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런 관심없다…'한 철 장사'에 승부 거는 이곳 [비크닉]
■ b. 트렌드
「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소개된 해외 디저트가 국내 편의점에 발 빠르게 출시되는 흐름을 보여요. 지난 1월엔 ‘수건 케이크(마오진젠·毛巾卷)’로 불리는 중국 디저트가 난리였죠. 수건을 돌돌 말아놓은 듯한 이색적인 모양에, 얇은 크레이프 안에 크림을 가득 채운 케이크인데요, CU에서 첫선을 보인 수건 케이크 2종은 포켓CU(앱)에서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 4일 만에 전량 동났어요.
지난해 여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어요. 카다이프(중동식 얇은 국수면)와 피스타치오 크림이 들어간 ‘두바이 초콜릿’이 그 주인공입니다. 바삭바삭한 식감을 가진 이 초콜릿은 틱톡에서 한 인플루언서의 ASMR(소리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로 입소문을 탄 이후, 숏폼 먹방 콘텐트가 우후죽순 쏟아지더니 국내 주요 편의점들이 앞다퉈 제품 출시 경쟁을 벌였어요. 앱을 통한 사전예약 없이는 물건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배 이상 웃돈을 얹어 거래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두바이 초콜릿은 물론이고 수건 케이크까지 어느새 편의점에서 자취를 감췄답니다. 디저트의 유행 주기가 워낙 짧은데다, 편의점은 이를 그 어느 곳보다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때문이겠죠. 오늘 비크닉은 편의점이 디저트 트렌드를 주도하는 현황과 그 속사정을 들려드릴게요.
요즘 사람들, 편의점서 재미 찾는 이유

게다가 응답자 중 66.5%는 ‘편의점에서만 파는 경험을 사기 위해 일부러 특정 편의점을 방문했다’고 했는데요. 편의점의 이색·재미 상품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콘텐트가 SNS에 늘어난 점만 봐도 이런 결과가 납득되는 대목입니다. ‘펀슈머(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와 ‘도파밍(도파민 수집)’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될 정도로 화제성과 경험, 그리고 콘텐트가 중요해진 시대니까요.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가 편의점 디저트 시장 성장을 돕고 있어요. 올해 BGF리테일이 SNS 이슈 아이템의 매출이 연령대별로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는데요, 가장 바이럴이 많이 되는 제품 출시 초기의 최대 구매자는 20대·10대·30대 순으로 나타났어요.
편의점마다 흥행사례도 제각각…비결 살펴보니

편의점은 어떻게 디저트 유행을 감지하고 발빠르게 상품화할까요. 비크닉이 주요 편의점 3사에 의뢰, 흥행 사례를 분석해봤어요. CU는 국내에서 두바이 초콜릿이 이슈가 되기 6개월 전부터 글로벌 인플루언서의 틱톡을 통해 트렌드를 파악, 국내 협력사와 함께 주재료인 한국식 건면으로 상품을 만들어 전국 점포에 발 빠르게 출시했대요. 지난해 CU 디저트 카테고리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7.2%인데, 매출 견인한 게 200억 원어치 이상이 팔린 두바이 초콜릿일 정도래요.

또 지난해 10월 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등장한 밤 티라미수가 SNS에서 이슈가 되자, 즉각 해당 셰프와 공식 제휴를 맺고 레시피 논의에 돌입해 방송 공개 일주일 만에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예약 판매 9일간 매일 1~2만개 수량이 평균 20분 만에 완판된 건 이런 속도전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GS25도 10~20대가 열광하는 SNS 인기 음식을 발 빠르게 상품화한 선례가 있죠. 지난해 11월 말 국내 한 유명 틱톡커가 이른바 ‘스웨덴 캔디’로 소개해 화제가 된 스웨디시 젤리가 대표적이에요. 기존 젤리와는 다른 꾸덕꾸덕한 식감과 마시멜로와 껌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질감 덕에 ASMR 콘텐트로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제품인데, 출시 직후 젤리 카테고리 최단 기간 누적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했어요.

세븐일레븐은 유독 3사 중 해외 인기 제품 직소싱 전략이 눈에 띕니다. 국내 여행객 사이 일본 필수 쇼핑 리스트에 여럿 오른 제품이자, 현지 편의점 푸딩 순위 1위를 차지한 ‘저지우유푸딩’이 그 주인공이에요. 지난달 21일 국내 최초로 전국 점포에 도입, 현재 3회차 물량까지 총 15만여개를 완판했어요.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SNS에 알려지면서 현지에 직접 방문하지 않았던 소비자들까지 관심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어요.
편의점 디저트 유행 주기가 짧아졌다

여기서 주목할 건 유행이 빠르게 변하듯, 편의점 디저트 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SNS 제철 음식’이라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로 시즌마다 SNS에서 유행하는 음식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인데요. 편의점 인기 디저트 상품 생애주기(PLC)는 과거 평균 22개월가량이었지만, 최근 들어 최소 4개월로 짧아졌어요(BGF리테일 2024년 업계 리뷰). CU에서 지난 2022년 출시돼 품절 대란 일으킨 ‘연세우유생크림빵’ 판매량은 2년 만에 완만히 줄어들었고, 지난해 7월 출시 두바이 초콜릿류는 반짝 판매 증가했다가 2~3개월 사이 급감하는 패턴을 보였어요.
가장 큰 이유로 주 소비층인 10~20대가 한 번 경험한 먹거리에 대해 더는 눈길을 잘 안 준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CU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편의점 디저트는 출시 초기 ‘오픈런’이 일어나는 치열한 구매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예약 구매나 점포 입고에 대한 정보 입수가 빠른 20대, 10대가 우위를 점한다”면서도 “반면 한차례 이슈가 지나간 이후에는 초기에 상품을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세대의 구매 비중이 더 눈에 띈다”고 설명했어요.
트렌드 초 단위로 변해도 디저트 ‘집중’…앞으로는?

결국 트렌드가 초 단위로 변화하는 가운데 편의점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관건일 텐데요, 요즘 편의점 MD의 주요 업무는 커뮤니티와 틱톡, X(옛 트위터) 검색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빠른 트렌드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해요. 이 교수는 “‘편의점에서만 살 수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 경쟁력과 특화 상품 전략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결국 시장에 살아남는 상품은, 소비자들의 반복적인 재구매가 일어날 수 있는 ‘웰메이드 제품’일 테니까요.

김세린 기자 kim.se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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