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 "청소년 자살 대책, 경쟁 교육은 그대로 둔 채 '관리'에 그쳐"
전교조 "문제 본질 비켜간 대책"
"경쟁교육 체제, 학교 붕괴 현상부터 직시해야"
정부가 '10대 청소년 자살 예방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학생들을 극한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 현실은 그대로 둔 채 '상담'과 '관리'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9일 교육부가 발표한 '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 대책'과 관련해 "청소년 자살 증가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문제의 본질을 비켜 간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전교조는 "청소년 자살을 줄이겠다고 하면서도 청소년을 극한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 현실은 그대로 둔 채 상담과 치료, 위기학생 관리 대책을 확대하는 데 그쳤다"면서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를 해결하려면 경쟁교육 체제와 학교 붕괴 현상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는 2016년 273명에서 2025년 396명으로 10년 새 45.1% 증가했다. 정신과 진료 인원(0~19세) 역시 지난 2021년 1만명당 27.4명에서 지난해 43.1명으로 57.3% 늘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가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경고음"이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청소년 자살은 우리 교육과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어떤 삶을 강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결과"라며 "상담 인력 몇 명을 더 늘리고 프로그램 몇 개를 추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경쟁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성장과 관계를 중심에 두는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경쟁 교육이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경쟁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결단은 내놓지 못했다"며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측정 가능한 사업과 관리 지표를 늘리는 데 집중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교육부에 "더 이상 보여주기식 대책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며 "청소년 자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입시 경쟁 완화, 학교 공동체 회복, 정서위기 학생 지원 체계 구축이라는 근본 과제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책무와 예방 정책을 위한 적극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마음건강 위기 학생이 급증하게 된 근본 원인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다소 부족해 아쉽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에 교육부 관계자는 "청소년 자살 이유는 복합적"이라며 "학업 스트레스, 경쟁 압박 등 내재적인 이유도 있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무의식적으로 주입하는 사회·가정 등의 외재적 압박도 있기 때문에 이번 대책에서는 자살 고위험군 등의 마음건강에 집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육 정책 측면에서는 별도 대책을 마련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교육부는 청소년 자살,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총 15개 부처가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에서는 현재 범교과 6차시로 운영 중인 사회정서교육을 17차시까지 확대해 자살 예방에 힘쓰고, 디지털 과의존 및 자해·자살 유발정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살 유발요인을 줄이기로 했다.
고위기 청소년은 '마음 시피알(CPR) 교육(가칭)',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서비스' 등을 통해 지원하며 지방자치단체 자살예방관이 총괄하고 교육(지원)청이 참여하는 '청소년 생명지킴 지역 안전망 협의회(가칭)'도 운영해 신속 대응 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재정·인력도 확충에도 나선다. 보통교부금 총액의 1% 수준을 목표로 기준재정수요 내 '학생마음건강지원비' 반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교육(지원)청 소속의 학생 마음건강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약 200명가량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고민정 의원이 지난 3월 대표 발의한 '학생 마음건강 증진 및 정서행동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전문기관 설립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는 '청소년 심리부검 사업'을 충실히 운영하고, 자살 사망자가 남긴 디지털 정보와 사망자 통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원인 미상' 사례를 축소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교량·고층 건물 등 자살 장소 관리, 인공지능(AI) 과의존에 대한 가이드라인 안내, 민관 협력을 통한 캠페인 등도 운영한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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