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십시오"... 오기두 변호사의 한마디에 재판장은 고개를 숙였다

김종훈 2026. 6. 1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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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재판 끝장보도 8일차 오후 10시] 박상용 검사, 추가 증인신문 요청했지만 결국 무산

<오마이뉴스>는 8일부터 2주 동안 열리는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 사건 국민참여재판을 매일 오전·오후·저녁 등 세 차례 이상 연속보도한다(omn.kr/2il9y). 또한 연어 술파티 의혹을 둘러싼 핵심 혐의가 다뤄지는 2주 차 때는 매일 재판이 끝난 뒤 오마이뉴스 법조팀 유튜브채널 '서초동 시끌법정'에서 재판 상황을 해설할 예정이다(www.youtube.com/@ohmynewsLAT). <편집자말>

[김종훈 기자]

▲ 증인석에 앉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4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 남소연
"사과하십시오."

17일 오후 6시 31분. 역대 최장 국민참여재판이 진행 중인 수원지방법원 204호 법정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 오기두 변호사가 송병훈 재판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몇 초 뒤 송 재판장은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장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착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장면은 극히 드물다. 변호인들도, 검찰도, 배심원단도, 방청객도 술렁였다. 이 장면의 출발점에는 몇 시간 전 법정에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낸, 쌍방울 대북송금사건 수사검사였던 박상용 검사가 있었다.

송병훈 재판장 "박상용 검사가 왔으니 들어보려 한다"

이날 오후 이화영 전 부지사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저녁식사를 위한 휴정을 앞둔 순간, 송병훈 재판이 갑작스레 박상용 검사 추가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검사는 재판부에 추가 증인신문 요청서를 제출한 상황이었다.

"김성태(쌍방울그룹 전 회장) 등은 거짓말탐지기(검사)를 왜 안받았는지 말이 나왔는데 박상용 검사 이유를 못 들었다. 지금 (방청석에) 박상용 검사가 왔으니 그 쟁점에 대해 들으려 한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 오기두 변호사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재판장님, 우리한테 고지도 안 하고 박상용 검사 주장만 채택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송 재판장은 "김성태 등은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라고 답했다. 오 변호사는 "그럼 박상용 검사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으려고 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 다른 사이드를 통해 의견을 접한 건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재판장은 "자료에"라고 하면서 "(다른 쪽을 통해) 그런 거 없고 궁금하기도 해서"라고 답했다. 오 변호사는 재차 "오늘 박상용 검사가 재판을 보고 복도에서 기자들을 놓고 기자회견하고 했다"며 "재판장이 고지하는 내용에 대해 반대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의견을 받아서 우리가 보고 결정하는 게 형사소송법에 맞다"며 "만약 재판부가 직권으로 (추가 증인신문을) 한다면 미리 얘기해야지, 지금 재판부가 검찰 편 드는 거 아닌가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송 재판장은 "반대 입장을 알겠다, 양쪽 의견을 듣겠다"라고 밝힌 뒤 5분간 휴정을 했다.

재판부 착오 확인… 결국 나온 공개 사과
 수원지법, 수원고법 전경
ⓒ 연합뉴스
휴정 뒤 법정으로 돌아온 송병훈 재판장은 검찰에 의견을 물었다. 검찰은 "박상용 검사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왜 안받았는지 배심원들도 궁금해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에서 (추가 증인신문을) 직권으로 결정하거나 변호인들이 양해해주면, 우리도 명확하게 모르니 피고인 측이 반대신문을 통해 (확인하자)"라고 제안했다.

오 변호사가 다시 나섰다. "박상용 검사가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안 받았다고, 어디에 그렇게 쓰여 있냐"라고 물었다. 순간 송 재판장은 모니터를 살피더니 곧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일단은 재판부가 착각한 거 같습니다. 오기두 변호사 말이 맞습니다."

송 재판장은 "(이화영 전 부지사 거짓말탐지결과보고서에) 박OO으로 돼 있어서 착각했다"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문건에 박OO이 많다. 제대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덕우 변호사도 "박상용 검사가 54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건 속에서 '박OO'으로 명시된 사람은 54세로 기재됐다. 40대인 박 검사와는 차이가 있다. 해당 인물은 박상웅씨로, 김성태 전 회장을 수발하며 2023년 5월 17일 수원지검에 술을 반입한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송 재판장은 "재판 절차 진행과 관련 착오가 있었다"며 "오기두 변호사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라고 했다. 오 변호사는 사과를 요구했고, 송 재판장은 지체없이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같은 모습을 방청석에 앉은 박상용 검사가 말없이 지켜봤다. 이후 저녁시간을 위한 휴정 이후 재개된 재판에서 박상용 검사가 직접 자신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 여부를 물었고, 송 재판장은 검찰과 피고인 측 의견을 물은 뒤 증인신문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후 실망한 표정의 박 검사는 곧 법정을 떠났다.

박상용 검사, 법정 앞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 이화영 국민참여재판 증인 출석하는 박상용 검사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사실 술 파티 위증' 혐의 국민참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장면의 출발점에는 몇 시간 전 법정에 나타난 박상용 검사가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25분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잠시 휴정에 들어간 시간이었다. 변호인들과 취재진, 방청객들이 하나둘 법정을 빠져나가던 순간, 박상용 검사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증인신문을 마친 상태였다. 이날 재판부는 박 검사를 부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박 검사는 곧장 검사석으로 향했다.

그는 검사들에게 자신이 재판부에 '추가 증인신문 등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알렸다. 이후 법정 밖 복도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즉석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는 ▲자신이 서울고검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추가 증인신문을 통해 설명할 기회를 달라는 것 ▲재판부 직권으로 자신에게도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해달라는 것이었다.

박 검사는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대해 "나는 동의서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이화영만 하고 나를 안 하느냐", "(내가) 진실 반응이 나오면 안 되니까 안 한 것 아니냐", "배심원들에게 거짓말하면 안 된다", "배심 재판을 제대로 하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심지어 사흘 남은 국민참여재판을 연장해서라도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구도 90분 경기지만 반칙이 있으면 추가시간이 있다",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시간이 걸린다면 재판이 늘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박 검사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오마이뉴스> 등을 통해 보도된 것을 두고는 "여론 조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해당 결과보고서에는 박상용 검사의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다. 보도에도 검사님 이름은 없다"고 묻자 박 검사는 "아니 근데 계속 변론에서 얘기를 하잖아요"라고 반박했다. 자신은 검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결과보고서에는 김성태 전 회장과 박상웅씨에 대해서만 거짓말탐지기 검사 실시 여부가 적혀 있다"고 지적하자, 박 검사는 "왜 나는 동의했는데 검사를 하지 않았느냐"며 "저에 대해서는 왜 하질 않느냐"고 말했다.

이화영 "술자리는 큰 문제가 아니다"

이날 오후 진행된 피고인신문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는 "술자리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가 국회에서 증언한 핵심 내용은 수원지검 1313호 박상용 검사실에서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회 증언장에서 술자리 자체가 쟁점이 아니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회유와 압박에 대해 대단히 많은 내용을 증언한 자리였다."

검찰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술자리가 있었다고 특정한 날짜가 5월 17일인지, 6월 18일인지, 6월 30일인지 계속 바뀌었다고 공격했다. 반면 이 전 부지사 측은 처음부터 날짜를 단정한 적이 없으며, 객관적인 자료가 확보되면 특정할 수 있다고 반복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는 "갇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날짜를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접견녹취록이나 박상웅의 소주 구매내역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했다"며 "백지 상태에서 없는 사실을 말했다면 어떻게 나중에 이런 객관적 정황들이 동시에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국민참여재판 8일차인 18일에는 마지막 쟁점으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 다뤄진다. 이 전 부지사가 수원지검에 의해 기소된 것은 이번 사건이 여섯 번째다. 검찰은 2022년 10월 뇌물 혐의 등으로 이 전 부지사를 처음 구속기소했다. 이후 형기 만료를 앞두고 대북송금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두 차례 추가 기소했다. 2024년 6월 1심 선고 이후에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대북송금 관련 제3자뇌물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 전 부지사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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