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입'에 죄다 호출된 與인사들…다들 "난 잘 모른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관련 인물인 명태균씨가 대통령 부부에 이어 범(汎) 여권 유력 인사와 친분을 드러내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명씨는 지난 8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나경원·원희룡 당 대표 후보와 일주일 간격으로 만났다고 주장했다. 다만 명씨는 자신이 후보 단일화 등 구체적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두 당사자는 “한 차례 만나 이야기만 들었다”(나경원 의원), “일방적 주장이라 대응 가치가 없다”(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고 일축했다.
명씨의 대선 전 행보도 관심이다. 명 씨를 누가 먼저 알았고, 소개해 줬느냐를 두고 대통령실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8일 입장문에서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당직자가 명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고 해명했고, 이후 소개해 준 당사자로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이 거론됐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2021년 6월 28일 김건희 여사가 명씨의 전화로 내게 전화 해서 ‘남편을 만나달라’고 했다”며 “(이후) 같은 해 7월 윤 대통령을 만나러 식당에 갔더니 김 여사와 명씨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명씨를 윤 대통령 부부에게 소개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도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고위공직자(이 의원)를 통해 명씨를 만났고, 경선 이후 연락한 적이 없다’는 대통령실 입장문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9일 채널A 유튜브에서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10월, 11월에 있었던 일과 관련해 명태균 사장과 김건희 여사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명씨는 또한 2022년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과정에서 ‘메신저’도 자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지난달 24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명태는 기억나도 (명태균씨는) 모른다”며 “대선 기간에 그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명씨는 다음날 자신의 SNS에 안 의원과 웃으며 찍은 사진을 올리며 “안철수 의원님, 나를 잊으셨나요? 나는 명태가 아니고 명태균입니다”라고 적었다.
명씨는 또 “김종인 전 위원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시장으로 만들라고 했다”며 자신이 오 시장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거나, 홍준표 대구시장에게도 과거 여론조사와 관련된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명씨의 폭로가 이어지자 유승민 전 의원은 SNS에 “명태균에게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며 “단순히 대통령 부부와 검사에 대한 협박이 아닌 국민 협박이자, 공화국의 법 질서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명씨는 해당 게시글에 “유 의원님께서는 보수정당이 아닌 진보정당에서 정치를 시작하셨으면 체 게바라나 카스트로 같은 혁명가가 됐을 것”이란 조롱 섞인 댓글을 남겼다.
앞서 명씨는 인터뷰에서 “(이준석 의원이) 유승민한테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언급했는데, 이에 대해 유 전 의원은 “악의적인 거짓말로 내 이름을 입에 올렸다. 단 한 번도 명태균이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명씨 말만 보면 우리 당에서 그와 연계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거 아닌가”라며 “당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해서도 싹을 잘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명씨 폭로 등을 두고 한동훈 대표는 ‘구태정치’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한 대표는 9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수 유력 정치인이 정치 브로커에게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국민이 한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하고, 관련됐다 생각하는 분들은 당당하고 솔직하게 소명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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