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의무 교육이라더니 상조회사 홍보…公기관 사칭 업체 활개
임지혜 2024. 10.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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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해지는 사기 행위정작 법정의무교육 강의는 부실 영업이 목적인 만큼 강의 내용은 부실하다.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법정의무교육에 (판매 영업이) 조금씩 들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개별법에 따라서 (관련 기관이)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기관을 사칭하고 교육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사기 행위로 경찰에 신고가 가능할 것 같다. 원하지 않는 방문판매의 경우 지자체에 신고가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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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력 적은 중소기업 주요 타깃 제품 강매
고용부 등 정부, 피해 속출해도 수수방관
# A중소기업은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B기관의 용역 사업을 계약했다. 며칠 후 A중소기업은 B기관의 총무팀 직원이라고 밝힌 D씨로부터 “C상위기관이 안전교육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받지 않으면 과태료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사무실을 찾은 강사는 해당 교육과 전혀 무관한 상조회사 상품을 판매했다. 알고보니 D씨도 발주처 총무팀 직원을 사칭한 인물이었다.
18일 A중소기업 대표 박모씨는 쿠키뉴스를 통해 “계약한 사업명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을(乙) 입장에서 발주처의 상위기관이 꼭 교육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거절하나”라며 “괜히 직원들만 시간을 버려 미안했고, 이런 계약 관계를 악용한다는데 괘씸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체라면 매년 5대 법정의무교육(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개인정보 보호 교육,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산업안전보건교육, 퇴직연금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로 교육을 위탁받은 일부 사설 업체들이 정부기관을 사칭해 강의를 듣도록 압박하거나 강사를 보내 제품 홍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창업한지 얼마되지 않아 법정의무교육을 일일이 알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이 주요 타깃이다.
중소기업 직원 김모씨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이런 교육 사칭 연락이 많이 온다”며 “고용노동부 산하 법정의무 교육기관 등 (그럴듯한 공공기관 이름으로) 연락이 와서 속을 것 같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최모씨도 “(5인 미만으로) 5대 법정의무교육을 다 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없는데, 워크넷에 구인 광고를 낸 이후 계속 전화·팩스로 의무교육을 받으라고 연락이 온다. 의무교육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해 신경쓰인다”고 했다.
교묘해지는 사기 행위…정작 법정의무교육 강의는 부실
영업이 목적인 만큼 강의 내용은 부실하다. 근로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닌 영업을 위한 강의로 전락한 것이다. 박씨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위해 온 강사가 관련 강의는 하나도 하지 않고 상조회사 상품 설명만 하더라”라며 황당해했다.
사기 행위는 더 교묘해졌다. 조달청의 나라장터에 조달업체 계약현황이 공개되는 점을 악용해 발주처인 것처럼 중소기업들을 속여 교육받도록 협박하는 식이다. 이에 조달청은 지난달 26일 나라장터 공지를 통해 ‘최근 나라장터에서 공개된 조달업체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공공기관을 사칭해 보험판매 광고하는 등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이같은 문제는 수년 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5대 법정의무교육이 하나로 시행되고 있긴 하지만 교육마다 적용 법률이 달라 관할 조직이 각기 다르다. 공공기관을 사칭해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데도, ‘감시’ 역할엔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나라장터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지, (계약) 이후 과정까지 담당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정의무교육 전체를 (관리하는) 부서는 없다. 해당 법령에 관련하는 각 부서(또는 기관)가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대 법정의무교육은 법령에 따라 고용부, 안전보건공단, 장애인고용공단,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맡고 있다.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법정의무교육에 (판매 영업이) 조금씩 들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개별법에 따라서 (관련 기관이)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기관을 사칭하고 교육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사기 행위로 경찰에 신고가 가능할 것 같다. 원하지 않는 방문판매의 경우 지자체에 신고가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피해 줄이려면, 무조건 의심하고 무시해야
신동헌 에이플 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이러한 업체 중 상당수는 ‘법정의무교육을 아직 받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을 한다”며 “정부·지자체는 관리 감독을 하기 전까진 (특별한 감독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법정의무교육 이수 여부를 알 수 없다. 정부 기관이라며 전화해 ‘당신 회사는 교육 받아야 한다’는 건 100% 사기”이라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교육 업체는 고용부의 인가를 받아야만 운영이 가능해 비교적 신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노무사는 “법정의무교육은 근로기준법처럼 하나의 법에서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과 관리를) 한곳에 몰아넣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영업 연락이 온다면 무조건 의심하고 (전화를) 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사칭에 대해선 명백한 ‘사기’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는 “공무원이 아닌 자가 공무원을 사칭해 교육을 받도록 하는 건 범죄,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자격사칭죄는 형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고용부 등 정부, 피해 속출해도 수수방관
# A중소기업은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B기관의 용역 사업을 계약했다. 며칠 후 A중소기업은 B기관의 총무팀 직원이라고 밝힌 D씨로부터 “C상위기관이 안전교육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받지 않으면 과태료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사무실을 찾은 강사는 해당 교육과 전혀 무관한 상조회사 상품을 판매했다. 알고보니 D씨도 발주처 총무팀 직원을 사칭한 인물이었다.
18일 A중소기업 대표 박모씨는 쿠키뉴스를 통해 “계약한 사업명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을(乙) 입장에서 발주처의 상위기관이 꼭 교육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거절하나”라며 “괜히 직원들만 시간을 버려 미안했고, 이런 계약 관계를 악용한다는데 괘씸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체라면 매년 5대 법정의무교육(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개인정보 보호 교육,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산업안전보건교육, 퇴직연금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로 교육을 위탁받은 일부 사설 업체들이 정부기관을 사칭해 강의를 듣도록 압박하거나 강사를 보내 제품 홍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창업한지 얼마되지 않아 법정의무교육을 일일이 알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이 주요 타깃이다.
중소기업 직원 김모씨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이런 교육 사칭 연락이 많이 온다”며 “고용노동부 산하 법정의무 교육기관 등 (그럴듯한 공공기관 이름으로) 연락이 와서 속을 것 같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최모씨도 “(5인 미만으로) 5대 법정의무교육을 다 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없는데, 워크넷에 구인 광고를 낸 이후 계속 전화·팩스로 의무교육을 받으라고 연락이 온다. 의무교육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해 신경쓰인다”고 했다.
교묘해지는 사기 행위…정작 법정의무교육 강의는 부실
영업이 목적인 만큼 강의 내용은 부실하다. 근로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닌 영업을 위한 강의로 전락한 것이다. 박씨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위해 온 강사가 관련 강의는 하나도 하지 않고 상조회사 상품 설명만 하더라”라며 황당해했다.
사기 행위는 더 교묘해졌다. 조달청의 나라장터에 조달업체 계약현황이 공개되는 점을 악용해 발주처인 것처럼 중소기업들을 속여 교육받도록 협박하는 식이다. 이에 조달청은 지난달 26일 나라장터 공지를 통해 ‘최근 나라장터에서 공개된 조달업체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공공기관을 사칭해 보험판매 광고하는 등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이같은 문제는 수년 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5대 법정의무교육이 하나로 시행되고 있긴 하지만 교육마다 적용 법률이 달라 관할 조직이 각기 다르다. 공공기관을 사칭해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데도, ‘감시’ 역할엔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나라장터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지, (계약) 이후 과정까지 담당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정의무교육 전체를 (관리하는) 부서는 없다. 해당 법령에 관련하는 각 부서(또는 기관)가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대 법정의무교육은 법령에 따라 고용부, 안전보건공단, 장애인고용공단,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맡고 있다.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법정의무교육에 (판매 영업이) 조금씩 들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개별법에 따라서 (관련 기관이)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기관을 사칭하고 교육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사기 행위로 경찰에 신고가 가능할 것 같다. 원하지 않는 방문판매의 경우 지자체에 신고가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피해 줄이려면, 무조건 의심하고 무시해야
신동헌 에이플 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이러한 업체 중 상당수는 ‘법정의무교육을 아직 받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을 한다”며 “정부·지자체는 관리 감독을 하기 전까진 (특별한 감독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법정의무교육 이수 여부를 알 수 없다. 정부 기관이라며 전화해 ‘당신 회사는 교육 받아야 한다’는 건 100% 사기”이라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교육 업체는 고용부의 인가를 받아야만 운영이 가능해 비교적 신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노무사는 “법정의무교육은 근로기준법처럼 하나의 법에서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과 관리를) 한곳에 몰아넣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영업 연락이 온다면 무조건 의심하고 (전화를) 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사칭에 대해선 명백한 ‘사기’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는 “공무원이 아닌 자가 공무원을 사칭해 교육을 받도록 하는 건 범죄,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자격사칭죄는 형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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