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조선시대 요충지 '진주성'

진주는 삼국시대 백제의 땅으로 신라와 접경한 최전선에 위치해 두 나라 간 전략적인 요충지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곳인데요. 그 덕에 진주성 안에는 촉석루, 의기사, 영남포정사, 북장대, 창렬사, 서장대, 호국사, 임진대첩계사순의단, 국립진주박물관 등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이 곳곳에 포진돼 있습니다. ‘아무렴’, ‘그럼’, ‘당연하지’ 등 강한 긍정의 의미를 가진 진주시 공식 캐릭터 '하모'가 반기는 진주로의 여행! 정책주간지 'K- 공감'과 함께 가볼까요?

‘하모’가 반기는 진주성의 변신
진주대첩광장 베일 벗다

서울에서 경남 진주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은 고속버스와 고속열차 두 가지입니다. 교통편은 상황과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시간은 열차(KTX)가 버스보다 30분 정도 덜 소요됩니다. ‘진주라 천리길’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가까운 거리는 아닙니다. KTX로 걸리는 시간이 편도 3시간 30분이니 당일치기 진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조금 서둘러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KTX를 타고 진주역에 내리면 광장에 세워진 귀여운 조형물이 여행객을 맞습니다. 조형물의 이름은 진주시에서 공모전을 통해 뽑은 마스코트 ‘하모’. 남강과 진양호에 서식하는 수달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머리 위 조개껍데기와 커다란 진주 목걸이가 귀엽습니다. 경상도 사투리 ‘하모’는 ‘아무렴’, ‘그럼’, ‘당연하지’ 등 강한 긍정의 의미를 담은 말입니다.

하모는 지방자치단체 생산 캐릭터로서는 드물게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6월 13일 진주시가 하모 캐릭터 탄생 3주년을 기념해 배포한 하모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배포 시작 11분 만에 전량 소진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인기를 반영하듯 진주역 앞 하모와 함께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하모!”하고 말하는 듯한 하모가 진주 여행을 기분 좋게 도와주는 듯합니다.

하늘에서 본 진주성 전경. 진주성 옆으로 남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삼국시대·조선시대 요충지

하모 캐릭터를 통해 즐거워진 마음으로 선택한 목적지는 진주성. 진주역에서 진주성까지는 택시를 타고 10분 남짓으로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창밖으로 만나는 남강 풍경이 진주 특유의 감성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오래된 소도시는 투박하지만 유유하게 흐르는 남강이 전체적인 이미지와 품위를 높여주는 듯합니다.

한국관광 100선에 8년 연속 선정된 진주성은 역사와 문화가 집약돼 있는 진주의 대표 명소입니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많은 시민에게 휴식을 제공합니다. 임진왜란 때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이 왜군을 대파해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을 이룬 곳으로 다양한 유물과 유적이 성내에 있습니다.

지금 진주성 앞은 8월 개장 예정인 진주대첩광장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2007년부터 17년간 추진한 지역숙원사업으로 오랫동안 시야를 가린 외부 가림막이 모두 철거돼 두 눈이 시원합니다. 발굴조사 작업에서 확인된 진주성 외성 흔적이 이제 막 복원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역사공원으로서 모습도 갖춰가는 중입니다. 조선시대 진주성은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컸는데 일제강점기 도시개발을 위해 외성을 파괴했고 현재까지 내성만 존재했습니다.

진주의 입지적인 배경을 알면 진주성 관람이 더 흥미로워집니다. 진주는 삼국시대 백제의 땅으로 신라와 접경한 최전선에 위치해 두 나라 간 전략적인 요충지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곳입니다. 고려시대에는 남해안에 출몰하는 왜구를 섬멸하기 위한 기지로, 조선시대에는 요충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 덕에 진주성 안에는 촉석루, 의기사, 영남포정사, 북장대, 창렬사, 서장대, 호국사, 임진대첩계사순의단, 국립진주박물관 등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이 곳곳에 포진돼 있습니다.

2007년부터 추진된 진주성 앞 진주대첩광장이 2024년 8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사진 진주시
논개의 충절 새긴 의암 바위의 비밀

진주성으로 들어가는 문은 촉석문, 공북문, 서문으로 모두 세 곳입니다. 이중 공영주차장과 가까워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북문을 선택했습니다. 임금이 있는 서울인 북쪽을 향해 공손하게 예를 올린다는 뜻을 가진 공북문은 17세기 말 무렵 세워졌으며 다른 문들보다 높게 2층 누각 형태로 구성돼 있습니다.

공북문으로 들어가면 진주대첩을 이끈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임진왜란 당시 이곳에서 큰 승리를 이끈 김시민 장군을 기리기 위해 2000년 건립한 것으로 진주성의 수호상입니다. 동상을 기점으로 오른쪽으로 돌면 박물관과 창렬사, 호국사, 서장대가 있고 왼쪽으로 돌면 촉석루와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순서대로 보는 것도 좋겠지만 시원한 강바람도 맞을 겸 절경을 자랑하는 촉석루로 제일 먼저 목적지를 잡았습니다.

남강 옆 바위 벼랑 위에 장엄하게 높이 솟은 촉석루는 영남에서 제일 아름다운 누각으로 불립니다.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한 곳으로 6·25전쟁 때 불탄 것을 시민들이 힘을 모아 진주고적보존회를 만들어 1960년에 복원했습니다. 창원의 촉석산에서 채석한 돌로 만든 누각 아래 돌기둥, 강원도 오대산에서 온 루, 시인 묵객들의 시판 등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특히 팔작지붕에 다락루의 형태를 한 건축미가 완벽합니다. 야경이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잔잔한 바람이 부는 한낮의 풍경도 평화롭고 만족스럽습니다.

촉석루는 고려 고종 28년(1241)에 창건해 8차례의 중건과 보수를 거쳤습니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하며 진주를 지켜왔는데 평화로운 시절에는 향시(조선시대 문과·무과·생원진사시의 1차 시험인 초시 중 전국 8도에서 지역별로 시행한 시험)를 치르는 고사장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진주성을 지키는 지휘본부로 사용됐습니다.

촉석루에서 남강으로 내려가면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순국한 의암이 있습니다. 논개는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도 병마절도사를 지낸 최경회의 후처. 진주성이 왜군에 함락되자 최경회는 남강에 투신해 자결했습니다. 논개는 최경회의 원수를 갚기 위해 촉석루에서 벌어진 연회에 참석해 열 손가락 모두에 가락지를 낀 채 남강의 바위로 왜장을 유인해 끌어안고 강에 뛰어들었습니다. 논개의 의로운 행동을 기리기 위해 이 바위를 의암이라고 불렀고 바위 벽에 의암이라는 글씨를 새겼습니다. 또 강 쪽 절벽에는 ‘일대장강 천추의열(一帶長江 千秋義烈)’이라고 새겨 충의를 기리고자 했습니다. 가로 3.65m, 세로 3.3m 크기의 바위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움직여 암벽 쪽으로 다가섰다가 때로는 강 쪽으로 이동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며 진주8경에 속합니다.

임진왜란사 전문 국립진주박물관

한국 전통 목조탑을 석조 건물로 형상화해 아름다운 건축미를 가진 국립진주박물관도 빠뜨리기 아쉽습니다. 1984년 11월 개관 당시 가야문화와 경남 서부 지역의 고고학적 연구·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이었으나 1998년 1월 임진왜란사를 주제로 하는 역사박물관으로 성격을 바꿨습니다. 임진왜란 최대의 격전지인 진주성에 위치한 것을 강점으로 삼은 것입니다. 이후 2008년과 2018년 두 차례의 전시개편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재단장했습니다. 임진왜란과 관련된 동아시아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연구·전시하는 것은 물론 박물관 교육과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순신 친필 수결이 포함된 최희량 임란첩보서목, 오희문의 쇄미록, 천자총통, 중완구, 비격진천뢰와 김시민 선무공신교서 등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임진왜란의 실상과 역사적 의미 등을 재조명한 문화재는 11개 테마로 나뉘어 쉬운 설명과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구석구석 놓치지 마세요! 진주성 명소

창렬사

임진왜란 당시 순국선열들의 신위를 모시기 위해 경상도 관찰사 정사호가 건립한 곳.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신위를 맨 윗자리에 모셔뒀고 진주목사 서예원, 창의사 김천일과 충청도 병마사 황진, 경상우도 병마사 최경회 등 임진왜란 순국선열 39인의 신위를 모시고 매년 음력 3월 초정일(初丁日)에 제향을 올리고 있습니다.

의기사

촉석루 뒤편에 있는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입니다. 입구에는 시인 묵객들이 바친 충절을 찬양한 시비들이 있고 2008년 10월 1일 고증을 통해 충남대 윤여환 교수에 의해 제작돼 새롭게 봉안한 표준영정도 보입니다. 의기사 간판 왼쪽으로는 일제시대 을사오적 중의 하나인 이지용을 꾸짖었던 산홍의 시가, 오른쪽으로는 다산 정약용이 쓴 촉석루중수기가 있습니다.

서장대

진주성 입구 세 곳 중 하나인 서문의 목조팔작 기와건물 지휘장대. 경상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습니다. 남강을 따라 절벽 위에 쌓은 진주성의 서쪽 벼랑 끝에 있으며 여지도서에는 회룡루(回龍樓)로 명명돼 있습니다. 소실된 건물을 1934년 독지가 서상필이 중건했고 현판은 1979년 은초 정명수가 글씨를 다시 썼습니다. 팔자형 팔작 지붕을 올린 목조 기와집입니다.


2023~2024 한국관광 100선

‘K-공감’은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을 격주로 소개합니다. 한국관광 100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우리 국민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꼭 가봐야 할 한국 대표 관광지 100곳을 2년에 한 번씩 선정해 홍보하는 사업입니다. 2023~2024년 한국관광 100선에는 유적지·건축물·놀이동산시설 등의 문화 관광자원 61곳과 숲·바다·습지 등 자연 관광자원 39곳이 선정됐습니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24곳, 강원권 10곳, 충청권 13곳, 전라권 17곳, 경상권 30곳, 제주권 6곳이 있습니다. 여행이 있는 주말, 한국관광 100선을 따라가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