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사고는 더 자주 발생하고 있나?

조회 862025. 2. 23. 수정
비행기와 항공조사관들의 뒷모습을 콜라주한 이미지

최근 대형 항공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일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항공 사고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고를 아슬아슬하게 피한 아찔한 순간을 담은 영상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가운데,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BBC의 미국 파트너사인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우려를 진정시키고자 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일련의 항공 사고가 "매우 독특한" 사례라고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더피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상업용 여객기와 군용 헬리콥터가 충돌해 67명이 사망한 사고 등을 포함한 여러 항공 사고 이후 나온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악천후 속 착륙한 비행기가 뒤집히는 영상은 온라인에서 널리 공유되며 이런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에서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비록 이 주제와 관련한 여론조사는 제한적이지만, 최근 AP가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런 사고 영상과 이미지들이 일부 미국 소비자들의 항공 여행에 대한 신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러나 BBC 검증팀(Verify)이 미국 및 전 세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년 동안 항공 사고는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미국의 경우, 항공 사고 관련 통계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올해 1월 말까지 집계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NTSB 데이터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내 항공 사고 건수는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항공편 수는 크게 증가했다. 또한, 2025년 1월의 항공 사고 건수(52건)는 지난해 1월(58건)과 2023년 1월(70건)보다 적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데이터 또한 같은 흐름을 보인다. 유엔(UN) 산하의 이 기관은 전 세계 항공 사고를 모니터링하는데,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항공기 이륙 100만 회당 사고 건수가 뚜렷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ICAO의 항공기 사고 정의는 매우 포괄적이다. 이는 승객이나 승무원이 심각하게 부상하거나 사망한 사고뿐만 아니라, 항공기가 손상돼 수리가 필요한 경우나 실종되는 사례도 포함된다.

전 세계 항공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에 대한 데이터 또한 같은 기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일부 연도에는 주요 항공 재난으로 인해 수치가 급증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두 건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며 항공 사고 사망자 수가 급증했다.

3월에는 239명이 탑승한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이 쿠알라룸푸르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실종됐다. 7월에는 또 다른 말레이시아 항공기인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제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면서 거의 300명이 사망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통계학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스피겔할터 경은 BBC Verify에 이런 항공 사고 통계는 갑작스럽고 큰 변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피겔할터 교수는 "사고 건수가 아니라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한 건의 대형 사고에도 통계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작위 사건들은 고르게 발생하지 않으며, 군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개별 항공 사고들이 서로 연관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달간 발생한 여러 건의 대형 항공 사고에 대해 핀란드 항공 사고 조사위원회 수석 조사관을 지낸 이스모 알토넨은 BBC Verify에 이번 사고들이 항공기 안전이 악화하고 있다는 징후는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불행히도 여러 유형의 사고가 집중된 시기가 있었지만, 이 사건들이 서로 전혀 다른 사례들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하며, 지난해 12월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한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를 예로 들었다. 이 비행기는 러시아의 대공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조종사이자 영국 버킹엄셔 뉴 대학교의 선임 강사인 마르코 챈은 BBC Verify에 항공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더 높아진 이유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사고 노출 증가"가 있다고 말했다.

틱톡에서 화제가 된 한 영상은 영화 슈퍼맨의 한 장면을 편집한 것으로, 슈퍼맨이 비행기가 경기장에 충돌하는 것을 막는 장면을 담고 있다. 영상에는 "현재 상황을 보면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부 장관이 지난 4년 동안 매일 했던 일"이라는 자막이 달려 있다. 이는 미국 전 교통부 장관인 부티지지가 올해 1월 퇴임한 이후 항공 재난이 증가했다는 주장을 암시하는 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보잉 737 맥스 기종 관련 사고도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24년 1월에는 이 기종 항공기의 문이 비행 중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하며 논란이 더욱 확산했다.

이 사고와 그 외 다른 사건들에 대한 우려로 일부 고객들은 보잉 항공기를 보이콧했으며, 보잉사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BBC Verify에 이러한 사고들과 대형 추락 사고는 당국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사고에서 얻은 새로운 세부 사항과 데이터는 조종사 훈련 시뮬레이터에 반영돼 미래에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알토넨 전 수석 조사관은 "오늘날의 시뮬레이터를 보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 실제 항공기와 거의 유사하다"고 말했다. "내가 40여 년 전에 비행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규제 당국은 안전 규정을 위반한 경우 벌금, 면허 정지 및 운항 제한 등과 같은 처벌을 내릴 수 있다. 항공사들이 안전 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운항이 금지될 수도 있다.

최근 잇따른 사고에도 불구하고, 항공 여행은 여전히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미국 교통부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미국에서 발생한 모든 교통사고 사망사건의 95% 이상이 도로에서 발생했다. 항공 사고로 인한 사망은 1% 미만이었다.

여행 거리 대비 사망률을 비교하면 항공 여행의 상대적 안전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국가안전위원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항공기 탑승 중 승객 사망자는 1억 마일당 0.001명에 불과했다. 반면, 승용차의 경우 1억 마일당 0.54명이었다.

알토넨 전 조사관은 "공항까지 가는 길을 조심하라"며, "여행 중 가장 위험한 구간은 비행 자체가 아니라 바로 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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