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중에 남편과 딸 조종실 구경시켰는데도…처벌할 수 없다? [법조계에 물어보니 515]
법조계 "항공기 운행, 승객 전체 안전과 직결…운항하는 동안엔 조종실 출입 엄격 통제해야"
"'9·11 테러' 이후 세계 각국서 조종실 출입통제 강화…높은 안전의식 및 처벌 규정 필요"
"조종실 구경 시킨 당사자, 사내 징계 받겠지만…형사처벌 가능하도록 규정 도입해야"
운항 중인 비행기 조종실에 객실 사무장의 남편과 딸이 출입해 내부를 구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만, 현행법상 조종실 출입을 허락한 기장과 사무장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항공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법조계에서는 항공기 운항은 작은 실수로도 대량 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조종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며 이를 어기는 경우 엄중한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신속한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항공 보안 사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방항공청은 지난 6월 비인가자 조종실 출입 사고가 발생한 진에어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앞서 객실 사무장 A씨는 사건 당일 항공기 운항 도중 기장 B씨에게 연락해 조종실 출입을 요청했고, 기장은 잠금장치를 해제한 뒤 이들 출입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A씨의 가족들은 조종실 내부를 3~5분 구경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들어온 익명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에서 기장과 사무장은 비인가자의 조종실 출입이 불가하다는 규정을 알고 있었으나, 사무장 딸이 어린 만큼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항공운송 사업자는 기내 보안 유지를 위해 조종실 출입 절차와 비인가자의 침입 방지 조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 이를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진에어 자체 보안 계획에도 조종실 출입이 허가된 자를 제외하고 누구도 조종실에 출입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임의로 가족을 조종실에 출입하게 한 기장 및 사무장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항공기 운항은 그 특성상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대량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조종사의 안전은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전체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며 "따라서 항공기에 승객을 태우고 운항하는 동안에는 조종실에 기장 등을 제외한 비인가자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소위 '9·11 테러'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조종실 출입통제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법에서 정해진 절차를 밟지 않은 이상 조종사 아닌 자의 항공기 조종실 출입을 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역시 항공보안법 등 관련법에서는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본안의 경우 과태료 규정뿐만 아니라 회사 내 징계로 제재를 받을 수 있지만, 보다 중한 형사처벌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운항 중인 항공기 조종실에 비인가자를 출입시키는 행위는 당사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 제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 기장이 자녀를 조종석에 앉혔다가 아이의 실수로 비행기가 추락한 사례 ▲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조종석에 두었다가 기체 조정이 잘못되어 위험에 처해진 사례가 있다"며 "최근 국내에서도 항공기 비상문을 강제 개방하는 등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항공기 내 이런 문제들은 다수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매우 높은 수준의 안전 의식과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9·11테러 사태 이후 항공기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조종실은 절대 외부인에게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지침을 둔 곳이 많다. 지금과 같이 아무런 처벌 규정이 없다면 앞으로 유사 사건이 또 재발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단지 항공기 조종실에 누군가를 초대해는 것뿐만 아니라, 조종실 내에서 기장 등 조종사들이 유튜브 촬영을 하는 등 항공 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행위까지도 금지하는 규정 신설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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