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할인된 만큼 관리비 더 내라"…제값 잃은 아파트는 전쟁 중
‘할인 분양세대 입주 불가’
22일 오전 대구 동구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할인분양에 나선 건설사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무책임한 할인분양 각성하라’, ‘협의 없는 할인분양 입주저지로 대응한다’ 등 내용이었다.
4개 동 315가구 규모인 해당 아파트는 2021년 3월 최초 분양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시공사이자 시행사인 호반건설 측이 할인분양에 나섰다. 분양가의 85%를 5년 뒤에 납부하는 ‘5년 잔금유예’ 혜택과 잔금유예를 하지 않으면 7000만~9300만원을 일시에 할인받을 수 있는 선납할인 혜택이다. 현재는 주민 반발로 할인분양이 일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파트 입주민에 따르면 건설사가 20여 가구를 할인분양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재호 할인분양대응 입주민모임 비상대책위원장은 “10억원짜리 집을 1억원 할인해주는 게 아니라 84㎡ 기준 4억6000억 원짜리 집을 3억 원대로 대폭 할인해서 파는 건데, 건설사는 기존 분양자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며 “나중에 매매하면 기존 분양자는 상대적으로 손해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아파트 할인받은 만큼 관리비 더 내야”
정 위원장은 “건설사가 주민 갈등을 조장했다”며 “서울 본사 앞에서 이날부터 트럭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사 측은 기존 분양자에게도 할인을 소급적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미분양 무덤’ 된 대구
아파트 할인분양으로 인한 갈등은 대구 지역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대구가 전국 최대 미분양 물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대구에서 아파트 1만245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 있다. 수도권 전체 미분양 물량인 1만31가구보다 많다.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1044가구로, 1년 전 281가구보다 4배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해 대구의 입주 물량이 3만5000여 가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최근 4년 새 아파트가 과잉 공급된 탓이다.
수성구 만촌자이르네와 시지라온프라이빗, 서구 두류스타힐스, 동구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 등 대부분의 미분양 아파트가 할인분양을 했다. 561가구 규모의 대구 중구 대봉서한이다음은 지난해까지 2000만원을 할인해왔지만, 올해부터 5000만원 페이백 할인에 나섰다.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은 30대 신혼부부는 “지난해까지는 할인을 좀 하더라도 사람이 들어오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만, 할인 폭이 더 커지니 속상하다”며 “기존 분양자에 혜택을 주거나 아니면 할인 전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나중에 알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 “할인 분양, 법적으론 문제없어”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는 “할인 분양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결국 주민들끼리 갈등만 커지는 상황이 온다”며 “건설사는 주 52시간 근무, 자재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할인 분양을 하는 대신 추가 커뮤니티센터를 짓거나 정원시설을 확충하는 등 기존 입주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루 3L 홍삼 달인 물 마신다, 화장품보다 챙기는 건 ‘베개’ | 중앙일보
- 황정음, 이영돈과 재결합 3년 만에 파경…"이혼 소송 진행 중" | 중앙일보
- '애주가' 성시경 일냈다…"한국엔 없어" 자신한 막걸리, 무슨맛 | 중앙일보
- "15개월 아이, 토끼에 물려 손가락 절단"…제주 동물원서 무슨 일 | 중앙일보
- 경찰서 앞 쭈뼛쭈뼛하던 두 소녀…경찰에 건넨 종이가방엔 | 중앙일보
- 손흥민-이강인 화해에…축협 "우승한 것처럼 흥분되고 기뻐" | 중앙일보
- "투자 감사" 조인성 믿었다…수백억 가로챈 가짜 영상의 정체 | 중앙일보
- 봉준호·이병헌도 병적으로 봤다…'주말의 명화' 그리운 당신께 | 중앙일보
- “전기차 사기 게임은 끝났다, 테슬라? 100년 전 포드 보라” | 중앙일보
- 난임 환자 22명, 자기 정자로 임신 시켰다…미 의사 충격 사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