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봄 배구 나서는 요시하라 감독

김효경 2026. 3. 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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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체로 평가받은 흥국생명에 ‘토탈 배구’를 접목한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 김경록 기자

일은 잘하는 사람에게 몰린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실력이 입증된 선수만 마르고 닳도록 기용하기 십상이다.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요시하라 도모코(56) 감독의 방법론은 전혀 다르다. 최대한 많은 선수를 두루 기용해 개개인의 역량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는 ‘토탈 배구’가 그의 성공 비결이다.

2025~26시즌 개막을 앞두고 흥국생명은 약체로 평가받았다. 팀의 기둥인 김연경이 우승 후 은퇴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출신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작별한 흥국생명은 일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출신 요시하라 감독을 영입했다. 1990년대 한국 대표팀과 여러 차례 대결했던 그는 1995년엔 일본 선수 최초로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했다. 지도자가 된 뒤엔 일본에서만 일했지만, 과감하게 한국 프로 무대에 도전했다.

세터가 약했던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김연경이 은퇴하면서 아웃사이드 히터(OH) 자리도 약화됐다. 설상가상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순번도 마지막이었다. 개막 전 연습 경기에선 연전연패했다. 전초전 격인 컵대회도 3전 3패로 탈락했다. 하지만 정규리그가 시작되자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19승 17패를 거두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세터 이나연에 작전 지시를 내리는 요시하라 흥국생명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요시하라 감독은 팀 내 모든 선수를 기용하는 ‘토탈 배구’로 위기를 타개했다. 세터는 무려 5명이나 기용했다. 2년 전 은퇴를 했다가 예능프로그램 ‘신인 감독 김연경’에 출연한 베테랑 이나연까지 합류시켰다. 아웃사이드 히터 두 자리엔 김다은, 정윤주, 박민지, 최은지까지 네 명을 돌려썼다. 36경기에서 쓴 선발 라인업은 15개, 전 경기 선발 출전 선수는 레베카 라셈(미국)뿐이었다.

용인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만난 요시하라 감독은 “우리 팀은 한두 명에 의존할 수가 없다. 모든 선수에게 자신의 역할을 인지시키고, 그 방향에 맞게 성장해주길 바랐다”고 했다. 요시하라 감독이 즐겨 쓰는 단어는 ‘성장’이다. 처음엔 선수들이 한국 지도자들과 다른 방식의 훈련과 지도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생각하는 배구’를 강조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훈련이 반복되면서 20세 서채현부터 35세 베테랑 최은지까지 감독이 원하는 바를 깨닫고 코트에서 움직임이 달라졌다. 비가 온 뒤 하루에 30㎝씩 자라기도 하는 죽순처럼 흥국생명 선수들도 무섭게 성장했다.

김다은은 “경기 때 잘 안 되는 게 있으면 우리끼리 공부를 했다. 그전에는 지면 ‘왜 졌지’에서 끝났지만, 이젠 ‘다음 경기 때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복습한다. 우리가 준비한 걸 보여줄 수 있으니까 배구가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요시하라 감독은 “죽순은 정말 놀랍게 자란다. 우리 선수들이 그만큼 달라져야 한다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19일 정규시즌을 마감한 프로배구는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정규리그 1위 도로공사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서 기다리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2위로 플레이오프(3전 2승제)에 진출했다. 4위 흥국생명은 24일 3위 GS칼텍스와 단판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가린다. 요시하라 감독은 “배구는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자부에선 대한항공, 현대캐피탈, KB손해보험, 우리카드가 1~4위를 차지해 우승컵을 다툰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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