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 무단이탈...낮은 임금 때문?

이경태 2024. 9. 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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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급여지급 방식 개선 협의"... 한국노총 "최저임금 줘도 이탈자 발행, 제도 전면 재검토 필요"

[이경태 기자]

 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2024.9.3
ⓒ 연합뉴스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지난 15일부터 연락두절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26일까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지방노동청과 법무부에 '이탈 신고' 된다. 이들은 신고 후 한 달 동안 복귀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로 분류될 예정이다.

기대보다 낮은 임금 등에 따른 무단이탈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를 처음 보도한 <이데일리>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이번 사건을 열악한 근로 여건에 따른 이탈이라고 증언했다. 특히 <이데일리>는 지난 20일 첫 임금이 지급되었는데 지난 3일부터 19일까지 일한 것에 대한 임금이 아닌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2일까지의 교육 수당을 받았고, 그마저도 숙소 비용 등이 공제돼 실수령액이 5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는 추가이탈 방지를 위해 급여지급 방식을 현행 월급제에서 주급제로 개선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을 고용노동부와 적극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급여지급 방식 등 근무환경 개선, 노동부와 협의할 것"

서울시가 필리핀 가사관리사 2인의 무단이탈을 파악한 시점은 지난 19일이었다.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한 관리를 맡고 있는 업체에서 지난 18일 (가사관리사) 그룹장으로부터 2명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고, CCTV를 통해 이를 확인한 업체는 19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에 (이탈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가사관리사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본국의 부모님 등 다방면으로 연락 중이나 미복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5영업일 이상 결근 또는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관할 노동청에 이탈사실을 신고토록 규정돼 있으며 1개월 이내 강제출국, 강제출국 불응시에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추가이탈 방지를 위해 다른 가사관리사들에게 무단이탈 시 예상되는 불이익과 근무 및 적응 관련 상담 창구 안내 등을 담은 개별 서한을 발송했고, 필리핀 대사관에도 이탈 사실을 전하고 교육 및 공지 등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실수령액 교육수당 50만 원'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 분할지급한 교육수당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가사관리사들은) 8월 6일부터 9월 2일까지 장기유급휴가훈련에 따른 '교육수당'으로 201만1440원을 받았다. 이 중 숙소비용 및 소득세 등 53만9700원을 공제하고 147만1740원 정도 지급됐다"며 "(교육수당은) 8월 30일, 9월 6일, 9월 20일 3회 분할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시는 "본국에 가족을 남겨두고 한국행을 택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생활고 해결 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은 서울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라며 "급여지급 방식을 '월급제'에서 '주급제'로 개선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을 고용노동부와 적극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24일 가사관리사·서비스제공업체·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국노총 "최저임금 지급해도 이탈자 발생, 최저임금도 지급 않으면?"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세번째)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기대보다 낮은 임금이 무단이탈의 주된 이유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임금지급방식의 변화가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내국인 기준 최저임금을 적용받지만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 미만이라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보다 임금을 적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는 월 100만 원 정도로 충분히 필리핀 가사노동자나 양육 도우미 같은 분들을 쓸 수 있는데 우리는 최저임금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도록 법이 돼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200만 원 정도를 주어야 한다"면서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한 바도 있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외국인력'을 지렛대 삼아 돌봄 서비스 분야 비공식 시장을 확대하려 이번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의 후과는 명확했다"며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고 파트타임으로 일할 경우 주40시간 근무가 확보되지 않아 약속된 수준의 급여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이해당사자와의 협의 없이 밀실에서 졸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며 "최저임금을 지급해도 이탈자가 발생하는데 외국인 돌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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