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늘리면 답 나올까? 해법 못 찾는 ‘수도권 대체 매립지’

장정욱 2024. 10. 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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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공모도 실패…국감 도마 올라
“경주 방폐장 수준 파격 지원 필요”
‘총리실 전담 기구’ 공약 이행 요구
정부 주도 장기 로드맵 필요
인천 수도권매립지에서 쓰레기 매립작업이 한창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세 차례 걸친 공모에도 후보지 찾기에 실패한 수도권 대체 매립지를 두고 정부가 더 파격적인 보상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금전적 보상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역 주민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정부 주도 총괄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환경부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는 지난 3월 28일부터 6월 25일까지 수도권 대체 매립지 3차 공모를 진행했다.

총 3000억원가량 특별지원금을 내걸고 최소 부지 면적도 1, 2차 때보다 절반으로 줄였지만, 응모한 지자체는 없었다. 네 차례에 걸쳐 현장 설명회도 진행했으나 소용없었다.

수도권매립지는 개장 당시 2016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반입 쓰레기가 줄어들면서 사용 기한을 연장해 왔다. 그 과정에 대체 부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1·2차 공모에 이어 3차 공모까지 실패했다.

수도권매립지 관할 지자체인 인천시는 내년 이후 외부(서울·경기) 쓰레기를 더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애초 계획만 놓고 보면 수도권매립지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수도권매립지는 현재 2 매립장 사용을 끝내고 3-1 매립장을 사용 중이다.

남은 매립 공간은 3-2구역과 4 매립장이다. 다만 4 매립장은 현재 부지 지정만 된 상태다. 매립을 위한 기반 작업을 하지 않았다.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유입량은 1994년 1166만t에서 2010년 404만t으로 줄었다. 2021년에는 290만t으로 쪼그라들었다. 2025년 건설폐기물 매립금지,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시행하면 매립량은 더욱 줄어들 예정이다. 쓰레기 매립량 감소로 남은 부지(3-2)를 다 소화하는 데 향후 30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큰 난관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다. 주민으로서는 30년 넘게 서울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받아줬다. 애초 계획했던 사용 기한(2016년)도 8년이나 넘겼다. 더는 쓰레기 반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3차 후보지 공모마저 실패하자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나섰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천경실련)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대체 매립지에 관한 국정감사를 요구했다.

인천경실련은 대체 매립지 확보와 총리실 산하 전담 기구 설치 등 이행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리실 산하 전담 기구 설치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인천시민께서 반대하는 쓰레기 매립지는 총리실에 맡겨서 (임기 내에)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제3 수도권매립지 전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경실련은 “이번 국감 기회를 놓치면 수도권매립지는 영구 사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올해 안에 총리실 전담 기구 등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대체 매립지 4차 공모 때는 조건을 완화하고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서구을 지역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대체 매립지 공모 때 사전 주민 동의 조건을 삭제하고 인센티브(혜택)를 파격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대체 매립지 부지 면적도 축소해 지자체들이 공모에 참여하도록 환경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이원은 구체적으로 2005년 경상북도 경주시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공모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경주 방폐장 공모는 사전 주민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부지 선정 이후 주민투표로 결정했다. 지원금 역시 경주시는 일반·특별지원금을 합쳐 약 4조원에 달하는 혜택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의원은 “환경부가 지자체 찾아다니면서 공모를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아무런 노력 없이 기다리면 4차 공모는 또다시 실패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3개 지자체에 공모를 맡기게 되면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대체 매립지 선정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원금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지원금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주 방폐장 역시 실제 사업 추진 이후 실제 지원금 액수를 두고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인천 서구갑)은 지난 7월 국회 토론회에서 “2026년부터 소각재만 매립할 수 있어 대체 매립지에 큰 면적이 필요하지 않다”며 “3차 공모는 면적을 일부 줄이고 인센티브를 조금 늘린 것에 그쳐 준비가 부족했다. 이번 기회에 쓰레기 정책 로드맵과 대체 매립지 로드맵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무총리실 산하 전담 기구를 설치해 수도권매립지를 종료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추진된 것이 없다”며 “정부에서 '키'를 쥐고 대안과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인천 서구병) 또한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 환경부 등이 국내 인구 절반의 쓰레기를 떠안는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로드맵을 확보해야 한다”며 “수도권 쓰레기 처리 로드맵에서는 윤 대통령, 수도권 3개 시도, 여야 모두 ‘원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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