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산책러'가 꼽은 걷기 좋은 길, 2탄입니다
[이현우 기자]
여름이 무척 길었다. 드디어 걷기 좋은 계절이 왔다. 걷기 좋은 길 한강 이북편에서는 종로 일대 산책로들을 소개했다(관련 기사: '프로 산책러'가 꼽은 서울에서 걷기 좋은 길). 한강 이남에도 걷기 좋은 길이 있을까?
한강 이남은 강남(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관악구)과 강동(송파구와 강동구), 강서(동작구,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양천구)로 구분할 수 있다.
한강변이야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영등포구, 양천구, 구로구에 걸쳐 있는 안양천은 벚꽃 구경의 성지다. 송파구 석촌호수공원과 올림픽공원은 데이트 코스이면서 동시에 러너들의 도심 트랙이다. 서초구 양재시민의숲과 양재천 또한 산책로와 자전거 코스로 사랑받는다.
이번 글에서 추천할 한강 이남 산책로는 강동구 '강동그린웨이'와 '구로구 항동지구' 산책로다.
자연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강동그린웨이'
먼저 강동그린웨이는 언론이나 SNS를 통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강동구민으로 2년 간 살면서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도 널리 자랑하고 싶은 산책로다. 분주하고 시끌벅쩍한 도심을 떠나 자연과 내면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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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가을에 길동생태공원 앞에서 찍은 사진 |
| ⓒ 이현우 |
주말이면 서울 내 도시공원은 밀도가 확 높아지는 편이다. 성수기에는 앞사람 뒤 꽁무니만 바라보며 걸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긴 선형 녹지 산책로는 그럴 일이 없다. 사람이 붐비지 않기 때문일까. 새소리도 더 잘 들리고 가을에는 낙엽소리, 겨울에는 뽀드득 눈밟는 소리를 맘껏 들으며 걸을 수 있다.
동물도 자주 보인다. 보호자와 산책을 나온 강아지, 도심동물인 길고양이는 물론이고, 물까치 떼나 직박구리도 만나게 된다. 집 근처 명일근린공원에서는 한밤중에 철봉을 하러 나갔다가 너구리를 본 적도 있고 멧돼지 가족으로 보이는 야생동물의 뒷태를 본 적도 있다. 서울 도심 속에서 이런 광경을 마주하기가 쉽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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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동생태공원 조류관찰대 |
| ⓒ 이현우 |
길동생태공원과 일자산허브천문공원이 특별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길동생태공원은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다만 출입자 수를 제한하기 위해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야만 탐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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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자산허브천문공원에서 찍은 사진 |
| ⓒ 이현우 |
강동그린웨이를 걷다 보면 강동구도시농업공원과 일자산자연공원이 나온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이들이 일자산자연공원이나 도시농업공원 한편에 돗자리를 펴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근처에는 최근에 지어진 쾌적한 둔촌도서관도 있으니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곳을 들러봐도 좋다.
특색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면 이곳
두 번째로 추천할 길은 구로구 항동지구 산책로다. 구로구에 사는 지인들이 소개해 준 길이다. 녹지 사이 항동철길을 따라 푸른수목원 그리고 신영복추모공원에 이르는 산책로다.
항동 철길은 구로구 항동 지역을 통과하는 오류선의 일부였다. 국내 최초 비료 회사인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가 1954년 원료 및 생산물의 운송을 위해 설치한 기차길이다. 따라서 경기화학선으로도 불렸다.
경기화학이 산업용으로 사용했으나 사용 빈도가 매우 적었고, 결국 경기화학이 이전하면서 사용이 중단되었다. 서울시는 2014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철길로 조성하게 되었다.
철길 위에서 사진 찍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보니, 동호인들에게 사랑 받는 출사지이기도 하며 데이트 코스로도 주목 받고 있다. 철길 주변으로 상업시설이 많은 경의선철길이나 주거지역과 상업시설이 적절히 섞인 공릉철길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푸른수목원에 이른다. 푸른수목원은 2018년 개장한 서울시 최초 시립수목원이다. 수목원 내에 커다란 저수지가 있고 그 주변으로 주제 정원과 교육센터가 있다.
주제 정원에서는 다양한 희귀식물을 볼 수 있고, 교육센터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로 교육이 진행된다. 방문했을 당시에도 산책을 하는 아이들과 지역 주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무 데크로 길을 걷다 보면 항동푸른도서관이 있고, 성공회대 뒤편 고 신영복 선생 추모공원과 연결된다.
여기서부터는 푸른 숲이다. 흙과 돌을 밟을 수 있고 나무 그늘이 조성되기 때문에 숲 속에 들어서기 전보다 온도가 낮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약간의 경사가 있지만 높이 오르는 산은 아니다. 더구나 신영복 선생의 글귀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친구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걷기에도 좋은 길이지만, 혼자 신영복 선생의 글귀를 읽으며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매우 짧아지고 있다. 금세 쌀쌀한 가을 추위로 옷 사이를 타고 성큼 다가왔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입김이 서리는 겨울이 금방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 산책은 사람이 덜 붐비는 산책길이 어떨까. 주변을 둘러보면 강동그린웨이와 구로구 항동 산책로처럼, 한적하지만 산책의 묘미를 느낄 만한 산책로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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