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21세기 대군부인>에서 성희주의 수석비서 도혜정으로 등장한 이연이 조용하지만 또렷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도혜정은 성희주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조율하는 인물이다.

이연은 튀지 않으면서도 장면의 균형을 잡는 연기로 “저 배우 어디서 봤더라?”라는 반응을 다시 끌어내고 있다. 사실 이연은 이미 여러 작품에서 얼굴을 바꿔가며 강렬한 잔상을 남겨온 배우다.
소년심판

이연의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이었다. 극 중 그는 살인사건의 가해자라고 자백하는 만 13세 촉법소년 백성우를 연기했다. 당시 이연은 20대 여성 배우였지만, 짧은 머리와 낮게 깔린 눈빛, 묘하게 비틀린 미소로 중학생 남자아이의 불안정한 에너지를 완성했다.

역할을 위해 5kg을 증량하고 가슴에 붕대를 감은 채 촬영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김혜수는 이연에 대해 “성별이나 나이를 뛰어넘을 정도의 에너지와 저력이 있는 배우”라고 극찬했고, 이 한마디는 이연의 존재감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문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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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 Class 1

<소년심판>으로 충격을 안긴 이연은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에서 전혀 다른 얼굴로 나타났다. 극 중 이연이 맡은 영이는 가출팸에 속한 인물로, 거칠고 삐딱하지만 어딘가 공허한 분위기를 지닌 캐릭터였다. 브릿지 머리에 툭툭 던지는 말투, 계산적이면서도 불안정한 태도는 백성우와 완전히 달랐다. 같은 배우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 시청자들이 많았던 이유다.

이연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의 세계 바깥에 있는 10대의 위험한 공기를 짧지만 선명하게 남겼다. ‘센 캐릭터’를 연기해도 결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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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스캔들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는 전도연이 연기한 남행선의 어린 시절을 맡았다. 분량은 길지 않았지만 반응은 컸다. 백성우와 영이를 기억하던 시청자들에게는 또 한 번의 반전이었다. 이연은 운동선수 출신 남행선의 단단함과 생활력, 어린 나이부터 책임을 짊어진 인물의 무게를 짧은 장면 안에 담아냈다.

전도연과 얼굴이 닮았다기보다 인물의 에너지와 눈빛을 닮게 만드는 쪽에 가까웠다. 특히 <길복순>으로 먼저 인연을 맺은 전도연이 이연을 자신의 아역으로 추천했다는 이야기는 이연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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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복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이연은 킬러 유망주 김영지로 등장했다. 김영지는 업계 최고의 킬러 길복순을 동경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전도연을 롤모델로 꼽아온 이연에게는 캐릭터와 현실이 묘하게 겹치는 배역이기도 했다. 이연은 전도연과의 대련 장면에서 날카로운 몸놀림과 망설임 없는 눈빛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단순한 후배 킬러가 아니라 길복순의 선택을 흔들고, 동시에 그를 믿는 인물로 극의 감정선을 보탰다. 이 작품으로 이연은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조연상 후보에도 오르며 존재감을 다시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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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전쟁활동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이연은 3학년 2반 학생 노애설을 맡았다. 노애설은 말수가 적고 행동이 느리며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앞선 작품들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던 이연은 여기서 완전히 힘을 뺐다. 주눅 든 표정, 조심스러운 움직임, 상처에 무뎌진 듯한 태도로 전쟁 상황에 내몰린 10대의 불안을 그렸다.

자칫 답답한 캐릭터로만 보일 수 있었지만, 이연은 노애설 안에 있는 온유함과 생존 본능을 차분히 쌓아 올렸다. “상처받지 않는 친구”라는 배우의 해석처럼, 노애설은 이연의 또 다른 얼굴을 확인시킨 작품이었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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