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종 남았다" 과감히 정리하는 SK매직의 속내는
주방가전 이어 일부 렌탈에서도 과감히 손 떼는 모습
정수기, 공청기, 비데, 매트리스만 남아..."AI 준비"
"당장 매출 줄어도, 양보다는 질적 성장 꾀할 시점"
최근 주방가전 사업을 매각한 SK매직이 새로운 활로 모색에 여념이 없다. 외형을 대폭 줄이면서, 향후 성장성이 담보된 내실 있는 구조로 사업 방향을 잡는 것으로 노선을 정한 까닭이다. 경쟁사들이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줄줄이 품목 수를 줄이며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장 매출은 하락하지만 영업익을 늘리며 수익 개선에 집중한다는 취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매직은 대대적인 사업 품목 정리에 돌입하고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 신제품 출시를 준비중이다. 회사는 주방가전 3종(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오븐 등) 사업을 경동납엔에 매각한데 이어 렌탈 분야에서도 식기세척기, 음식물 처리기, 안마의자 등 품목을 사업 종료했다. 현재 남아있는 사업 부문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등 총 4종이다.
특히 식기세척기의 경우, SK매직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한, 매출에 큰 기여를 했던 품목 군임에도 SK매직은 과감히 사업 철수를 강행했다. 최근 삼성전자 및 LG전자를 포함해 대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탓이다. SK매직 측은 "기업들의 참전으로 전체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미래 수익원으로의 가치는 점차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SK매직의 매출은 2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하락했다. 눈에 띄는 점은 영업익은 292억원으로 14% 가량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상반기 회사가 경동 나비엔에 가전 사업 부문을 매각한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소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인 렌털 쪽으로만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가올 3분기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다만 연간 1조원 수준의 매출액 가운데 주방가전 관련 사업이 20%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2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지난 2분기 회사 매출이 감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렌탈사업 품목마저 과감히 줄이며 매출 하락세를 견디고 있는 것이다.
기존 수익원을 대체할 신규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나, SK매직은 먼저 사업 구조를 정리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방침이다. 이같은 고강도 자구책을 두고 회사는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기조"라고 밝혔다. SK매직은 AI(인공지능)을 통한 기존 렌탈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앞서 연초 모회사 SK네트웍스의 기업설명회에서도 SK매직은 주방가전 사업 대신 AI 중심의 '웰니스(삶의 질 개선)' 서비스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초 관련 기술 연구 부서도 신설한 상태다. 연내 혹은 늦어지더라도 내년 초에는 기존과는 차별화된 신사업, 혹은 신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가전의 AI화'를 표방하며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는 일반 가전에 AI 기능을 입힌 형태에 그치고 있는 만큼 향후 SK매직이 차별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이고 그로 인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SK매직 관계자는 "아직 어떤 신제품이 나올지 공개할 순 없지만, 기존과는 보다 한차원 다른 체질을 가진 사업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SK매직의 행보는 모기업인 SK네트웍스의 AI 신사업 방향과 궤를 같이 한다. SK네트웍스는 2020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펀드 투자를 시작으로 휴메인, 소스ag, 사반토, 업스테이지, 알파인텔리전스 펀드(SBVA 조성) 투자 등 국내외 AI 분야에 투자를 이어왔다. 또 실리콘밸리에 AI 기술개발 조직인 피닉스 랩(PhnyX Lab)을 설립해 AI 제품 및 솔루션 개발과 AI 서비스 검증 등을 추진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최근 SK렌터카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특히 렌터카를 매각한 자금 8200억원 상당을 AI 역량 강화에 투자하면서 자회사 SK매직의 AI 신사업 및 신제품 출시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AI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한 역량을 확보해 SK매직을 포함한 워커힐 등 다양한 사업에 AI솔루션을 도입하고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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