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K반도체의 아킬레스건…‘이것’까지 잡아야 훨훨 난다

K반도체가 인공지능(AI) 투자 확산으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에서는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주행 기술 도입으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컴퓨터’, ‘거대한 스마트폰’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에서도 점유율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점유율 51.7%(2024년 매출 기준)로 1위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16.8%로 2위, SK하이닉스는 3%로 5위에 그쳤다. D램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독 차량용 메모리에선 뒤처진 것이다.
현재 K반도체는 차량용·산업용보다는 고성능·대용량의 AI데이터센터와 모바일용 반도체를 빠른 개발 주기로 공급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론은 이미 1990년대 초에 차량용 메모리 산업에 진출했고 장기간 생산 체제를 지속해왔다. 생명과 직결된 차량용 반도체는 고성능보다는 어떤 환경에서도 버티는 내구성과 안전성이 핵심이다. 또 제품 사이클이 길고 한번 계약을 맺으면 장기간 공급하는 게 특징이라 후발주자에겐 진입 장벽이 높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고성능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은 높지 않은데 내구성과 안전성 기준은 까다롭다 보니 국내 반도체 기업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기술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24년엔 일반 차량 기준으로 90기가바이트(GB) 메모리(D램, 낸드플래시 합산)가 탑재되지만, 2026년에는 278GB, 2030년엔 4테라바이트(TB)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선 차량용 메모리 시장이 연평균 11%씩 성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여기에 로봇이나 자동화기기에 필요한 산업용 메모리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차량용 반도체 원가 부담도 늘고 있다”며 “장기간 AI용 반도체 생산에만 집중할 경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코로나 시기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벌어지면서 자동차 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삼성전자, LX세미콘 등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차량용 반도체 포럼’을 출범시켰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지금은 국산 반도체 사용률이 5% 정도에 불과해 공급난에 취약하다.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은 “차량용 메모리는 장기 공급계약이 일반적이라 메모리 산업 하강기에도 안정적 수입원이 될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의 교섭력이 향상된 현 시점을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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