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게 노는 아이들... 용기내서 한마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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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정 기자]
30대 후반인 나는 지금은 다소 조용하고 소심한 편이지만, 날 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어릴 땐 흔히 말하는 이 구역 인싸(인싸이더의 약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 많고 수업 시간에 스스로 손을 들어 곧잘 발표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누가 뽑아주지도 않았겠지만 형편상 반장 선거에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땐 못내 섭섭한 마음을 일기에 쓰기도 했던, 요즘 흔히 말하는 '관심 종자 유전자'를 어느 정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 변했다. 세상에 깎여 나라는 존재가 점점 더 작아지기 시작했고, 그 시간 속에서 다채롭던 나의 관심 욕구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괜한 관심을 받는 게 싫어서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은 다르다. 사회 속에서도 큰 소리를 낼 존재도 못되었거니와 이제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반장은커녕 조별 과제 조장조차 부담스러워진 소심한 어른이 된 것이다. 한 번 행동하는 데엔 여러 생각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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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렸을 때와는 달리, 어른이 되면서 원치 않는 방식으로 의도치 않은 괜한 관심을 받는 게 싫었다.(자료사진). |
| ⓒ timberfoster on Unsplash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일상에서 충분한 사랑과 감사의 표현이란 건 해도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만큼은, 남에게 하면 할수록 어려웠고 내 목이 자라처럼 쑥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때로는 내 생각이 옳다고 느끼고 내 판단이 맞다는 생각을 해도, 어쩐지 입을 열 수가 없는 순간들이 찾아 오기도 했다.
내 말이 옳다고 증명하며 상대를 이해시키는 것보다 때로는 냅다 사과를 하는 게 더 편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자존심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는 듯이 남들 앞에서 하는 90도 인사가 어느 순간 면역이 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작은 모습들이, 결국엔 아들의 존재 자체가 세상에 민폐 같다는 생각을 스스로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음에도(관련 기사: 아들이 던진 신발에 맞은 여성분이 내게 한 말 https://omn.kr/2c0bf). 그래서 이제는 내가 가진 생각을 깨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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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씨에 유독 짖궂게 놀던 아이들 지난 주말, 따스해진 봄날씨에 아이들이 스텐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며 장난을 치는 모습을 거북이 아들이 바라보고 있다. 뒤이어 아들이 짖궂은 행동을 금방 따라했다. |
| ⓒ 오선정 |
지난 주말 찾은 공원 놀이터에서 신난 몇몇 아이들이 서로 짓궂은 장난을 하며 미끄럼틀에서 하는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미끄럼틀을 거꾸로 오르며 떨어지기를 반복한 것. 저렇게 계속 놀다간 그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도 다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고민을 하다가, 용기를 내어 '그러면 안 된다'며 아이들을 제지해 보았다.
사실, 정상 발달 아동들은 본인들이 하는 행동이 위험하다고 인지를 시키면 금방 제지가 되기도 한다. 장난을 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장난을 멈춰 행동이 곧 달라진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발달 장애 아들은 일단 행동을 시작한 이후엔 통제가 힘들 때가 많다. 모든 놀이 과정에서 모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할 수는 없지만, 아들이 최소한 위험한 행동만은 따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낸 것이다.
문제가 될법한 행동들은 기가 막히게 따라 하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또 공공의 안전과 모두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잔소리라고 생각될 수 있어 차마 나오지 않던 말들이었지만 어렵게 꺼내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이렇게 글로 남기는 이유도 그래서다.
지금까지는 정상 발달 아동들이 하는 무례한 장난이나 행동, 말들도 그냥 흘려보냈었다. 왜냐하면 우리 아들이 언제 그런 행동을 할지 모르니까. 그런 생각이 컸다. 마치 미리 들어놓는 보험 같았달까?
아들이 아직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어떤 잘못을 할지 모르니까 하는 마음에서 다른 짓궂은 아이들이 하는 못된 행동들도 때로는 눈감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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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 아들이 잘못을 할까봐 미리 다른 짓궂은 아이들이 하는 못된 행동들도 때로는 눈감아 줬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자료사진). |
| ⓒ pondjup on Unsplash |
요즘 같은 시대에 남의 아이에게 내는 잔소리가 혹시나 문제가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엔 모두를 위해서 내는 발달장애 아동 엄마의 작은 용기를 너그러이 바라봐주면 좋겠다.
놀이터에도 서서히 봄이 오는 어느 날. 유독 짓궂게 놀며 장난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오늘도 이렇게 또 작은 다짐을 하며 나는, 우리 거북이 아들처럼 느리게 성장 중인 엄마이다. 발달 장애 아들과 함께(연재기사 보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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