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눈물 62] 法 "헬스트레이너도 종속 근로자, 퇴직금 지급해야"

김남하 2023. 3. 1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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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계약형식 보다 근로제공 관계에 따라 판단…단순히 형식으론 근로자성 부인할 수 없어"
"사용자에 종속돼 노무 제공, 대가로 임금 받았다면…근로자로 봐야"
"모든 위탁계약직 근로자성 일괄 인정 판례는 아냐…다수 특수고용직, 여전히 인정 못 받아"
"근로자 인정되려면…사용자에 지휘 감독 받은 증거 및 종속돼 근무한 증빙자료 필요"
ⓒgettyimagesBank

헬스장에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는 헬스트레이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는 사용자와 근로자간 종속관계가 실질적으로 성립됐는지 여부가 근로자 인정 기준을 판가름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위탁계약 근로자의 근로자성을 일관적으로 인정한 판결은 아니며, 여전히 다수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종속관계' 인정에 대한 법원의 보다 폭넓은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헬스트레이너 A씨가 B헬스장을 상대로 낸 퇴직금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앞서 A씨는 2016년 4월 1일부터 B사와 회원에 대한 퍼스널 트레이닝 관련 위탁사업계약을 맺고 2년 9개월간 퍼스널트레이너로 근무하다 그만둔 후, B사를 상대로 퇴직금 1,38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은 형식상 위탁계약이었지만 실질적 업무관계를 따져보면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맞다고 보고 A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헬스장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사용자와 단순 위탁계약 관계였음에도 A씨가 근로자로 인정받은 법적 근거에 대해 리앤펌 법률사무소 이민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앞서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것이 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형식상의 계약서 명칭이나 내용을 들어 근로자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노동법 전문 박성우 노무사는 "근로자성 인정을 따질 때 계약의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든 특정 프리랜서 직종이든 근로계약내용에 따라 판단을 한다"며 "A씨의 경우 상당 기간 헬스장 측으로부터 고정급을 받은 사실이 좋은 판단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사용자에 종속돼 노무를 제공하고, 그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이에스티 조의민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헬스트레이너의 경우 헬스장 측과 단순 위임계약 후 자율적으로 퍼스널 트레이닝(PT) 수업을 하고, 공간을 대여받아 일하는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며 "헬스장과 트레이너간 지휘·감독 여부가 그동안 부정 돼 왔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헬스장 사용자가 지정한 출퇴근 시간만큼 A씨가 근무했고, 청소 등 부가업무도 함께 수행했기에 지휘·감독 관계가 인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판결이 헬스트레이너를 포함한 위탁계약직을 일괄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 따라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 역시 "이번 판례 이후 근로자 인정 문제를 두고 많은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체적인 계약내용에 따라 개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나아가 전문가들은 트레이너 외에도 전통적 특수고용노동직들에 대한 근로자 인정 문제가 여전히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는 "학습지 교사와 보험설계사, 캐디 등 대표적 세 직종은 아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해당 직종들은 사용자들이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프리랜서인양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당사자들이 평소 회사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증거와 사실상 종속된 직원과 다를 바 없이 일했다는 증빙자료를 모아놓는 게 좋다. 가령, 보험설계사의 경우 업무 매뉴얼을 사용자가 제공했고, 성과를 사측에 보고했으며 성과가 낮으면 계약 해지가 된다는 위험성을 감수하고 근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이보다 우선적으로, 종속관계 인정에 대한 법원의 폭넓은 판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독립해 자신의 재산을 영위할 수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입증해 제시하면 종속관계 인정의 필요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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