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심장, 브라질에서 '조고 보니투'를 되찾다" 네덜란드의 상징이 된 남자 이야기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한 장면이었다. 파울리스타 주 결승전, 코린치안스가 우승을 눈앞에 둔 순간, 네덜란드 공격수 멤피스 데파이는 공 위에 양발을 올리고 섰다.
브라질 축구 특유의 '쇼보팅(Showboating)' 퍼포먼스였다. 하지만 그 장면은 곧 혼란의 서막이 됐다. 상대 팀 팔메이라스 선수들이 달려들며 난투극이 벌어졌고, 양팀에서 한 명씩 퇴장을 당했다.
브라질축구협회는 이를 "상대를 도발하고 경기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데파이는 단호하게 맞섰다.
"나는 진짜 '조고 보니투(jogo bonito, 아름다운 축구)'를 느끼러 브라질에 왔다. 이곳에는 너무나 많은 재능과 열정이 있다. 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브라질의 영웅 네이마르도 여기에 가세했다. "축구는 점점 더 지루해지고 있다."

■ 유럽을 떠난 사나이, 브라질에서 '새로운 자신'을 찾다
영국 BBC는 9일 보도한 데파이 특집 기사에서 데파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전형적인 유럽형 스타가 아니다. 래퍼이자, 자선가이자, 창작의 뮤즈다."
패셔너블한 헤드밴드, 등에 새겨진 사자 문신, 화려한 패션 감각까지. 31세의 데파이는 단 한 번도 기존의 틀 안에 머무르지 않았다.
데파이는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신성'으로 떠올랐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 이후에는 '플래시한 실패작'으로 불렸다. 하지만 BBC는 "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커리어를 재정비한 최초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고 분석했다.
그가 의뢰한 네덜란드 데이터 회사 사이사포츠(SciSports) 는 플레이 스타일, 감독 성향, 경쟁 구도 등을 분석해 '그에게 맞는 5개 팀'을 추천했다. 그중 그가 선택한 곳은 프랑스의 리옹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4년 반 동안 178경기 76골. 완벽한 부활이었다.
■ 그리고, 다시 남미로 — "브라질은 축구의 메카다"
리옹에서의 전성기를 뒤로하고, 그는 바르셀로나를 거쳐 지난해 9월 브라질의 코린치안스로 향했다. 유럽 스타가 남미로 건너간 드문 사례였다.
그 결정은 놀라웠지만, 브라질 팬들은 열광했다. 브라질 최대 언론 글로부의 브루노 카수치 기자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코린치안스 팬들은 그를 사랑한다. 하지만 동시에 논란도 많다. 데파이는 매우 비싼 선수고, 구단은 심각한 재정난에 처해 있다."
실제로 그의 보너스 지급이 지연되며 구단은 분할 상환을 약속해야 했다. 그럼에도 데파이는 작년 말 7골을 몰아치며 팀을 18위에서 7위로 끌어올렸고, 6년 만의 주(州) 챔피언십 우승까지 이끌었다.
"그는 강등 위기에 있던 팀을 구했고,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진출권을 따냈다. 올해는 파울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으로 6년 만에 트로피를 안겼다." — 브루노 카수치 글로부 기자

■ "데파이는 축구보다 인생을 더 사랑한다"
코린치안스의 구단 임원 파비뉴 솔다두는 데파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단순히 좋은 선수 그 이상이다. 브라질 문화와 완벽히 어우러졌고, 사람들은 그를 '우리 중 하나'로 느낀다."
실제로 데파이는 브라질에서 '음악과 삶'을 통해 자신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브라질 펑크 아티스트 MC 하리엘(MC Hariel) 과 함께 앨범 '팔란두 콩 아스 파벨라스(Falando com as Favelas, 빈민가와의 대화)' 를 발표했다.
그 안에는 코린치안스 팬들에게 바치는 헌정곡도 있다.
"하루는 정장 차림으로 정치인들을 만나고, 다음 날은 빈민가 아이들과 어울린다. 한 시간이라도 그들과 대화하면, 누군가에겐 영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데파이는 실제로 상파울루 외곽의 파벨라 지역을 자주 방문하며 청소년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사자의 심장" — 네덜란드의 상징이 된 남자
데파이는 지금 네덜란드 대표팀 역사상 최다 득점자다. 52골로 로빈 판페르시를 넘어섰고, 요gks 크루이프, 웨슬리 스네이르,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아르연 로번을 모두 제쳤다.
그의 문신 속 사자와, 대표팀 엠블럼의 사자. 이 상징의 연결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 유니폼을 디자인한 아르세니오 로페즈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선수들의 개성과 상징성을 연구했는데, 그중에서도 데파이의 '사자 문신'이 가장 강렬했다. 그의 자신감, 대담함, 존재감이 유니폼의 영감이 됐다."
■ 루이 판할, 로날드 쿠만… 데파이를 믿은 감독들
데파이는 자신을 발굴한 루이 판할, 그리고 현재 대표팀을 이끄는 로날드 쿠만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왔다. 쿠만 감독은 최근에도 직접 브라질로 날아가 그를 점검했다.
"코린치안스에서 뛰는 선수를 보기 위해 내가 직접 브라질까지 간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그는 특별한 선수다."
현재 데파이는 네덜란드의 공격 핵심으로 여전히 소집되고 있으며, 이번 국제 A매치 기간에도 통산 52번째 득점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 "브라질이 데파이의 마지막 챕터가 아니다"
BBC는 기사 말미에서 이렇게 평했다.
"멤피스 데파이는 결코 평범한 축구 선수가 아니다. 그는 유럽의 실패에서 데이터를 통해 다시 일어섰고, 브라질에서 예술과 인간애로 자신을 재정의했다. 그리고 여전히 '사자의 심장'을 가진 스트라이커로 존재한다."
결국 멤피스 데파이는 '축구'보다 '자유'를 선택한 남자다. 브라질에서 그는 다시 웃고 있다. 그가 공 위에 양발을 올린 이유는 단순한 도발이 아니었다. 그건, 자신이 잃지 않으려 했던 '축구의 즐거움'에 대한 선언이었다.
"나는 단지 아름다운 축구를 느끼고 싶었다. 그게 내가 브라질에 온 이유다." — 멤피스 데파이
사진=코린치안스 공식 엑스, 데파이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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