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대통령 등에다 소리 지르며 질문, 정상적 취재행위 아냐"
[이경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 후 퇴장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특정 출입기자가)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로 (출근길 문답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들었다. 오히려 국민과 소통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이에 근본적 검토를 통해 국민과 더 나은 소통을 위해 부득이 오늘부로 도어스테핑(아래 출근길 문답) 중단을 결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21일 오후 기자들을 만나 밝힌 출근길 문답 중단 결정 배경이다. 이 부대변인은 "출근길 문답을 정착시키고, 전통으로 만들려 한 것은 스스로 '질문 받고 견제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라며 이러한 설명을 내놨다. 즉, 지난 18일 출근길 문답 당시 불거졌던 일련의 사태들을 '국민과의 소통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요인'으로 판단했단 얘기다.
MBC 출입기자는 당시 "(한-미)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 하려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MBC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는) 부득이한 조치였다"는 윤 대통령의 답변에 "뭐가 가짜뉴스냐", "뭐가 악의적이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들어가시는 분한테 왜 질문을 하느냐'는 취지로 제지하면서 해당 기자와 언쟁이 벌어진 바 있다(관련기사 : 윤 대통령 "MBC 동맹관계 이간질, 가짜뉴스로 '악의적 행태' 보여" http://omn.kr/21o0t).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이와 관련한 MBC 기자에 대한 징계 의견을 출입기자단 간사단에 요구하고, 이날(21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출근길 문답 중단 결정을 통보했다.
'질문 받고 견제 받는 대통령 되겠다'더니... "18일, 국민 모두 불편한 현장"
대통령실은 당시 비서관과 기자 간 설전보다 출근길 문답 후 퇴장하는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높여 질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앞서 "스스로 질문 받고 견제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출근길 문답을 정착시켰다"는 설명과 모순된 지점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출근길 문답이 국민과의 소통을 저해하는 방해물이 될 것이란 우려"란 이재명 부대변인의 언급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 받자, "현장을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그 현장이 국민과의 소통의 장이 아니라 고성이 오가고 난동에 가까운 행위가 벌어지는 국민 모두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에 대한 재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출근길 문답을 계속 유지하면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하려는 본래 취지가 오히려 위협받게 된다"라며 "그렇게 국민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출근길 문답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대통령이 불편한 질문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출근길 문답을 마치고 들어가는 대통령 등에 대고 고성에 가까운 소리 지르면서 같은 얘기를 두 차례 했다. 그것이 정당한 취재활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 때) 누구보다 불편한 질문에 많이 답변한 것도 기억하고 있다"며 "(MBC 기자의 당시 질문은) 그런 점에서 불편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MBC 기자에 대한 징계가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냐'는 취지의 질문엔 "어떤 방식으로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부 논의가 계속 진행돼 왔다"라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는 어떤 즉각적인, 그리고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기자단과 협의 속에서 자정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관련 논의를 제안드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논의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고민을 해 나가겠다"라며 "지금 특정한 것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경호처에서 MBC 기자 출입 금지를 제안한 것은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MBC에 관련한 조치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고 답했다(관련기사 :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MBC 징계 논의 요구 http://omn.kr/21p6k).
김영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 사의 표명
한편, 김영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이날(21일)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그러나 당시 MBC 기자와 직접 설전을 벌였던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김 비서관께서 지난 18일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출근길 문답 및 공간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서 오늘 사의를 표명한 게 맞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자와 설전을 벌인 이 비서관에 대한 조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앞서 말한대로 정당한 취재활동이라 보기 어려운 고성과 소란이 있었고 그것이 재차 반복됐다. 이 비서관은 출근길 문답을 담당하는 주무 비서관이기도 해서 그것을 지적한 것"이라며 사실상 이 비서관의 대응을 정당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자와의) 설전은 앞에 있었던 문제(MBC 기자의 추가 질문)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며 "그 설전은 지금 이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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