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법적 부부로 인정받을수 없는 연인을 연기한 두 여배우
영화 <딸에 대하여> 기자간담회
이미랑 감독,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 배우 참석
8월 22일 용산 CGV에서 영화 <딸에 대하여>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이미랑 감독,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 배우가 참석했다.
영화는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영화화 한 계기에 대해 이미랑 감독은 “2017년 출간된 소설의 소문을 듣고 독자로서 먼저 만났는데 제작사 아토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원작은 엄마의 1인칭 시점이라 독백처럼 내면이 전된다. 영화에서는 말이 없게 했다. 마음의 성찰을 영화 언어로 풀어내는 게 난제였다. 네 인물의 독백을 장면화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림으로 만들 수 있는 동선과 표정을 세심하게 담으려고 했다”
소설과 차이점에 대해 “제목만 보면 엄마가 딸을 바라보는 모녀 이야기로 생각할 텐데 영화는 ‘딸’의 자리에는 누구의 이름도 들어가게끔 설정했다. 원작의 깊은 주제와 통찰력을 감히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에 맞는 문학적 언어를 담고 있는 소설 자체로도 완벽해 충분한 원작을 넘어서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독은 쇼트로 말하는 사람이다. 구성을 밀도 있게 다루고 싶었고. 영화는 시청각 언어라서 쇼트와 쇼트의 병합을 이용해 배우의 정서를 전달하려고 움직였다”라고 말했다.
인물마다 프레임도 다르고 장소, 시간마다 조명도 변주를 주면서 섬세한 감정을 다 잡은 제작진의 노고에 대해. 이미랑 감독은 “영화를 2D라는 회화 위에 구성한다고 생각했고, 빛, 색감, 동선 등 미학적으로 보였으면 했다. 몸을 쓰고 음성을 내뱉는 배우들을 쇼트 하나에 움직이도록 제약했는데 그게 힘들었을 거다”라고 곱씹었다.
영화에도 엄마, 그린, 레인 등 이름이 호명되지 않는다. 이름을 지운 이유에 대해 “원작의 의도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 후반부에 엄마가 구직활동을 할 때 인서트로 화면에 이름이 등장하지만 크게 잡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각자의 엄마를 떠올려봤으면 했다. 관객조차 누군가를 투영하게끔 엄마라는 일반 명사를 각 개인의 고유 명사로 치환했다. 그리고 레인과 그린처럼 부모가 지어준 이름 대신 자신만의 이름을 명명하는 행동은 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해 그대로 했다”고 설명했다.
퀴어, 돌봄, 고령화, 무연고자, 퀴어 등 다채로운 소재를 뛰어넘어 휴머니즘을 품고 있다. 평범이란 규정 아래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를 녹여낸 방법에 대해 이미랑 감독은 “앞서 말한 딸의 자리에 ‘우리들에 대하여’로 들어가보길 바랐다. 엄마, 노약자, 무연고자, 비정규직, 성소수자 등을 아우르고 싶었다. 우리 모두 노인이 되며, 이 영화를 보는 관객 중 누구 하나 이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을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보편적인 우리들의 영화다. 공동체를 이루어나가는 문제를 영화 안에서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각자의 캐릭터를 향한 애정과 해석이 이어졌다.
오민애는 최근 <파일럿>의 조정석 엄마를 비롯해 다양한 엄마를 연기해왔다. 차별점에 대해 묻자 “촬영 때 [더 글로리], <한국이 싫어서>, [블라인드], [레이서]를 겹쳐 촬영했다. 한 번에 다섯 작품을 하다 보니 힘들었고 코로나도 걸렸었다. <딸에 대하여>는 다른 엄마와 달리 감정 표출이 없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기만 해서 답답증에 걸릴 뻔했다. 감독에게 엄살도 떨고 허진 선배님과 흉도면서 해소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동안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공들이고 싶었다. 고생한 만큼 낙이 오는가 보다. 좋은 작품이 완성되다 보니 다 용서되더라. 촬영 때는 모두 집중하느라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오히려 영화제를 순회하고 GV도 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었다. 삶의 이해가 충만하고 멋있는 사람들과 작업했다는 건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엄마와 관계가 매우 안 좋아서 회피하기만 했었지만 촬영 후 레인처럼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요즘은 엄마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영화를 통해 삶, 인간을 배워나가고 있다. 작품을 통해 엄마와의 관계가 회복되는 선물을 받은 것 같아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곡성>, <조제> 등 꼼꼼하기로 소문난 감독과 작업하며 강렬한 연기를 펼친 허진은 “한 신 가지고도 마음에 들 때까지 삼일을 다시 찍을 정도로 지독하고 천사 같은 감독이다. 여름에 촬영했는데 동시녹음 때문에 에어컨을 못 틀어서 진이 빠졌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다양한 감독과 작업해 봤지만. 그동안은 자아만 크게 생각했던 것 같다. 감독은 전체를 보는 사람인만큼 감독이 원하는 배우가 진짜 배우라고 생각하게 된 작품이 <딸에 대하여>다. 지금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감독이 원하는 배우가 되었을 거다”라며 꼼꼼한 디렉팅을 곱씹었다.
임세미는 평소 환경을 생각하는 제로 웨이스트, 비건을 실천하는 본연의 모습을 캐스팅에 적극 활용한 사례다.
임세미는 “그린의 삶에 공감했던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인간으로서 배울 게 많았다. 그린은 세상과 맞서 싸우는 사람이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일에 적극 나서고, 지지와 응원을 받는 파트너가 있는 사람이다. 저도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하다가 환경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듯이. 그린의 삶도 렌즈가 벗겨지거나 덧씌워지는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며 이제 소수의 삶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모녀관계였던 오민애와 [돌풍]에서 재회한 경험을 묻자 임세미는 “[돌풍] 촬영장에서 <딸에 대하여> 이야기 자주 했었다. 영화제를 돌면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쌓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영부인에게 감히 ‘엄마’라고 하면서 다가갔다. 선배님의 에너지는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 처음 봤는데 강렬함이 잊히지 않는다. 에너지를 다르게 쓰는 모습을 닮고 싶다”며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오민애는 “자기 촬영 회차가 아닌데도 음료수를 사서 현장을 찾던 모습을 배워야겠더라. 사람 좋아하고, 건강한 사회에 관심 두는 특별한 배우로 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레인은 엄마와 갑자기 살게 되어 적응해야 하고 일도 하러 나가야 한다. 엄마와 불편해질 때면 자기 할 말도 똑 부러지게 한다.
하윤경은 “레인은 삶, 정체성, 좋아하는 것, 신념을 사유하고 고찰한 티가 나는 사람, 유니콘 같은 존재다. 자만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와중에 언어까지도 다듬어서 말할 줄 아는 사람이라 닮고 싶었다. 엄마도 그런 사람임을 알기 때문에 괴로웠다고 생각했다. 괜찮은 사람인데 하필 내 딸과 만나는지 고민했을 거 같다. 연기적으로는 절제하고 감정 표현을 줄여야 해서 어려웠지만 그런 매력 때문에 거부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며
엄마가 레인을 물끄러미 본다거나 그린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시선이 오고 갈 때가 타인을 향한 관심과 이해의 첫 단추다”며 인상적인 장면을 말했다.
한편, <딸에 대하여>는 딸(임세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하윤경)과 함께 살게 된 나(오민애), 완전한 이해 대신 최선의 이해로 나아가는 세 여성의 성장 드라마다.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상, 올해의 배우상(오민애) 수상을 시작으로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CGK촬영상(김지룡)과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 감독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개봉은 오는 9월 4일이다.
글: 장혜령
사진: 찬란
- 감독
- 출연
- 이학민,이희정,김혜진
- 평점
-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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