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김병기 2024. 9. 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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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문화제 앞두고 3년째 침수·유실 반복, 예견된 사고... 시민단체 "세금 먹는 하마"

[김병기 기자]

 지난 20일 내린 비로 떠내려가는 백제문화재 '유등'
ⓒ 보철거시민행동
백제문화제에 사용될 유등 조형물이 지난 20, 21일 이틀 동안 내린 비로 인한 급물살을 버티지 못하고 휩쓸려 갔다. 행사 때 사용하려고 강을 가로질러 만들었던 부교(배다리)도 뜯겨나갔다. 물에 떠내려간 설치물들은 공주 공산성 앞 금강을 가로지르는 금강철교 바로 아래쪽에 새로 만드는 교각의 철골구조물에 걸려 볼썽사납게 방치돼 있었다.

지난 22일, 제70회 백제문화제가 열릴 예정인 공주시 금강변의 금강신관공원과 미르섬 일대에서 목격한 모습이다. 이날 <오마이뉴스>는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보철거시민행동)과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오는 28일, 문화제 개막을 일주일 앞둔 이곳 현장에서는 물이 빠진 뒤 쌓인 펄을 씻으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강물에 띄우려고 준비한 황포돛배의 일부도 유실된듯했다.

그동안 공주시는 4억 1000만 원을 투입해 '웅진백제 등불 향연' 프로그램으로 공산성과 미르섬을 잇는 배다리, 황포돛배 430척과 유등 130점 등을 설치해 왔다. 미르섬 일대 꽃단지와 조명 설치 등으로 책정된 예산도 5억 원이다. 하지만 이틀간 내린 폭우로 유등이 쓸려 내려가는 등 피해액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김병기의 환경새뜸 현장 라이브 바로 가기
(https://www.youtube.com/live/f9cL5qH5CjI?si=tJjw6XM3mznmZt_G)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은 "제70회 백제문화제를 위해 공주시가 설치한 유등과 부교, 황포돛배 등이 올해도 어김없이 강우에 쓸려 내려갔다"라면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벌써 3번째 반복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임 실장의 말처럼 '대백제전'으로 치러진 2023년에도 상황이 비슷했다. 백제 웅진천도를 기념한다며 475척의 황포돛배와 160여 점의 유등을 설치했지만, 당시에도 강우로 인해 대부분 유실됐다.

작년 백제문화제 때 피해를 키운 건 공주보 담수 때문이기도 했다. 공주시는 수년 째 민관 협의를 어기로 유등과 황포돛배를 띄우기 위해 공주보를 담수해 왔다. 작년에는 환경단체 활동가 등이 고마나루에서 담수에 반대하며 수중 시위까지 벌였지만, 담수를 중단하지 않았고, 이 상태에서 비가 와서 수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공주시는 결국, 100여 척의 황포돛배를 띄운 채 행사를 치렀다.
 백제문화제 때 사용할 황포돛배
ⓒ 김병기
 백제문화제 때 사용하려던 부교가 모두 떠내려갔다.
ⓒ 김병기
그럼에도 공주시는 올해 백제문화제를 앞두고 공주보 담수를 요청한 상태였다. 하지만 다행히 강우가 예고된 탓인지 수문을 닫기 전이었다.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도 "작년에 이어 또 다시 황당하고 참혹한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면서 "피 같은 혈세, 국민의 돈으로 만든 소중한 조형물들인데, 공무원들이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강물에 처박았을까 묻고 싶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유 처장은 이어 "공주보 운영민관협의체, 금강 보 운영협의체 등에서도 행사와 관련, 공주보 담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형물을 설치하고, 부교는 기존 모래톱을 충분히 활용해서 연출하라고 권고를 해왔다"라면서 "공주시도 이런 권고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는데 번번이 이를 위반하고 행사를 강행하다가 매번 막대한 예산을 수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하류 200~300m 지점에 있는 '백제문화이음길' 공사 현장도 잠겼다. 보철거시민행동은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공주시가 백제문화이음길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고마나루를 복원하고 제민천과 잇는 산책로를 만들고 있는데, 비가 조금만 와도 수장될 위치에 무분별하게 설치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관련기사 : "물에 잠기는 '예산낭비' 데크길... 공주보 닫지 마라" https://omn.kr/2a88o).
 물에 잠긴 '백제문화이음길' 나무데크
ⓒ 김병기
보철거시민행동은 또 "백제문화이음길 사업은 금강의 모래사장과 자갈밭으로 접근을 유도하는 것에는 긍정적이지만 강변 자갈밭까지 연결된 데크는 공주보 수위 상승과 장마 등 큰 비에 침수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매년 수리와 복구를 반복하면서 예산 잡아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한 바 있다.

당일 현장에 와 보니 보철거시민행동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있었다. 백제큰다리 교각 아래쪽에서 고마나루 모래톱으로 설치되고 있는 나무 데크 산책길이 물속에 잠겼다.

임 실장은 "아직 설치를 마치지도 않은 백제문화이음길은 65억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매년 공주보를 담수하면서 명승지인 고마나루의 금은모래밭을 시궁창 펄밭으로 만들면서 백제문화를 잇겠다며 고마나루에 산책로를 만드는 것은 이상한 행정"이라며 "누가 봐도 물에 잠길 게 뻔한 위치에 막대한 세금을 들여 나무 데크길을 만드는 것도 황당한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23일 보철거시민행동은 이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백제의 문화가, 공주시와 환경부의 무능한 행정으로 매년 강우에 침몰하고 있다"면서 "백제문화제 시설물 침수와 유실은 더 이상 '예상치 못한 강우'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작년에도 우리는 하천 내 시설물을 설치하는 문화제 계획에 우려를 제기했다"라면서 "매년 쓰레기가 되어 떠내려 온 시설물이 금강변 곳곳에 방치되고 버려져 있는 것을 고발하면서,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공공연하게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공주시와 환경부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 민관합의를 묵살하면서 무능으로 행정력과 예산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공주 시장과 환경부 장관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우로 유실된 유등과 부교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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