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못 지나가" 노숙인들끼리 술 마시고 싸우고…'노반장' 빈자리 4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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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일대에는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 사이에서 '노반장'이라고 불리던 경찰관이 있었다.
그는 영등포역파출소에서 근무했던 '노숙인 전담 경찰관' 정순태 전 경위.
서울 영등포역 일대 '노숙인 전담 경찰관' 공백이 수년간 이어지는 가운데 노숙인 간 음주와 싸움이 빈번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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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후임 배치 적극적으로 검토”
“그렇게 따뜻하실 수가 없었어요. 이 동네 사람들이 ‘반장님, 반장님’ 하면서 잘 따랐죠”
한때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일대에는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 사이에서 ‘노반장’이라고 불리던 경찰관이 있었다. 그는 영등포역파출소에서 근무했던 ‘노숙인 전담 경찰관’ 정순태 전 경위. 사람들은 노숙인 관리반장을 줄여 정 전 경위를 ‘노반장’이라고 불렀다. 영등포역 근처 쪽방촌에서 9년째 사는 남궁모씨(56)는 “노숙인들이나 쪽방 주민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노반장님이 달려와서 양쪽을 달래주시고 싸움을 말리셨다. 술 마시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노반장님이 ‘자제해달라’고 말하면 다들 말을 잘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나 정 전 경위가 4년 전 명예퇴직한 이후 ‘노반장’의 명맥은 끊겼다. 영등포역 일대 질서가 다시 흐트러지기 시작하면서 노숙인들과 쪽방촌 주민들은 그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었다. 남궁씨는 “반장님 사라지고 나선 주변이 점점 시끄러워지고 다시 심란해졌다”며 “그러다 보니 그분 떠나시고도 반장님을 찾는 사람이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역 일대를 20년째 전전하는 김모씨(57)도 “자주 우리한테 와서 안부도 물어봐 주고 먹을 것도 좀 챙겨주시니까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분 퇴직하시고서는 여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역 일대 ‘노숙인 전담 경찰관’ 공백이 수년간 이어지는 가운데 노숙인 간 음주와 싸움이 빈번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 산하 영등포역파출소의 112신고 건수는 노반장의 명예퇴직 이후인 2020년 6533건에서 2021년 6782건으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엔 7136건이 접수됐고, 올해는 10월 현재 기준 6016건이 접수됐다. 한 달에 600건꼴로 집계돼 연말에는 7000건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최근 영등포역 인근에서 50대 노숙인 한명이 다른 노숙인들의 집단 폭행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근처 상인들과 시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김모씨(51)는 “얼마 전 뉴스에서 노숙인 한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매일 출퇴근하는 길이라서 무서웠다”고 했다. 고모씨(57)도 “평소에도 노숙인들끼리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싸운다”며 “옆에 지나가기 무섭고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4년 넘게 공백 상태인 ‘노반장’에 대한 지역사회의 아쉬운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찰도 후임 노숙인 전담 경찰관 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정 경위님의 명예퇴직 이후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당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대면 접촉을 줄이는 흐름 탓에 노숙인 전담 자리가 공석이었다”라며 “‘커뮤니티 폴리싱’ 정책의 일환으로, 그리고 범죄 예방 차원에서 전담 경찰관 배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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