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밥상 위 '노르웨이 연어' 비밀…피오르 깊은 바다서 AI가 키운다

빙하가 깎아 낸 피오르(Fjord) 바다 위에 거대한 원형 구조물 6개가 떠 있다. 하나당 약 15만 마리의 대서양 연어를 키우고 있는 가두리 양식장이다. 중앙에서 회전하는 먹이 공급 장치가 사료를 배출할 때마다 은빛 연어들이 수면 밖으로 힘차게 뛰어올랐다.
지난 1월 26일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배를 타고 찾은 르로이(Lerøy) 연어 양식장은 사람이 거의 없어 한적했다. 적막을 깨는 건 링(Ring)으로 불리는 양식장과 연결된 파이프에서 나는 소리뿐이었다.

" 지금 들리는 소리는 사료가 파이프를 통과하는 소리입니다. 공기를 불어 넣어서 파이프를 통해 연어에게 사료를 줍니다. "
양식장 현장 매니저인 안드레가 파이프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그를 포함해 총 4명이 교대 근무를 하면서 이 일대의 양식장을 관리한다. 원격 관리 시스템과 AI 기술을 도입한 뒤로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게 됐다고 한다. 먹이를 주는 건 양식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피딩룸(Feeding Room)’ 직원의 일이다. 게임기 조이스틱으로 수중 카메라를 조종하면서 연어의 상태를 살피고 먹이를 준다.
AI가 연어 건강 관리…이틀 안에 전 세계로


이렇게 1년 반 정도를 찬 바닷물에서 키운 뒤 연어는 인근 가공공장으로 보내진다. 그리고는 손질을 거쳐 냉장 상태로 트럭과 비행기를 통해 이틀 안에 전 세계로 수출된다.
환경 압력 커지자 수중·먼바다서 양식 시도
한국 역시 노르웨이 연어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다. 초밥·구이·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대서양 연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오징어, 새우와 함께 가장 많이 수입하는 ‘3대 수산물’이 됐다. 지난해 한국에 수입된 노르웨이 연어는 3만 2603t(톤)으로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노르웨이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산물 수출국이 된 것도 급성장한 연어 양식 산업의 역할이 컸다. 수온이 낮고 수심이 깊은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은 연어 양식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하지만, 양식 산업이 확대되면서 환경에 주는 압력도 커졌다. 여기에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바다 이가 증가해 양식장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바다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 기술은 생산량 증가보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진화하고 있다. 바다 이를 피해 수심 30m 아래 깊은 바다에서 연어를 키우는 ‘수중 양식장’도 그중 하나다.

르로이 측은 “수중 양식장 도입은 바다 이로부터 어류를 보호하기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며 “재작년부터 AI 기반 카메라 시스템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에 10억 크로네(1529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했다.

피오르를 벗어나 먼바다에 초대형 양식장을 짓는 ‘오션 팜(Ocean Farm)’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378m 길이의 이 양식장은 해류에 따라 360도로 회전하면서 최대 1만t의 연어를 키울 수 있다. 오션 팜을 운영하는 노드락스의 하이디 뤼스테 매니저는 “현재까지 우리는 오션 팜에서 5세대 연어를 생산했는데 지난 두 세대는 구충 처리 없이도 항상 허용된 한도 미만의 바다 이 수준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잉에뵤르그 요르달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한국 이사는 “주요 연어 양식 기업들은 더 지속가능한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폐쇄형 양식장 등 신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바다 이를 방지하고 연어 탈출을 막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신호등 시스템 도입…빨간색은 생산 감축해야

레티시아 로싱 ASC(수산양식관리협의회) 노르딕 지역 매니저는 “연어 양식은 소·돼지 같은 축산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훨씬 적기 때문에 바다에서 더 많은 지속가능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면서도 “환경 영향을 줄이고 어류 건강과 복지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르겐=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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