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아직 6%, SVB 파산… 갈수록 ‘스텝’ 꼬이는 연준

김철오 2023. 3. 1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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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 6.0%
전망치 부합했지만 5%대 진입 불발
SVB 파산 사태 속 다음주 금리 결정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상반기 통화정책을 보고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6.0%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의 전망치와 부합했지만, 여전히 6% 선을 뚫고 내려가지 못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의 감속을 재확인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고강도 긴축 기조에 저항을 받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스텝’은 꼬이게 됐다. 당초 우세했던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 의견을 동결 가능성까지 끌어내렸던 시장의 기준금리 전망은 이제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 2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 6.0%

미국 노동부는 14일(현지시간) 2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6.0%로 발표했다. ‘헤드라인 CPI’(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미국 경제지들에 취합된 전문가 전망치와 일치하거나 소폭 하회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6.1%, 블룸버그는 6.0%를 제시했다.

헤드라인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집계됐다. 큰 변동성을 나타내는 에너지·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2월 근원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5.5%, 전월 대비로는 0.5%였다. 근원 CPI도 월스트리트 전망치에 부합했다.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고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다만 물가상승의 둔화 속도는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의 앞선 2개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을 보면 지난해 12월은 6.5%, 지난 1월은 6.4%였다. 6%대에서 3개월째 머물렀다.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2021년 10월 처음 6%대(6.2%)로 올라가 인플레이션 공포를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뒤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2021년 9월(5.4%) 이후 1년 5개월 만에 5%대로 다시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는 무산됐다.

미국 뉴욕주의 한 슈퍼마켓 진열대에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상품별 가격이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굳어지는 ‘빅스텝 불가론’

월스트리트 금융·증권가와 언론들은 끈적끈적하게 눌어붙어 천천히 떨어지는 것처럼 나타나는 지금의 인플레이션 추세를 ‘스티키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이라는 말로 묘사한다. 인플레이션의 이런 추세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을 지탱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연준은 지난해 내내 고용·물가 지표를 참고해 통화정책을 결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상·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상반기 통화정책을 보고하면서 “물가상승률을 2% 수준까지 내리기 위한 과정은 멀고 험난할 것”이라며 “예상보다 강한 경제 지표는 최종 금리 수준이 기존 전망치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당시 파월 의장의 발언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밟고, 기준금리의 최종 수준을 6%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4.5~4.75%다. 한 차례의 ‘빅스텝’만으로도 기준금리는 5~5.25%로 상승해 하단까지 5%대에 들어간다.

하지만 연준은 SVB 파산 사태에서 높아진 경제 위기 우려로 긴축적 통화정책에 대한 저항을 받고 있다. 시장은 이미 ‘빅스텝 불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수 의견으로도 제시되지 않았던 ‘금리동결론’까지 부상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차기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2월 CPI 공개 1시간여 뒤인 이날 밤 10시40분 현재 ‘베이비스텝’을 택한 비율은 83.4%, 동결을 예상한 비율은 16.6%다. 한때 70%를 넘겼던 ‘빅스텝’ 전망은 완전히 사라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간판이 지난 10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본사 앞에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텝’ 꼬인 연준, 다음주 FOMC 회의

2월 CPI에서 식료품 가격은 전월보다 0.4% 오른 반면, 에너지 가격은 전월보다 0.6% 하락해 지수의 상승을 억제했다. 이 두 항목을 뺀 근원 CPI에서 전월 대비 상승률인 0.5%는 지난 1월 0.4%와 비교해 오히려 올랐다.

근원 CPI를 높인 요인은 주거비다. 미국 노동부는 주거비에 대해 전년 동월 대비 8.1%, 전월 대비 0.8% 상승해 근원 CPI 상승률의 60%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헤드라인 및 근원 CPI 상승률에서 SVB 파산 사태를 반영한 시장의 의견대로 긴축 속도를 늦출지를 놓고 FOMC 3월 정례회의에서 열띤 토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차기 기준금리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FOMC 정례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 연준 성명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파월 의장을 포함한 FOMC 구성원들은 정례회의 전까지 공개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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