것을 건넨다. 저자가 책을 쓴 뒤에도 누군가는 다시 무엇을 읽을지 선택하고, 읽을 이유를 만들어준다.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힘의 일부가 작품의 명성에서 작품을 발견시키는 사람으로 옮겨가는 장면이다.

'싯다르타'는 텍스트 자체를 다시 편집하지 않고도 같은 변화를 보여준다. 교보문고 4위에 오른 민음사판은 2002년 출간된 책이다. 지난 6월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처음으로 교보문고 종합 1위에 올랐다. 당시 교보문고는 해당 출판사의 편집자가 인플루언서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고, 그가 추천한 세계문학전집으로 관심이 이어진 것을 주요 배경으로 분석했다. 여성 독자의 호응이 두드러졌고 20대가 역주행을 주도했다.
세네카와 니체가 '다시 편집된 고전'이라면 '싯다르타'는 '다시 발견된 고전'에 가깝다. 24년 된 같은 판본의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그 책을 독자 앞에 다시 꺼내놓은 사람과 콘텐츠였다.
호메로스의 경우 그 역할을 영화가 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지난 5일 국내에서 개봉하자 현대지성의 고대 그리스어 완역본 '오디세이아'는 교보문고에서 30계단 올라 종합 8위에 진입했다. 을유문화사와 도서출판 숲이 각각 펴낸 '오뒷세이아' 완역본도 인문 분야 10위와 12위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예스24에서는 영화 효과가 판본 전체로 번졌다. 관련 도서 5권이 종합 20위권에 동시에 진입했고 이 가운데 3권은 10위 안에 들었다. 개봉 2주 차 판매량은 김헌 번역 '오뒷세이아'가 전주보다 389.8%, 어린이·청소년판 '오디세이아'가 360.9%, 현대지성판 '오디세이아'가 166.1% 늘었다. 전자책 '오디세이아' 판매도 276.3% 증가했다. 관련 도서 구매자는 40대 37.9%, 50대 32.6%로 4050 비중이 70.5%였다.

기존 '스크린셀러'와도 차이가 있다. 영화로 만들어진 특정 소설 한 권만 역주행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고전을 둘러싼 여러 번역본과 어린이판, '일리아스'와 세트 상품, 각본집까지 함께 움직였다. 영화가 한 권의 책을 띄운 것이 아니라 '호메로스'라는 검색어를 서점에 던진 셈이다. 실제 예스24에서는 '오디세이 각본집'이 예술 분야 1위에 올랐고, '오디세이아'는 소설·시·희곡 분야 1위와 인문 분야 2위를 동시에 기록했다.
이번 순위에서 오래된 책의 재등장은 호메로스나 헤세에 그치지 않는다. 교보문고 6위 '모순'의 현행 판본은 2013년, 7위 '코스모스'는 2010년 출간됐다. '코스모스'는 지난 6월에도 과학자들의 유튜브 추천과 국내 누적 판매 100만부 기념판 출간이 맞물리며 순위가 16계단 상승했다. 신간 중심의 베스트셀러 시장에 구간을 다시 현재형 상품으로 만드는 외부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독자층도 하나로 묶이지 않는다. 세네카는 4050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싯다르타'는 20대와 여성 독자의 역주행이 두드러졌다. 영화와 함께 움직인 '오디세이아' 관련서는 다시 4050이 판매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고전 열풍'처럼 보이지만 특정 세대가 한꺼번에 고전으로 몰린 현상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발견 경로가 서로 다른 독자층을 오래된 책으로 데려가고 있는 셈이다.
출판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고전의 전통적 수요와 새로운 콘텐츠 경로가 결합한 결과로 보고 있다. 교보문고는 이번 '오디세이아' 상승세에 대해 "영화 흥행이 관련 고전으로 관심을 확장했고,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제목과 판본을 내면서 독자의 선택지가 넓어진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예스24 역시 "영화 개봉 뒤 원작과 세계관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종이책과 전자책 판매가 함께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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