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수사권, 헌법적 권한? 법률적 권한?..한동훈, 기자 예시로 제시

손가영 2022. 9. 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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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검수완박법' 권한쟁의 심판 공개변론의 5대 쟁점

[손가영 기자]

청구인(법무부장관) "취재 기자와 기사 쓰는 기자를 분리해, 취재 기자가 기사에 전혀 관여 못한다면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있겠느냐?"
청구인(검사) "숙련된 암 전문의에 '위암·폐암 의심 환자이니 그것만 수술하고 도중 간암이 발견돼도 수술하지마라'고 하는 것과 같다."
피청구인(국회) "권력 집중·남용 방지를 위해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하는 게 타당하다는 논의는 1954년 형사소송법을 제정할 때부터 이뤄졌다."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적 권한이라는 검찰과 법률적 권한에 그친다는 국회 대리인의 치열한 공방이 27일 오후 내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어졌다. 검찰은 "70여년 확립된 형사사법시스템이 무너진다"거나 수사·기소 분리를 기자의 취재·보도 분리에 빗대는 등 다양한 수사를 동원해 설득에 나섰다. 
지난 6월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검사 6인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헌재에 신청한 권한쟁의사건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5시간 동안 내리 이어진 공개변론 내용을 5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일명 '검수완박'(검찰 직접수사권 축소) 법안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① 검사는 헌법상 기관인가?

검찰 : "헌법 12조·16조는 체포·구속·압수·수색시 '검사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정한다. 검사는 경찰·대학총장처럼 헌법에 용어만 언급된 기관이 아니라 헌법으로 구체적 권한이 부여된 기관이다."

국회 : "이 조항의 본질은 국가권력의 강제 수사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영장주의다. 모든 국민의 신체 자유를 규정한 내용이지, 검사에 영장신청권·수사권을 헌법적으로 부여한다는 규정이 아니다."

검사가 국가기관인지 여부는 '당사자 적격' 때문에 중요하다. 헌법재판소법상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만 신청할 수 있는데, 국가기관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기관을 뜻한다.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심판 청구 자격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본론을 심리하기 전에 사건이 각하된다.

헌법에서 검사는 영장주의를 규정한 12·16조에만 등장한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 검사 7인은 이를 근거로 검찰이 헌법에서 독자적 권한으로서 영장신청권을 부여받는 국가기관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 참고인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기본권을 가장 위험하게 침해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이중성을 전제로 봐야 한다"며 "(해당 조항은) 신체 자유를 보호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가진 헌법이 영장 남발의 위험성을 각별히 규율하는 것으로 넉넉히 추론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②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인가?

검찰 "그렇다. 헌법이 수사·소추권을 규정하진 않지만, 영장신청권은 규정한다. 영장을 청구하려면 수사권은 불가피하다. 또 소추권은 사법 작용의 하나다. 이런 준사법기관적 측면에서 수사권의 헌법적 지위는 도출된다."

국회 "법률상 권한이다. 헌법 어디에도 검찰의 수사·소추권을 정한 내용은 없다. 수사와 기소 권한 내용과 범위, 절차는 모두 법으로 정한다. 헌법 조문에서 수사권을 도출할 수 있다고 해석할 근거도 없다. 학계의 통설도, 헌재의 판례도 같은 입장이다."

검사의 수사·소추권의 위상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서도 심판결과는 달라진다. 법률상 권한이라면 검사의 헌법적 권한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석태 재판관은 여기서 "경찰의 입장이 잘못됐다고 보십니까"라고 한동훈 장관에게 묻기도 했다. 경찰은 실제 현장 수사를 책임지는 주체인데 수사가 검찰의 본질적 권한이라는 검찰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또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찬성하는 여론을 집단적으로 표출한 바 있다.

한 장관은 "경찰 집단의 의견을 맞냐,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는 건 어렵다"며 "어떤 공익도 찾을 수 없고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형사사법시스템을 훼손하는 이런 식의 개정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 걸 문제 삼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측 소송 대리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일명 '검수완박'(검찰 직접수사권 축소) 법안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③ 개정 내용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가?

검찰 : "그렇다. 대표적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박탈이 있다. 경찰이 잘못 불송치하면,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거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지휘할 기회가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직접 고소하지 못하고 고발을 통해서나마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장애인, 아동 등의 사회적 약자나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가 어려워졌다. 전반적으로 국민의 수사 받을 권한이 훼손됐다."

국회 : "수사 절차에만 차이가 생겼지 검사의 기소·공소유지 권한엔 전혀 변동 없다. 단지 경찰이 일차로 수사하고 송치하면, 검사가 그와 직접 관련성 있는 혐의에 한해 추가 수사해 기소토록 했다. 불송치 사건도 검사가 수사자료를 보고 인권침해나 수사권 남용 등의 문제가 보이면 90일 이내 보완수사를 하도록 했다. 검찰 주장은 매우 과장됐다."

④ 국회 입법권 남용은 위헌적인가?

검찰 : "법안 논의·통과 과정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반했다. '위장탈당', '회기쪼개기', '수정안 끼워 넣기' 등이 벌어졌다. 헌법이 말하는 다수결 원리는 수적 우위로 다수 의사를 강제하는 게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실질적 토론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여당은 부끄러울 정도로 국회 토론과정을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 소수자 보호 없는 다수결 원리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다."

국회 : "국민의힘의 강력한 반대를 반영해 법안 내용을 수정했고, 그 수정안이 입법됐다. 소수의견 반영하는 절차 있었고 여야 원내대표 합의도 이뤘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협당, 분당, 이합집산 등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이해해야지, 민사상 계약관계처럼 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헌법·국회법 모두 준수했고 여야 간 협의와 숙의를 거쳐 의결됐다."

국회 측 참고인 이황희 교수는 "예로 2009년 미디어법 통과 때도 (여당의 표결 강행 등) 대내적(국회 내)인 하자가 있었지만 대외적(국회 밖)으로는 유효한 법이라, 이 질서가 지금까지 유지돼왔다"며 "국회 내 절차상 하자에 따른 권한 침해는 내부 기관이 주장할 수 있지, 검찰 등 국회 밖 기관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⑤ 무엇을 위한 법 개정이었나?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검찰 직접수사권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이 열렸다. 피청구인측(국회) 장주영 변호사와 노희범 변호사.
ⓒ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장관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공언하는 등 일부 정치인을 지키려는 잘못된 의도로, 잘못된 절차를 통해, 잘못된 내용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법 개정으로 위헌이다. '선을 넘었다,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는 안된다'고 멈출 수 있는 곳은 이제 헌법재판소뿐이다."

국회 : "수사·기소 분리는 1954년부터 논의됐으나 당대 현실에 비춰 검찰이 수사권한을 잠정 행사하되 장래에 분리한다고 일단락됐다. 각종 사법개혁 위원회를 통해 2004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됐고 2003~2007년 공판중심주의 등이 도입됐고 2010년 경찰에 1차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 논의가 이뤄졌다. 그리고 2018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가 시작돼 2020년 수사와 기소를 큰 틀에서 분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개정의 연혁이다."

검찰 : "한국 검찰 조직과 인력·기능은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는데 개정법은 국민 혈세로 검찰의 핵심 권한을 대폭 축소해 범죄 대응 역량을 약화시킨다. 검찰은 현재 국세청·금융감독원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최일선에서 범죄 피해 방지에 앞장서고, 180개국이 가입한 국제검사협회 협회장도 배출했다. 정치적 이유만으로 한국 검찰 역량을 사장시키는 건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역사적 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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