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법정관리] 유동화증권 투자자 첫 집단행동…"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야"

조회 722025. 3. 12.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피해자비대위가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이 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 소유주인 MBK와 홈플러스의 모럴해저드를 비판했다.  /사진=임초롱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홈플러스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의 경우 홈플러스가 판매할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결제된 카드대금을 기초로 발행됐기 때문에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에 회생 명령을 내리면서 금융채권·채무를 유예하는 대신 협력사 등에 대한 상거래채권을 먼저 변제하라고 했다.

비대위 "홈플러스 물품 대금 결제한 ABSTB도 '상거래채권'"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하라고 촉구하며 홈플러스와 소유주인 MBK파트너스에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날 모인 투자자들은 20여명이었고, 투자금은 최소 1억원에서 최대 22억원까지 다양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원리금 상환이 중단된 홈플러스의 ABSTB는 약 4000억원 규모로, 절반 이상이 증권사 리테일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 이달 4일 홈플러스 회생 개시가 결정된 후 처음으로 만기 도래한 5일 118억4000만원을 비롯해 10일 만기였던 324억원도 상환되지 않은 상태다.

비대위는 "홈플러스 ABSTB는 홈플러스가 물품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사용한 카드결제 대금을 기초로 발행한 채권"이라며 "채권 투자자들의 돈으로 신한·현대·롯데카드에 대신 갚은 뒤 홈플러스가 상품을 판매한 돈으로 3개월 내에 되돌려주는 상품거래 대금채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채권이라기보다는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품이 없었다면 투자자들도 홈플러스 ABSTB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홈플러스는 납품 업체에 정상적으로 물품 대금을 지불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물품 구입(상거래)을 위해 자금을 지원한 전단채 피해자들의 돈은 떼먹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ABSTB가 특수목적법인(SPC)을 거쳐 금융기관에서 판매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금융채권이라고 보고 변제하지 않고 있다. 이날 홈플러스는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상거래채권에 대해서만) 오늘 1000개 테넌트(입점사)를 포함해 모든 상거래채권을 상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소유주 MBK, 사전모의 여부 '쟁점'

롯데카드 지분 68%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MBK는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까지도 채권을 찍어냈다는 점에서 '모럴해저드' 논란이 일고 있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로 카드사들은 손해 보지 않고 ABSTB에 투자한 투자자들만 피해를 당했다는 점, MBK가 롯데카드를 소유한 점 등을 들며 사전모의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폈다.

비대위는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현대카드, 신한카드, 그리고 롯데카드의 소유주인 MBK가 짜고 친 판에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한다"며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는 이번 사태로 단 한 푼의 손해도 보지 않고 손실을 전단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는 홈플러스가 카드사와 모의해 고의로 일으킨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기업회생절차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내비쳤다. 홈플러스 매출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ABSTB가 지난달 25일에도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를 통해 820억원어치나 발행됐기 때문이다. ABSTB가 발행된 지 3일 후 신용등급이 강등됐고, 삼일절 연휴가 끝나는 3일 자정에는 신용등급 강등을 이유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비대위는 "기업회생을 신청하자마자 서울회생법원은 4일 오전11시 법원 업무가 시작된 지 2시간 만에 회생 개시를 신속히 결정했다"며 "자료 준비가 철저하고 방대했을 텐데 최소한 몇 주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기에 신속히 신청하고 법원에서도 빠르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홈플러스 매입채무 유동화 구조 /자료=하나증권

이와 관련해 카드 업계는 ABSTB 발행 방식을 언급하며 사전모의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반박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ABSTB를 찍으려면 먼저 홈플러스와 증권사 간에 금리 및 금액, 발행 규모 등 유동화증권 발행을 위한 조건이 협의돼야 한다"며 "이후 증권사가 투자자를 모집하고 SPC를 통해 ABSTB를 발행한 뒤 카드사에 통보하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와 증권사 간 협의를 거쳐 증권사에서 발행한 채권들이며, 카드사들의 시스템을 중간에 이용하기만 한 발행 구조"라며 "MBK나 홈플러스, 카드사들이 사전에 모의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증권 업계 불완전판매, 도마 위로

홈플러스 ABSTB 등이 증권사 리테일 창구에서 취급됐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문제도 또 다른 쟁점이 될 조짐을 보인다. 피해자인 70대 노부모를 대신해 이날 집회에 참석한 자녀라고 밝힌 A 씨는 "부모님이 노후자금으로 평생 모은 2억원을 B증권 모 지점 직원의 소개로 부산 해운대지점을 통해 유선으로 가입했다"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개시로 금융채무가 동결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점 직원이 홈플러스는 국내 2위 대형마트라면서 카드사들의 신용을 믿고 투자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며 "그런데도 우리 집안만 풍비박산 난 상태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ABSTB 발행주관사였던 신영증권을 필두로 홈플러스 전단채와 관련된 증권사들도 상거래채권 분류를 지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불완전판매나 부실판매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신영증권은 이 문제로 MBK와의 법적다툼을 포함한 해결 방안을 전면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ABSTB를 판매했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에도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 고위험 투자로 분류되며 투자를 적극 권유할 수 없었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요청할 때 내주는 식으로 판매됐다"면서도 "일부 지점 직원들의 불완전판매 이슈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판매 건수마다 일일이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대위는 MBK와 홈플러스의 부도덕성으로 촉발된 문제이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불완전판매 문제는 후순위로 제기하기로 했다. MBK와 홈플러스에 대한 심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2013년 동양사태의 재연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현재현 당시 동양그룹 회장은 부도 위험성을 숨기고 동양증권을 통해 1조3000억원대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이 확정된 바 있다.

비대위는 "MBK와 홈플러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을 가장 먼저 물어야 하며, ABSTB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는 일이 최우선"이라며 "채권 판매창구였던 증권사들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 추궁을 미룬 것은 자칫하면 피해자와 증권사 간 싸움만 될 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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