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씨 말랐다더니 이럴 수가...“재계약 하려면 4억 더 내세요” [호모 집피엔스]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6. 5. 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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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권 끝난 서울 전월세 시장
강남 전세 재계약에 7억 더 보태야
아파트 월 임대료만 300만원 ‘속출’

서울 전월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전세 매물은 줄고, 갱신계약 보증금은 뛰고, 월세 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계약갱신요구권을 이미 쓴 세입자는 재계약 시점에 수억원대 추가 보증금을 요구받는 사례가 잇따른다. 주택 매수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전세·월세까지 동시에 오르자 실수요자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중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계약은 9096건이었다. 이 가운데 85.9%인 7818건은 기존보다 보증금이 올랐다. 평균 증액분은 4793만원으로 5000만원에 육박했다. 5월 신고분은 평균 증액분이 5229만원까지 올라섰다. 반면 같은 기간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의 평균 증액분은 2876만원이었다. 갱신권 사용 여부에 따라 세입자 부담이 약 2000만원 차이 난 셈이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 부동산에 전세를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매일경제)
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서초·송파·용산에서는 부담이 훨씬 크다. 송파구 풍납동 현대리버빌1차 전용 84㎡는 지난 4월 8억원에 전세 갱신계약이 신고됐다. 기존 보증금 3억7000만원에 살던 세입자는 재계약을 위해 4억3000만원을 더 마련해야 했다.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127㎡는 지난 3월 기존 보증금 6억5000만원의 두 배인 13억원에 갱신계약이 이뤄졌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는 기존보다 7억원 오른 20억원에 재계약됐다. 모두 갱신요구권이 사용되지 않은 계약이다. 용산구 나인원한남 전용 206㎡는 지난 2월 기존보다 23억원 오른 63억원에 전세 갱신계약이 체결됐다.

문제는 갱신권을 소진한 세입자가 앞으로 더 늘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중 갱신권 사용률은 지난 1월 57.9%에서 지난 4월 51.4%로 낮아졌다. 갱신권 보호를 받지 못한 세입자가 시장가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다. 특히 신축 단지 첫 갱신 주기가 대거 돌아오는 2026~2027년부터 시장가 충격이 본격화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전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수요는 월세 시장으로 밀려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2026년 1월=100)는 102.74로 올해 들어 줄곧 올랐다. 과거 일부 고급 주택에 집중됐던 고액 월세도 강북권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강북 14개구에서 300만원 이상 월세로 체결한 신규 계약은 전년 동기보다 53.4% 늘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증가율 21.2%의 두 배를 넘는다.

동대문구는 월세 300만원 이상 신규 계약이 지난해 1분기 13건에서 올해 1분기 26건으로 두 배 늘었다. 성북·노원·은평구 등에서도 지난해 1분기 거의 없던 고액 월세 계약이 올해 확인됐다. 동대문구 용두동 e편한세상청계센트럴포레 전용 84㎡는 지난 2월 보증금 1억원, 월세 330만원에 신규 계약됐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전용 84㎡는 지난 3월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서울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455만원이라는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고려하면 월세 300만원은 일반 직장인 급여의 3분의 2에 달한다.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고, 전월세 매물도 덩달아 부족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주택자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영향으로 임대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새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에서는 신축 프리미엄까지 붙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는 세입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사 갈 수 있는 전월세 매물 자체가 희소하다 보니 전세는 갱신권 종료 이후 시장가격을 따라 급등하고 있다”며 “이런 불안감 속에 세입자는 고액 월세도 감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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