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7월에 열자" 미국 대표 투수의 이색 제안, 그럼 KBO리그는? 문제는 개최 시기가 아니야 [더게이트 WBC]

배지헌 기자 2026. 3. 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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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발 "3월은 가혹해", WBC 결선 7월로 옮기자고 주장
-MLB 올스타 주간과 결합… '야구 주간' 만들자는 구상
-KBO·NPB 일정 무시한 발상
WBC 개최 시기를 7월로 옮기자는 이색 주장이 제기됐다(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개최 시기를 7월로 옮기자는 이색적인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끈다. 최고의 선수들이 전력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지만, 다른 나라 리그 사정을 무시한 미국 중심적 발상이라는 반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제이슨 스타크 기자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칼럼을 통해 이색적인 제안을 전했다. 발단은 두 차례 사이영상을 거머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에이스 타릭 스쿠발의 발언이었다. 스쿠발은 "최고의 선수들이 부상 없이 뛰길 원한다면 7월 중순이 최적"이라며 개최 시기의 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스쿠발은 이번 대회 미국 대표로 나섰지만 단 한 경기만 소화하고 소속팀 스프링 트레이닝에 복귀한 바 있다.

기사에서 스쿠발은 "대회 시기가 바뀌어야 한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발 투수 전체에 힘든 일정"이라고 주장했다. 정규시즌 개막전 등판 준비 기간과 WBC 일정이 겹쳐 소속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스쿠발의 입장. "달력에서 하루를 억지로 끼워 넣을 수 없을까 고민했다"면서 대표팀과 소속팀 사이에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미국 에이스 스쿠발(사진=MLB.com)

7월 올스타 주간, '야구 주간'으로 재탄생?

스타크 기자는 스쿠발의 주장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다듬었다. 조별리그는 지금처럼 3월에 치르되, 8강부터 결승까지는 7월 올스타 주간으로 옮기자는 구상이다. 이른바 '미국 야구 주간'이다. 신인드래프트를 시작으로 퓨처스 게임, 홈런 더비를 거쳐 올스타전 직후인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WBC 결선 토너먼트를 몰아치는 일정이다.

스쿠발도 "8강, 4강을 거쳐 하루 휴식 후 결승을 치른다면 누구나 최상의 상태로 마운드에 설 수 있다"면서 이 아이디어를 반겼다. 흥행 면에서도 명분은 있다. 현재 WBC는 미국 대학농구 '3월의 광란'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 반면 7월은 북미 스포츠계의 전형적인 비수기다. 스타크 기자는 "이 시기에 결선이 열린다면 야구는 일주일 내내 전 세계 스포츠 헤드라인을 독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크 기자는 '리그 중단'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어차피 2028년 LA 올림픽 때도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참가하려면 일정 기간 리그 멈춤이 불가피하다. 그 중단 기간처럼 WBC 결선 때도 리그를 중단하면 된다는 주장. 스쿠발도 "2028년 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다. 시즌 중반에 국가를 대표한다면 더 바랄 게 없는 타이밍"이라고 밝힌 만큼, 스타 선수들의 저항감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7월 본선만 뛰고 3월 예선을 기피하는 선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는 '1라운드 참가 의무화'를 해법으로 내놨다. 애런 저지나 브라이스 하퍼 같은 슈퍼스타가 7월의 영광을 누리길 원한다면 3월의 고생도 함께해야 한다는 논리다.
시부야 크로싱에 붙은 WBC 홍보물(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지금 KBO리그 무시하는 거...?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와 현실 사이엔 큰 간극이 있다. 우선 MLB 올스타전과 WBC는 경기 강도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올스타전에서 투수들은 축제 분위기 속에 고작 타자 서너 명만 상대하고 내려온다. 반면 국가의 명운이 걸린 WBC 8강전은 다르다. 우승이 걸린 실전에서 전력으로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한다.

이렇게 에너지를 소진하고 소속팀으로 돌아와 후반기 레이스를 치르는 것은 투수들에게 독배를 마시라는 것과 다름없다. 한창 시즌 중인 7월의 전력투구 여파는 후반기 부상과 구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이디어를 낸 스쿠발 자신도 "규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제안이 전제하는 세계가 지나치게 MLB 중심이라는 점이다. 세상에 야구 리그가 메이저리그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메이저리그에 버금가는 성공적인 자국 리그를 운영하고 있고, 타이완도 독자적인 프로야구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7월은 이들 리그가 순위 싸움으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기다. 이때 리그를 멈추고 15시간을 날아가 미국에서 공을 던지라는 것은 아시아 야구를 무시하는 소리나 다름없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리그 중단에는 그나마 국가적 가치라도 있다. 하지만 MLB 사무국이 주도하는 상업적 대회를 위해 매번 7월 일정을 내줘야 한다는 제안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스타크 기자가 꼽은 문제점들, 투구 수 규정이나 리그 중단 기간 문제는 협상으로 풀릴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 리그의 일정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쉽게 올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결국 이런 아이디어는 야구의 세계화가 아닌 미국 중심주의, 'MLB의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 내 스포츠 일정이나 올스타전 기간이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번 대회에서 스프링 트레이닝 복귀를 이유로 중도 하차한 선수들은 대부분 미국 대표팀에만 집중됐다. 스쿠발을 시작으로 라이언 야브로, 마이클 와카, 클레이 홈즈, 매튜 보이드가 조별리그를 마친 뒤 잇따라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반면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와 한국, 일본 선수들은 리그 개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끝까지 입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대회 개최 시기가 아니다. 대회를 7월로 옮긴다고 해서 미국 선수들이 소속팀보다 대표팀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 일정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WBC를 바라보는 미국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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