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매직, MV 아구스타 투리스모 벨로체

조회 2,4552023. 7. 27. 수정


이탈리안 매직

MV AGUSTA TURISMO VELOCE

나 역시 똑같았다. 배기량이 겨우 798cc에 불과하고 110마력이란 평범한 출력을 내는 스포츠 투어러가 뭐 별거 있겠어라는 생각, 하지만 타보고 깨달았다. 스펙은 정말 숫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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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리스모 벨로체는 MV아구스타에게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 슈퍼바이크와 네이키드만 만들어오던 정통 스포츠 바이크 브랜드가 만드는 첫 투어러였다. 두카티가 앞서 선보인 멀티스트라다 1200의 성공이 큰 자극이 되었다. 스포츠 타이어를 쓸 수 있는 17인치 휠에 상체가 선 업라이트 포지션을 더한 기본 콘셉트는 멀티스트라다와 비슷하다. 다만 투리스모 벨로체를 만들 때 MV아구스타는 오프로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투리스모 벨로체는 어드벤처가 아닌 오로지 온로드 퍼포먼스에 집중한 스포츠 투어링 모델이 된 것이다.

디자인은 약간씩 다듬어진 부분은 있지만 기본적인 디자인은 초기 형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투리스모 벨로체가 콘셉트로 등장한 것이 2013년 EICMA였으니 바야흐로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신 모터사이클들 사이에서도 섹시함을 잃지 않는 걸 보면 이미 몇 수는 앞선 디자인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디자이너가 선 하나도 대충 그린 게 없는 절묘한 실루엣은 우아하면서도 섹시하다. 볼륨감 넘치는 차체는 나온 곳과 들어간 곳의 대비를 확실하게 줘서 더욱 도드라진다. 고급스러운 광택의 파이어 레드컬러와 무광블랙의 조화는 한눈에도 특별한 바이크라는 느낌을 준다.

투리스모 벨로체 라는 이름을 그대로 해석하면 빠른 여행이다. 역시 이름을 대충 지어도 이탈리아어라면 그럴싸해지는구나. 이름 뒤에 붙은 LUSSO는 이탈리아어로 럭셔리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다 합치면 럭셔리한 빠른 여행?이 된다.(웃음)


스포츠 투어링에 어드벤처 포지션을 가미하는 것으로 슈퍼벨로체만의 투어링을 정의한다. MV아구스타 바이크 역사상 가장 느긋한 포지션이 된 바이크지만 주행감각은 느긋함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021년에 유로5대응과 함께 소소하게 업데이트 된 투리스모벨로체의 주요 변경 점은 이렇다. 서브프레임 형상을 개선해 시트고가 20mm낮아지고 시트는 형상을 개선해 더욱 편해졌다. 30리터에서 34리터로 용량이 늘어난 사이드백, 방풍성이 개선된 윈드쉴드, 스마트 클러치 시스템 2.0, EAS 3.0 퀵시프트, 그리고 관성측정장치IMU가 추가되며 프런트 리프트 컨트롤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또한 기어비를 변경해 부드러운 동작과 연료효율을 높였다. 루쏘 모델에는 Sachs 세미액티브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탑재된다.




스포츠 오토매틱 투어러


스마트 클러치 시스템 SCS는 이 고성능 투어러를 스쿠터처럼 만들어준다. 사실 별다른 기술은 아니다. 오토매틱 클러치로 유명한 REKULSE 오토클러치를 기본으로 장착하는 것이다. 클러치 디스크 사이에 회전속도가 올라가면 원심력에 의해 두께가 늘어나고 회전 속도가 일정 이하로 줄어들면 두께가 감소하는 EXP디스크를 넣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기어를 넣어도 차량이 움직이지 않다가 스로틀을 열어 회전수를 높여주면 EXP디스크가 팽창하며 클러치 디스크들을 압박해 마찰을 시작되고 차량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차량에는 별다른 개조 없이 클러치 디스크만 교체하면 되는 방식이라 간편하면서도 성능이 확실하다. EXP디스크가 팽창하는 속도세팅이 관건이다.

MV아구스타는 이 시스템을 순정으로 탑재한 첫 제조사다. 하지만 순정으로 채택한 만큼 시스템의 완성도는 확실히 좋다. 일단 이 시스템을 장착하면 커브와 같은 언더본 조작과 거의 유사해진다. 클러치 조작은 필요 없지만 변속은 직접 해줘야하는 것이다. 퀵시프트가 기본으로 탑재되어 변속에도 클러치를 쓸 필요가 없으니 그야말로 세미오토 방식으로 차량을 조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의 진짜 장점은 왼손으로 조작하는 전통적인 클러치레버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모델이 오토클러치 모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타면 그냥 일반 바이크 타듯 조작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SCS가 가진 장점은 상당하다. 1단을 넣고 스로틀만 열면 주저 없이 한방에 가속한다. 스펙상 0-100km/h가 3.75초인데 누구나 쉽게 이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사실 SCS는 드랙스터 RR을 통해 경험해본 적이 있다. 당시에도 그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것에 놀랐는데 이번 투리스모벨로체에서 경험한 SCS 2.0은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냉간 시에는 작동이 거칠 던 것도 많이 부드러워졌고 전반적인 작동이 더 매끄럽고 동력손실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세팅이 잘된 느낌이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3단 이상 들어가 있으면 TFT화면에 경고를 띄운다. 주행 중 속도를 줄여 신호대기를 하게 되었을 때 미리 기어를 내려놓지 않으면 종종 이런 일이 생긴다. 이대로도 출발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토클러치 구조상 반 클러치 상태가 길어지기 때문에 디스크 수명에 좋지 않다. 예전에는 출발할 때가 돼서야 알게 되어 화들짝 놀라며 기어를 내려줬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화면을 통해 미리 알려주니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전에는 SCS에 대해 ‘초심자도 아니라면 필요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왕이면 있으면 좋은 것’으로 좀 더 관대해졌다. 만약 내가 바이크를 살 때 SCS가 선택지에 있다면 SCS모델을 선택할 것이다. 기본모델에 비해 무게가 수십kg이 늘어나는 혼다 DCT와 달리 SCS는 장착해도 무게증가도 거의 없다. 그러니까 단점은 가격 말고는 거의 없는 셈이다. 하지만 뒤늦게 이 시스템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했다. SCS를 경험하게 되면 일반 바이크를 탈 때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테스트 주행을 마치고 내 바이크로 갈아타고 복귀하는 길에 정차 시 클러치를 잡는 걸 잊어버려서 시동을 꺼뜨렸다. 초보도 아니고 설마 그럴까 싶겠지만 SCS가 학습된 후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될 것이다.




탁월한 주행성능


가속할 때의 소리와 진동, 갑자기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난 것처럼 한 번에 훅 이동해버리는 독특한 가속감, 저항 없이 훌쩍 눕고 맹렬히 코너로 파고드는 선회력까지 투리스모 벨로체의 움직임은 신선함으로 가득했다. 투리스모 벨로체의 휠베이스는 1,445mm에 불과하다. KTM 390어드벤처가 1,430mm니까 배기량이나 차체 사이즈에 비하면 휠베이스가 짧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나마 이것도 안정감을 더하기 위해 스윙암 길이를 늘린 결과물이다. 여기에 무게중심은 높고 엔진은 역회전 크랭크로 자이로효과마저 감소되어 있다. 그러니 방향 전환이 무서울 정도로 빠른 것이다. 여기에 이탈리안 매직이라고 해야 할까? 숫자와 글로는 표현되지 못하는 플러스 알파가 있다.

제동성능은 만족스럽다. 급제동 시에도 안정감이 좋고 원하는 곳 앞에 딱 세워주는 브레이크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ABS가 개입하는 시점이, 특히 리어의 개입이 조금 빠르다는 것이다. MV아구스타는 ABS시스템을 보쉬가 아닌 콘티넨날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콘티넨탈 ABS모듈 특성으로 보인다.





이탈리안 매직


만약 이 바이크를 선택하려 한다면 그 과정에서 꽤 많은 걸림돌이 있을 것이다. 사후 서비스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 지나치게 유니크한 선택을 한 것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들클래스 최고가를 자랑하는 3790만원이라는 가격표까지 넘어서야 한다.

나 역시도 예전에는 이 바이크에게 매겨진 가격이 이해되지 않았었다. 유사한 3기통엔진에 배기량도 890cc에 출력도 119마력으로 더 높은 야마하 트레이서9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가격에 팔고 있으니까. 하지만 직접 타보니 비교 자체가 완전히 틀렸다. 투리스모 벨로체는 MV아구스타의 플래그십 투어러라는 지위에 충분히 부합하는 모델이며 숫자로는 표현되지 않는 세계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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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AGUSTA TURISMO VELOCE LUSSO SCS


엔진형식 수랭 3기통 DOHC 4밸브    보어×스트로크 79 × 54.3(mm)    배기량 798cc    압축비 12.3:1    최고출력 110hp/10,150rpm    최대 토크 80Nm / 7,100rpm    시동방식 셀프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용량 21.5ℓ    변속기 6단 리턴(오토클러치)    서스펜션 (F) 43mm텔레스코픽 도립 (R) 모노 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20/70-ZR17 (R)190/55-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 디스크   (R)240mm싱글 디스크    휠베이스 1,445mm    시트높이 830mm    건조중량 199kg    차량가격 3,790만 원







양현용 사진 MB편집부 취재협조 MV아구스타코리아 mvagusta.co.kr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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