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그리운 섬 풍경.. 마침내, 백령도

2022. 7. 1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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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마침내 그곳을 여행했다. 한때 열 시간 이상 걸리던 뱃길은 고속페리 취항 이후 네 시간으로 단축됐지만, 멀고 험한 바닷길은 여전하다. 더군다나 어떻게 남한 땅이 됐을까 싶을 만큼 북한과 가까워 긴장이 동반되는 여행이기도 하다. 그러나 백령도는 말 그대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최고의 여행지다. 섬 전체가 신비와 경외 그 자체지만 딱 하나, ‘두무진’만 보더라도 그런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누구든 말이다.

한여름 이른 아침, 하루의 시작을 쨍쨍한 태양이 연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티끌 하나 없는 허공은 제법 먼 거리에 있는 서해 앞바다의 섬까지 가시거리 안으로 끌어들인다. 덥긴 하지만 이렇게 투명한 천지를 보는 게 계절의 축복이려니, 하는 생각이 아직 덜 깬 심신의 구석구석을 서둘러 각성시킨다.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도착한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살짝 달뜬 표정들이지만, 어릴 적 수학여행 길에 나선 아이들처럼 시도 때도 없이 까르르 까르르, 마구 웃고 떠드는 유쾌한 풍경이다. 여행의 즐거움, 여행의 맛이란 게 본디 그런 것이 아닐까.

대합실 안에서는 출항하는 배편과 출발 시간을 안내하는 방송이 연신 흘러나온다. 지난 3일 동안 백령도 뱃길이 전면 통제됐다는데 내가 타고 갈 배는 무사히 출항할 수 있을까, 조바심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대합실 전광판에 노선과 출항 여부를 알리는 문자가 반짝인다. ‘백령도·대청도 08:30 코리아킹호 출항 대기’. 출항 대기? 일기예보도, 실시간 날씨도 쾌청한데 출항 대기라니 대체 무슨 일이지? 출발일 전 며칠 내내 확인했던 인천항과 백령도의 오늘 날씨 역시 ‘쾌청’이었는데 왜? 그나마 ‘통제’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지만, 언제 출발할지는 누구도 모르는 상황. 무작정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도는 없다. 일기예보와 출발 당일에 확인할 수 있는 터미널 웹사이트의 운항 정보와는 상관없이 출발시간 즈음 바다의 기상 여건에 따라 ‘지연 출발’ 혹은 ‘통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날 역시 인천항과 백령도의 날씨는 좋았지만 그 사이 바닷길에 해무가 많아 운항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지연 출발이 결정된 것. 초조함과 막막함이 갑자기 몰려들었다. 오전 9시30분. 한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출항 허가가 떨어졌다. 격한 환호성으로 응답하는 한 무리들과 어울려 마침내 백령도행 고속페리 코리아킹호에 몸을 실었다. 이제 가는 일만 남았군, 하는 순간 슬그머니 불안함과 긴장감이 파고들었다. 먼 바다의 거친 파도를 헤치고 무려 네 시간이나 가야 한다는 낯선 뱃길 탓이었을까. 아니면 무시로 들고날 수 없다는 제약에서 비롯된 유배의 느낌 때문이었을까. 그저 속내가 복잡해졌다. 그러는 사이 날렵한 제비처럼 생긴 코리아킹호는 인천대교를 지나 서해의 한복판으로 접어들면서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배멀미 걱정에 잔뜩 긴장했던 몸이 스르르 풀리며 굳어 있던 얼굴에도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배멀미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다는 평온하다. “복 받으셨네요! 이런 경우 거의 없거든요.” 옆자리에 앉은 백령도 주민이 웃으며 말을 건넨다. 그렇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백령도의 첫인상은 신비롭고도 강렬하다.

▶마침내 만나는 미지의 섬, 백령도

세 시간 이상을 달려 온 페리는 소청도와 대청도에 잠시 들러 승객을 내려준 뒤 이내 백령도로 다가선다. 말로만 들었던, 미지의 섬 백령도가 눈앞에 서 있다. 우리나라 서해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북위 37.52도. 백령도는 우리 영토 내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북쪽의 섬이다. 38선을 중심으로 본다면 이곳이 어떻게 남한 땅이 되었을까 궁금해질 정도로 북한 쪽으로 한참이나 올라가 있다. 북한 땅인 황해남도 룡연군과는 17km, 지난 2013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시찰을 나왔다던 월내도는 불과 12km 거리에 있다. 백령도와 인천 사이가 228km이고, 중국 산둥반도가 195km 거리에 있으니 백령도와 북한이 얼마나 가까운 거리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맑은 날이면 바다 건너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그래서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안타까움과 호기심이 솟구치기도 하는 애틋한 땅이 이곳이다.

백령도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두 번째로 큰 섬이었지만 화동과 사곶 사이를 막는 간석지 매립으로 면적이 크게 늘어나 현재는 여덟 번째로 큰 섬이 되었다. 섬에 거주하는 인구도 적지 않다. 2022년 현재 4900여 명의 주민들과 그 정도 규모로 추산되는 군인들까지 약 1만 명이 사는 곳이다. 섬의 본래 이름은 ‘곡도’. 백령도란 이름은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나는 모습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섬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신비스러울 정도로 놀랍고 또 아름답다. 섬을 둘러 싼 해안선 곳곳이 명승이요, 억만년 지구의 역사가 깃든 자연유산들이다. 그만큼 볼 것도 또 새겨야 할 것도 많다. 과거에는 안보가 중요한 관광 테마였지만 지금은 자연, 종교, 역사를 아울러 경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여행지가 돼 있다. 지금까지 백령도를 찾은 여행자의 숫자가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된 뜻밖의 사실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누구나 백령도를 이야기하지만, 아직까지도 아무나 쉽게 가보지 못하는 미지의 땅인 셈이다. 그래서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특별한 여행지이자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아름다운 섬으로 지금 백령도가 존재한다.

배가 도착한 용기포 신항은 짙은 해무에 휩싸여 있다. 가시거리가 100m 정도? 용케 왔지만 여행이 가능할지 가늠할 수 없는 날씨다. 노랗고 동그랗게 생긴 해가 유난히 선명하던 백령도의 일기예보와는 완전 딴판인 날씨가 이곳이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이란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그럼 이제 어쩌지? 본격적인 백령도 여행의 첫 순간부터 난관이다. “가까이 볼 수 있는 것만 돌아봐도 멋져요.” 렌터카를 가지고 온 펜션 사장님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툭 하고 한마디를 던진다. “네?” 무슨 얘기냐는 듯 놀란 내게 다시 한 마디. “그냥 다녀보시라구요. 그래도 볼 거 많아요.”

해무에 휩싸인 용기포 신항
용기포항에서 가까운 사곶해변으로 차를 몰았다. 가까운 것보다는 멀리 원경으로 봐야 멋진 여행 명소지만 그래도 백령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기에 첫 번째 행선지로 택했다. 하지만 대실패. 눈앞에 펼쳐진 짙은 안개는 불과 50m 밖을 보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 행선지로 선택한 콩돌해안과 하늬해변도 마찬가지. 끝섬전망대와 삼청각 내부 전시실을 관람하는 것으로 백령도 여행 첫날의 일정을 접어야 했다. 그 와중에 황해도냉면을 먹을까, 메밀칼국수를 먹을까, 행복한 고민이었던 백령도 맛집에서의 점심식사도 모두 실패하는 대참사를 겪었다. 조금 여유 있는 시간에 찾아가 느긋한 점심을 먹으려던 계획은, 이들 식당이 보통 2~3시면 마감한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채 허무하게 무산되고 말았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유난히 조용하고 아늑했던 펜션에서의 하룻밤. 온갖 감정의 종합판이었던 백령도 여행의 첫날은 그렇게 저물고 말았다.

▶신이 빚은 절경, 백령도의 비경

백령도에서의 이튿날. 날이 바뀌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날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제보다는 약간 덜했지만 여전히 안개가 마을을 뒤덮고 있었다. 내일 점심이면 돌아가야 하는데 이를 어쩐담? 무작정 돌아다니는 수밖엔 다른 방도가 없었다. 백령도에 왔으니 일단 두무진은 봐야지. 유람선은 운항할 수 있을까, 오만 상상의 나래의 걱정 끝에 마침내 도착한 두무진 유람선 선착장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하나같이 안개를 걱정하는 표정들이다. 백령도 여행은 비도 바람도 아닌, 안개가 지배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시간이다.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을 바다의 신이 알아준 것일까. 먼 바다의 안개는 걷히지 않았지만 두무진 앞바다를 덮고 있던 안개가 살짝 걷히면서 마침내 유람선 운항이 결정됐다. 순간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았던 두무진의 경외스런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두무진에 잘 오셨다”는 선장의 인사말과 함께 출발한 유람선은 채 5분이 되지 않아 일행 모두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이로운 세상 속으로 이끌었다.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 두무진, 두무진 여행의 백미는 해상관광유람선이다.
아~ 두무진! 자연을 앞에 두고 말문을 잃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오로지 ‘경외롭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는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도대체 어떤 말로 눈앞에 펼쳐진 이 풍광을 설명할 수 있을까. 국가 명승 제8호로 ‘신이 빚어놓은 절경’으로 통하는 두무진은 백령도를 상징하는 최고의 비경이다. 약 4km의 해안을 따라 늘어선 50m 높이의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들은 10억 년 전에 쌓인 모래가 굳어져 형성된 것이다. 거대한 바위기둥들이 마치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모습 같다고 하여 두무진이라 이름 붙었다. 유람선을 타고 해안선을 따라 돌면 장엄하고도 신비스런 모습의 선대암, 장군바위,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등 자연이 빚어낸 기암괴석들을 차례차례 만날 수 있다. 아마도 백령도를 찾는 여행자 중 열이면 아홉이 이 풍경을 마음에 담고 오지 않았을까. 그만큼 두무진의 풍경은 신비롭고 절묘하며 압도적이다. 유람선을 타고 두무진을 둘러봤다면 해변 옆으로 난 산책로를 걸어 두무진의 속살을 보는 것이 좋다. 거대한 바위 속으로 들어가 두무진 기암괴석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다.

▶빠뜨려선 안 되는 백령도의 명소

두무진을 출발해 전날 제대로 보지 못했던 콩돌해변을 다시 찾았다. 사곶해변과 함께 백령도 여행의 필수 코스인 콩돌해변은 이름 그대로 콩처럼 작고 예쁜 자갈들이 깔린 해변이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반질반질한 돌들은 백령도의 지질을 구성하고 있는 규암과 사암, 현무암 등이 해안의 파식작용에 의해 부서진 후 마모를 거듭해 아주 작고 둥근 모양의 자갈이 되었다. 남포리 오군포 남쪽 해안을 따라 약 1㎞가량 이어진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돼 무단 채취나 반출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해변에서 마음껏 콩돌을 느껴보는 건 자유다. 맨발로 콩돌 위를 걷는 것도 좋고, 촤르르 촤르르… 파도에 밀리며 콩돌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심청각, 효녀 심청상
콩돌해안에서 멀지 않은 장촌포구 인근 바다에 솟아있는 용틀임바위는 마치 몸을 뒤틀며 승천하는 용을 닮았다. 모래와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10억 년 전의 해식주로 오랜 세월 침식작용을 거쳐 뾰족하고 구불구불 뒤틀어진 모양이 되었다. 바위 주변에는 수많은 갈매기들이 날아들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백령도는 고대소설 『심청전』의 무대다. 심청각은 심청이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몸을 던진 인당수가 바라다 보이는 산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2층 전통한옥으로 지어진 이곳에는 심청전 관련 자료가 전시된 전시관과 북한 땅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고, 야외에는 효녀 심청상이 세워져 있다. 북한과의 접경지역이라는 것을 암시하듯 북한의 태산봉과 월내도를 향해 포신을 겨눈 M47 탱크도 전시돼 있다.

백령도에는 기억할 만한 성지가 두 곳 있다. 천주교 성지인 백령성당과 기독교 성지인 중화동교회다. 수많은 서양 문물이 서해를 거쳐 들어왔듯 종교도 서해의 바닷길을 거쳐 이 땅에 들어왔다. 페레올 주교의 지시로 해상 밀입국로를 개척한 김대건 신부는 백령도를 통해 모두 17명의 신부를 입국시켰다. 그런 이유로 백령도에 있는 작은 성당에 김대건 신부의 유해 일부가 모셔졌고 천주교 신자들의 성지 순례 코스가 되었다. 백령도의 기독교 역사도 깊다. 1832년 동인도회사 무역선을 타고 런던선교회의 칼 귀츨라프가 들어오면서 기독교의 관문이 된 곳이 백령도다. 백령도에는 1898년, 서울 새문안교회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중화동교회를 비롯하여 100년 넘는 교회가 셋이나 된다.

▶결국 ‘통제’, 그리고 덤으로 얻은 하루

백령도에서의 마지막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혹시 배가 뜨지 않는 건 아닐까. ‘안개만 아니라면 비가 오더라도 배는 뜬다’는 현지인의 위로는 결국 실제가 되었다. 인천으로부터 들어오는 배가 기상 악화로 통제됐고, 자연스럽게 백령도에서 나가는 배편도 있을 수 없는 상황. 억수 같이 내리는 비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겹쳐 졸지에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아, 이럴 수도 있구나! 백령도 여행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불가항력의 경험을 몸소 겪게 된 기나긴 하루였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맞은 백령도에서의 추가된 마지막 날은 거짓말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지난 3일간의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 버릴 만큼 놀랍도록 쾌청한 날씨였다. 전화위복이란 게 이런 거지, 하며 제대로 보지 못했던 백령도의 핫플을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하게 찾아다니기로 했다.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였던 사곶해변을 먼저 찾았다. 두무진과 함께 백령도 여행의 백미가 되는 곳. 이탈리아 나폴리 해변과 더불어 전 세계 단 두 곳뿐인 천연비행장 중 하나가 바로 사곶해변이다. 폭 300m, 길이 3㎞의 광활한 해변으로 단단한 규사토가 깔려있어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한 곳이다. 실제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이 비행기 활주로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드넓은 해변은 고운모래로 뒤덮여 있는데 신기하게도 발이 빠지지 않는다.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됐고, 현재는 해변의 훼손을 막기 위해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백령대교를 건너 바닷가 쪽으로 난 작은 산등성을 오르면 전망대가 있다.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명명된 이곳에 오르면 백령호와 사곶해변의 멋진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곶해변이 가장 잘 보이는 환상적인 전망 스폿이자 백령도 여행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최고의 포토존이다. 날씨가 좋을 때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은 끝섬전망대다. 백령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용기원산 정상에 있는 끝섬전망대에서는 용기포항과 사곶해변, 하늬해변 그리고 대청도와 소청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10여km 거리에 있는 북한 황해도 장연군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용기포 신항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날씨가 좋다면 백령도 여행의 처음 혹은 마지막에 들러보면 좋다.

사곶해변은 전 세계에서 단 두 개 밖에 없는 천연 비행장이다, 심청각에서 바라본 북한 땅

▶강렬했던 첫 경험의 기억, 다시 그리워질 섬

예정했던 2박3일의 여정이 예기치 않게 3박4일로 늘어났지만 백령도 여행은 그 정도가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의 명소 정도를 둘러보는 여행이 아닌, 섬의 환경과 문화까지 어느 정도 엿보기에는 그 시간도 짧겠지만 말이다. 돌아보면 아쉽지만, 한편 다행스럽기도 했던 백령도 여행을 차곡차곡 정리하며 이제 막 들어와 다시 인천으로 떠날 배에 오른다. 이 섬에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과 쉽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편안한 리무진 같았던 백령도행과는 달리 인천으로 돌아오는 뱃길은 험했다. 함께 타고 온 해병대 젊은이들마저 비명과 구토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는 배 안에서 마치 4시간 연속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뱃길을 처절하게 경험했다. 세상에 만만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교훈이었을까. 마침내 보이는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을 보며, 과거 하루가 걸릴 때도 있었다는 백령도를 네 시간 만에 오갈 수 있게 된 걸 감사해 마지 않았다. 여행이란 게 그런 거지! 어떻게든 배우는 게 있다고, 그래서 의미가 있는 거라고 스스로 다독거리며 백령도 여행을 마무리했다.

▷백령도의 맛

백령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냉면, 메밀국수, 짠지떡 등의 토속 음식들이다. 하지만 이들 음식을 파는 유명한 현지 맛집들의 경우, 대부분 오후 2~3시면 문을 닫는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점심시간에 손님이 한꺼번에 몰릴 것을 감안해서 조금 늦게 찾아간다면 허탕을 치기 일쑤. 차라리 오전 이른 시간에 찾아가는 편이 낫다.

냉면 백령도의 별미 중 하나인 냉면은 ‘백령도 냉면’ 혹은 ‘황해도 냉면’이라 부르는데 돼지 사골로 낸 육수에 메밀이 많이 들어간 면을 쓰고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중간쯤인 ‘반냉면’이 인기 메뉴. 백령도 최고의 냉면 맛집으로 통하는 사곶냉면과 현지인들이 애정하는 그린파크식당, 신화냉면, 장촌냉면 등이 백령도의 냉면의 맥을 잇는 맛집들이다.

짠지떡 찹쌀가루와 메밀가루로 반죽한 떡에 신김치를 다지고 홍합이나 굴을 넣어 만든 것이 짠지떡이다. 쌀가루가 들어가 떡이라 부르는데 피가 유난히 쫄깃하다. 황해도식 만두라 생각하면 된다.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진촌리에 있는 두메칼국수가 유명하고, 신화냉면, 시골칼국수, 형준네식당도 짠지떡 맛집으로 통한다.

메밀 칼국수 백령도 특산물 중 하나가 메밀이다. 그래서 칼국수도 메밀로 빚는다. 부드러운 면발과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일반 밀가루 칼국수와는 다른 특별한 맛을 낸다. 작은 굴을 넣어 끓인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시원하다. 두메칼국수, 시골칼국수, 장촌칼국수, 엄마손칼국수 등이 유명하다.

▷백령도 여행 노하우

배편 인천에서 백령도로 가는 배편은 하루에 왕복 세 편이 있다. 에이치해운에서 운영하는 하모니플라워호와 고려고속훼리에서 운영하는 코리아킹호, 코리아프린세스호로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아침 7시 50분과 8시 30분 그리고 낮 12시 30분에 출발하고, 되돌아오는 배는 오전 7시, 12시 50분, 13시 30분에 있다. 보통 4~5시간이 소요된다.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갈 경우에는 차량 선적이 가능한 하모니플라워호를 이용해야 한다. 이용 요금은 배편과 시기(평일과 주말, 비수기와 성수기 차이)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으며, 일반 대인의 경우 평일 왕복이 12만5000~13만3000원 정도. 인천시민은 80% 할인이 되고, 백령도 주민은 시내버스 요금제가 적용돼 1250원만 내면 된다. 올 연말까지 서해5도를 찾는 일반 여행자들에게도 50% 특별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비수기 평일에 한해, 관광을 목적으로 한 1박2일 이상 4박5일 이내 여행자 대상이며, 여객선 예매사이트인 ‘가보고 싶은 섬’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렌터카 백령도 여행을 수월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낫다. 섬 전체를 도보로 둘러보기에는 하루 이틀의 시간으로는 어렵고, 자전거를 이용해 2~3일 여행한다면 섬을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둘러볼 수 있다. 물론 섬에는 택시도 있고,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마을을 순회하는 공영버스도 있으니 참고할 것.

숙소 숙소는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펜션과 민박, 모텔 등이 대부분으로 화려한 리조트 수준은 아니지만 비교적 깔끔하고 불편함이 없다.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백령도에 도착해 숙소를 정하고 렌트카를 빌릴 수도 있지만, 출발 전 미리 예약하는 것이 낫다. 백령도 현지에는 숙소와 자동차 렌트를 동시에 운영하는 업체들이 여럿 있으니 그런 곳 중 하나를 이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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