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껌 씹으면 메스꺼움 및 구토 예방 효과적
- 수술 후 껌 씹기 효과는 기존에도 인정돼
- ‘약물 없이 부작용 경감시킨다’는 점에 의의
수술 전 껌을 씹으면 수술 후에 흔히 발생하는 증상인 메스꺼움과 구토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고현정 교수와 채민석 교수 연구팀은 양성 난소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로봇 보조 복강경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 88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수술 직전 약 15분에 걸쳐 무설탕 껌을 씹은 그룹 44명의 경우, 수술 후 항구토제 등 후속 처방 사례가 감소했다는 내용이다.
수술을 마친 후 발생하는 오심(메스꺼움)과 구토는 매우 흔한 증상이다. 특히 로봇 및 복강경 수술의 경우 최소침습수술법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수술 기법상 복강 내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게 되는 만큼 수술 후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 흡연자, 멀미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수술 후 70% 이상이 심한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과 연관될 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괴롭고 불쾌한 증상인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위험 인자가 있는 환자들에게 사전에 항구토제 처방 등 예방조치가 행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수술 후 껌 씹기는 기존에도 인정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하는데 ‘껌 씹기’가 효과가 있다는 것은 기존에도 인정되던 내용이다. ‘근거 중심 의학’을 지향하는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를 비롯한 메타 연구에서도 수술 후 껌을 씹는 행위가 위장 운동을 활성화시켜 장 꼬임을 방지하고 회복을 촉진한다는 내용이 언급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위와 같은 기존 연구 사실에 근거, ‘수술 후’가 아닌 ‘수술 전’ 껌 씹기가 효능이 있는지를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실험에 참가한 88명의 환자는 무작위 배정을 통해 44명씩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실험군에 해당하는 참여자들은 수술 직전 통제된 환경에서 15분간 무설탕 껌을 씹었다. 보다 명확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수술 후 부작용 여부를 확인할 때도 어떤 환자가 어떤 그룹에 속해있는지 알 수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와 같은 연구 수행 결과, 수술 전 껌을 씹는 것이 수술 후 부작용 발생을 줄이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껌을 씹고 나서 수술을 진행한 그룹 중 구토 후유증으로 치료제를 투여한 인원은 21명이었으며, 9명은 구토방지제 투여가 필요하지 않았다. 반대로 껌을 씹지 않은 그룹은 37명이 치료제를 투여했고, 구토방지제 투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는 2명으로 나왔다.
수술 전 금식 원칙은?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보통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는 일정 시간 동안 금식하는 것이 원칙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마취로 인한 구토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수술 중 마취로 구토가 발생할 수 있고, 이때 위에 음식물이 남아있으면 구토와 함께 기도가 막히거나 기도로 음식물이 넘어가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2014년 미국마취학회(ASA)에서는 연례 회의를 통해 ‘수술 전 금식 기간에 껌을 씹는 것은 안전하다’라는 내용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내용이 2023년 ‘수술 전 단식을 위한 진료지침’ 개정판에 반영됐으며, 이에 따라 수술 전 껌을 씹는다고 수술을 연기할 필요가 없음이 확정됐다.
연구를 주도한 마취통증의학과 고현정 교수는 “로봇 및 복강경 수술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복강 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인해 환자들이 구토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다”라며 “이러한 문제를 비약물적 개입으로 경감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주안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의적인 껌 씹기가
허용되는 것은 아냐
이번 연구는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지만, 이를 통해 환자들이 임의로 껌을 씹도록 허용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철저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일괄적인 제품을 활용한 사례인 데다가, 일반화할 정도로 많은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의료진에 의해 잘 통제된 환경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무엇보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소를 토대로 추가 연구가 진행된다면, 머지 않아 공식적으로 진료지침에 반영될 가능성도 충분해보인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고현정 교수를 교신저자로, 채민석 교수를 제 1저자로 하여 국제학술지 'Medicina' 최근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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