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남, 금융경력 없는데 연봉 3억 자리…野 "김건희 낙하산"
“제2·제3의 김대남도 곧 나온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녹취록 파문이 확산하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추진 중인 야권은 ‘김건희 낙하산’으로 과녁을 넓히고 있다. 김 전 행정관뿐 아니라 김 여사 인맥으로 분류되는 여권 인사 다수가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갔다고 보고 이를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김 전 행정관은 “한동훈 후보를 공격해 달라”,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는 통화 녹취록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의 새 뇌관이 됐다. 그는 중견 건설사에서 재개발 업무 등을 하다 2021년 윤 대통령 지지단체인 ‘윤공정포럼’에 참여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선거대책본부에서 조직국장으로 활동한 그는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 강남구청장 공천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이후 시민사회수석실 선임 행정관으로 대통령실에 입성한 그는 4·10 총선 때 용인갑 공천을 노렸지만, 당시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던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밀렸다.
대통령실에서 나온 그는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나경원 후보를 도왔다고 한다. 전당대회 직후인 8월 2일 SGI서울보증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상근감사위원에 선임됐다. SGI서울보증은 예금보험공사가 93.85%의 지분을 가진 정부 투자 기관이다. 신원 보증 등의 방식으로 채무자에게 부족한 신용을 보강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SGI서울보증 감사는 1억6000만원의 기본급에 50~125%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연봉 2억4000만원~3억6000만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사와 차량이 제공되고, 업무 추진비 명목으로 월 470만원의 법인카드도 쓸 수 있다.
민주당은 금융 관련 경험이 전무한 김 전 행정관이 고액 연봉을 받는 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가 될 수 있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연이어 낙천됐고, 한 대표를 공격하느라 힘쓴 데 대한 위로와 보은 인사였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3일 “대통령 부부가 김대남과의 친분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고 선을 긋자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은 김대남 녹취록에 나오는 기막힌 이야기들을 해명하라고 요구하는데, 뚱딴지같은 대답을 내놨다. 김 여사가 지난 총선과 전당대회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나 답하라”고 공격했다.
특히, 민주당은 “김 여사가 진짜 대통령이고 국정과 당무에 마구잡이로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윤종군 원내대변인 1일 논평)며 김 전 행정관 외에도 김 여사 라인의 낙하산 인사가 다수 진행됐을 것으로 보고 추가 사례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다는 의혹을 2일 제기했다. 김 전 비서관은 6월 한국공항공사 사장 공개모집에 응모했으며, 지원자 13명 중 최종후보 5인에 포함됐다.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1억44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야권은 민영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도 ‘김 여사 낙하산’ 인사 중 하나라고 의심한다. 민 사장은 공모 당시 지원서에 관련 실적이나 업적을 공란으로 제출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공공기관 사장이 갖춰야 할 그 어떤 자격 증빙 내용도 없었다”며 “도를 넘어선 낙하산 인사”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국민의힘의 모 인사가) ‘김건희 라인이어서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공천개입과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김 여사를 조준하고 있는 민주당은 김 전 행정관을 비롯한 낙하산 의혹을 추가해 김건희 특검법 등의 재의결 때 여권에서 ‘반란표’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3일 “반드시 김건희 특검을 관철할 테니 국민의힘도 더 이상 김건희 왕국에 부역하지 말고 특검법 처리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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