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김병기 기자]
▲ 지난 20일 내린 비로 떠내려가는 백제문화재 '유등' |
ⓒ 보철거시민행동 |
지난 22일, 제70회 백제문화제가 열릴 예정인 공주시 금강변의 금강신관공원과 미르섬 일대에서 목격한 모습이다. 이날 <오마이뉴스>는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보철거시민행동)과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오는 28일, 문화제 개막을 일주일 앞둔 이곳 현장에서는 물이 빠진 뒤 쌓인 펄을 씻으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강물에 띄우려고 준비한 황포돛배의 일부도 유실된듯했다.
그동안 공주시는 4억 1000만 원을 투입해 '웅진백제 등불 향연' 프로그램으로 공산성과 미르섬을 잇는 배다리, 황포돛배 430척과 유등 130점 등을 설치해 왔다. 미르섬 일대 꽃단지와 조명 설치 등으로 책정된 예산도 5억 원이다. 하지만 이틀간 내린 폭우로 유등이 쓸려 내려가는 등 피해액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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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은 "제70회 백제문화제를 위해 공주시가 설치한 유등과 부교, 황포돛배 등이 올해도 어김없이 강우에 쓸려 내려갔다"라면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벌써 3번째 반복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임 실장의 말처럼 '대백제전'으로 치러진 2023년에도 상황이 비슷했다. 백제 웅진천도를 기념한다며 475척의 황포돛배와 160여 점의 유등을 설치했지만, 당시에도 강우로 인해 대부분 유실됐다.
▲ 백제문화제 때 사용할 황포돛배 |
ⓒ 김병기 |
▲ 백제문화제 때 사용하려던 부교가 모두 떠내려갔다. |
ⓒ 김병기 |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도 "작년에 이어 또 다시 황당하고 참혹한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면서 "피 같은 혈세, 국민의 돈으로 만든 소중한 조형물들인데, 공무원들이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강물에 처박았을까 묻고 싶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유 처장은 이어 "공주보 운영민관협의체, 금강 보 운영협의체 등에서도 행사와 관련, 공주보 담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형물을 설치하고, 부교는 기존 모래톱을 충분히 활용해서 연출하라고 권고를 해왔다"라면서 "공주시도 이런 권고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는데 번번이 이를 위반하고 행사를 강행하다가 매번 막대한 예산을 수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물에 잠긴 '백제문화이음길' 나무데크 |
ⓒ 김병기 |
당일 현장에 와 보니 보철거시민행동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있었다. 백제큰다리 교각 아래쪽에서 고마나루 모래톱으로 설치되고 있는 나무 데크 산책길이 물속에 잠겼다.
임 실장은 "아직 설치를 마치지도 않은 백제문화이음길은 65억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매년 공주보를 담수하면서 명승지인 고마나루의 금은모래밭을 시궁창 펄밭으로 만들면서 백제문화를 잇겠다며 고마나루에 산책로를 만드는 것은 이상한 행정"이라며 "누가 봐도 물에 잠길 게 뻔한 위치에 막대한 세금을 들여 나무 데크길을 만드는 것도 황당한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23일 보철거시민행동은 이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백제의 문화가, 공주시와 환경부의 무능한 행정으로 매년 강우에 침몰하고 있다"면서 "백제문화제 시설물 침수와 유실은 더 이상 '예상치 못한 강우'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강우로 유실된 유등과 부교 |
ⓒ 김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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