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본사 설계한 노먼 포스터, 韓 첫 오피스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12.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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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찜’하는 럭셔리 오피스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 대형 거래가 잇따라 성사되면서 오피스 빌딩 투자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고액 자산가 사이에서도 업무·휴식·접객이 모두 가능한 럭셔리 오피스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2024년 오피스 빌딩 시장은 고금리, 자금 경색 등 제약이 많은 상황이었는데도 매매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기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사이 사옥이나 자산 확보 목적으로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려는 큰손, 이른바 전략적투자자(SI)의 매수세가 유입된 덕분이다.

실제로 2022년 중 기관 투자자가 매입한 최고가는 3.3㎡당 3916만원(A타워)이었는데 전략적투자자는 서초동 ‘엘렌타워’를 3.3㎡당 5652만원에, 서초동 ‘강남역 DF타워(옛 에이플러스에셋타워)’를 4752만원에, 역삼동 ‘크리스역삼빌딩’을 4623만원에 매입했다. 2024년에는 기관 투자자가 더에셋을 3.3㎡당 4500만원으로 최고가로 매입한 반면 전략적투자자는 충무로3가 ‘남산스퀘어(옛 극동빌딩)’를 7675만원에, 반포동 ‘이니셜타워1’을 5962만원으로 매입하는 등 입지 좋은 곳에 통 큰 매매 가격을 제시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덕분에 오피스 매매지수 등 시장 지표 역시 2년 전 최고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기업 알스퀘어의 ‘알스퀘어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오피스 매매지수는 486포인트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2분기(477.1)와 비교해 1.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부동산 시장 호황이 정점에 달했던 2022년 3분기 전고점(488.5포인트)을 거의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매수세,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형구 젠스타메이트 리서치본부장은 “안정적인 사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옥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견조하다”며 “최근 시장금리가 내리면서 투자에 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업무용 빌딩 수요 역시 2024년에 비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단순히 사옥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최고급 업무 시설을 찾는 수요도 꾸준한 모습이다. 그간 국내 시장에 공급된 프라임급 오피스들은 수백, 수천 명의 임직원을 수용할 목적으로 지어진 탓에 고액 자산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프라이버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소규모 법인이나 글로벌 기업 중에는 청담동 ‘피엔폴루스’나 서초동 ‘부띠크모나코’ 등 고급 주거용으로 공급된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개조해 사용하는 사례도 적잖았다.

수년 전 롯데물산이 잠실동 롯데월드타워에 시그니엘레지던스 외에 호텔식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프라이빗 오피스 ‘프리미어7’을 함께 공급한 것도 조금씩 늘어나는 럭셔리 오피스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였다. 일례로 지난 11월에는 영국 롤스로이스가 롯데월드타워에 비스포크(소비자 요구에 따른 맞춤 제작) 서비스 특화 공간인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을 열었다.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차량 구매 고객은 프라이버시가 완벽하게 보장된 공간에서 맞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처음부터 럭셔리 오피스를 개발해 공급하는 사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상위 0.1% 자산가의 패밀리 오피스나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 기업 오너나 CEO·CFO·CIO 같은 ‘C레벨’ 등이 대상이다.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더 메이븐 에스테이트 도산’의 조감도. (THS코리아 제공)
늘어나는 럭셔리 오피스 수요

프라이버시 끝판왕 ‘더 메이븐’

최근에는 서울 강남 도산대로변에 업무 시설 신축 공사를 위한 펜스가 쳐지면서 이들 수요자의 관심을 한데 모았다. 도산공원사거리와 학동사거리 사이에 위치한 이곳에는 2028년 지하 7층~지상 14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 ‘더 메이븐 에스테이트 도산(이하 메이븐 에스테이트)’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이퍼엔드(럭셔리) 오피스’를 표방한 고급 업무 시설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김일윤 피아(PIA) 대표가 시행을 맡았다.

이 건물은 국내에 없던 럭셔리 오피스라는 점, 특히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의 건축설계사사무소 ‘포스터앤파트너스’가 설계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남을 오가던 자산가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건축물은 유리와 철, 알루미늄 등을 활용한 경쾌하고 과감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우주선 모양의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파크’와 런던 중심부에 오이피클 모양으로 솟아 거킨(Gherkin·피클) 빌딩이라는 별명이 붙은 ‘30 세인트 메리 엑스’가 대표적이다. ‘하이테크 건축’의 대가답게 애플파크는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가동되는 친환경 건축물이고, 거킨 빌딩 역시 주변 일조권을 고려하고 건물 내에 바람길을 낸 런던 최초의 친환경 고층 건물로 꼽힌다. 이 밖에도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밀레니엄브리지, 블룸버그 런던 본사, 베를린 국회의사당, HSBC 홍콩 본점, JP모건 뉴욕 본사 등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 설계도 노먼 포스터의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삼성동에 들어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설계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산대로 프로젝트가 먼저 준공될 예정이다.

서울에 들어서는 첫 노먼 포스터 작품인 셈이다. 김 대표는 “이제 건축 인허가를 받아둔 단계인데도 벌써 매입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문의해오는 사람은 대체로 프라이빗 사무실이 필요하거나, 강남에 빌딩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개인 자산가, 기업 오너들”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슈퍼리치’들이 원하는 럭셔리 오피스는 어떤 모습일까. 노먼 포스터의 설계를 보면 럭셔리 오피스 시장 트렌드는 ‘프라이버시’와 ‘호텔식 서비스’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노먼 포스터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입주자의 프라이버시를 극대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메이븐 에스테이트는 도산대로에 위치하지만 출입구는 이면도로에 배치했고 차량 하차 공간부터 지하 주차장까지 외부 시선을 차단했다.

또 이 건물은 업무용 빌딩이지만 미팅룸과 라운지, 개인 금고 외에도 프라이빗 다이닝부터 와인셀러, 피트니스, 스파, 수영장 등을 갖춘, 업무·휴식·접객이 모두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메이븐 에스테이트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최영덕 THS코리아 대표는 “실사용 면적이 120평에 달하는 각 층은 기둥을 최소화한 무주공간으로 계획돼 입주자의 비즈니스 용도에 맞춰 다양한 평면으로 구성 가능하다”며 “UHNWI(초고액 순자산 보유자)들이 중요시 여기는 프라이버시를 극대화하고, 한 장소에서 업무뿐 아니라 휴식·접객까지 가능하도록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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