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페레로 로쉐' 초콜릿 상자의 정체, 알고보면 놀랍다 [ESG 세상]

안치용 2024. 9. 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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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세상] 초콜릿 업계의 '친환경 포장' 움직임

[안치용, 안지혜, 박진호, 이윤진 기자]

 다양한 초콜릿 포장
ⓒ Pixabay
초콜릿 포장재는 다양한 형태로 바뀌어 왔다. 포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20세기 초에는 종이와 알루미늄 포장재가 주로 활용됐다. 수분과 외부 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알루미늄 포장재를 이용했으며 비용 절감 차원에서 단순히 종이로만 포장하는 기업도 있었다. 글로벌 초콜릿 기업 허쉬(Hershey)와 마즈(Mars)는 1970년대까지 종이로 초콜릿을 포장했다.

포장 기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면서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포장재가 등장했다. 종이에 알루미늄을 덧댄 포장재부터 플라스틱 포장재 등 다양한 포장재가 도입됐다. 허쉬는 2000년대부터 플라스틱 기반 포장재를 새로 적용하여 자사 밀크초콜릿 제품을 감싸던 기존의 종이와 알루미늄 포장재를 대체했다.

그러나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초콜릿 포장재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020년 영국 소비자 단체 '위치(Which?)'는 식료품 브랜드 상위 89개를 조사한 결과, 초콜릿 포장재의 30%가 재활용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1] 특히 네슬레와 캐드버리를 포함해 주요 글로벌 기업의 일부 제품이 재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컸다.[2]

2022년에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총 3억 5300만 톤으로 20년 전보다 2배로 늘었다.[3]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3분의 2는 수명이 5년 미만인 플라스틱에서 나오는데 그중 40%가 포장재에서 발생했다.[4]

세계 1위 초콜릿 기업 마즈의 '지속가능한 포장' 정책
 마즈 사의 종이 기반포장재
ⓒ 마즈사 홈페이지
초콜릿 업계는 이 같은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재활용 및 재사용이 가능하거나 분해하기 쉬운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고 있다. 세계 최대 초콜릿 기업 마즈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마즈의 순매출은 220억 달러로 압도적인 업계 1위다. 2위는 몬덜리즈로 144억 달러였다.[5]

지난해 4월 '호주 마즈'는 전 세계 마즈 중 최초로 종이 기반 포장재를 선보였다.[6]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비판을 받은 기존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체한 종이 포장재는 재활용이 가능하다.[7] 호주에서 판매되는 마즈바(MARS)와 밀키웨이(MILKYWAY) 등 일부 제품에 적용됐다. 포장방식에 있어 과거로 회귀함으로써 오히려 혁신을 꾀한 셈이다.

마즈는 포장재 변경 정책이 250만 달러 이상을 들인 폭넓은 R&D 시도가 뒷받침한 결과이며,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가치 사슬에서 360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호주 마즈 총괄 매니저 앤드루 리키는 "(마즈의) 지속 가능성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8] 마즈의 지속가능한 포장 정책은 크게 ①불필요한 포장의 제거 및 감축(Reduce)과 ②순환성을 고려한 포장재 재설계(Redesign) ③닫힌 고리형 재활용 체계 구축 및 투자(Close the Loop) 3가지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다.[9]

마즈가 친환경 포장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포장 폐기물이 "지구를 건강하게 만드는 세상을 향한 마즈의 비전"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즈는 포장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포장(Sustainable packaging)' 정책을 추진 중이다. 마즈는 2025년까지 모든 상품의 포장재를 재활용 및 재사용, 또는 퇴비화가 가능하도록 바꾸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수억 달러를 투자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설계 중이다. 현재는 포트폴리오의 45%가 순환경제에 적합하게 설계된 단계이다.[10] [11]
 마즈 사 ‘지속가능 포장’ 현황 및 목표
ⓒ 마즈사 홈페이지
 마즈 사 ‘지속가능한 포장’ 3가지 전략 로고
ⓒ 마즈사 홈페이지
'지속가능한 포장' 도입의 어려움

다만 친환경 포장재가 완전히 정착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크다. 마즈는 호주에 이어 지난해 5월 종이 포장재를 영국에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초콜릿에 적합한 포장재를 찾기 위한 시범 사업 차원이다. 마즈 포장재 담당 임원은 "'초콜릿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차단성'을 갖춘 올바른 종이 포장재를 찾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12]

초콜릿 기업이 기존 포장재 대신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연세대학교 패키징및물류학과 김재능 교수는 "포장재 재활용률을 높이면, 소비자에게 판매 촉진을 할 수 있는 포장의 마케팅성과 상품 유통 중 보호 기능이 줄어든다"며 "친환경성과 상품 보호 및 마케팅성이란 두 방향의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친환경 소재를 기업이 사용하게 하려면 "지속적인 소비자의 의식 변화와 정부의 규제가 일정 수준 이상 필요하고, 나아가 사회운동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페레로 그룹의 에코 박스 포장
 페레로 로쉐 상자
ⓒ 위키미디어 공용
페레로 그룹의 가장 상징적인 브랜드 중 하나인 페레로 로쉐는 1982년 이탈리아 피에몬테주의 산속 작은 마을 알바(Alba)에서 탄생했다. 고급 초콜릿이 주는 즐거움을 대중에게 널리 보급한다는 마케팅 전략하에 페레로 로쉐는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해 현재 5대륙 14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13]

2020년 페레로는 2025년까지 재사용·재활용 가능 포장재, 생분해 포장재 등의 친환경 포장재 사용률 100%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1년에 재사용·재활용 포장재 및 생분해 포장재 사용률 83%를 달성했다.[14] 2023년에는 페레로 로쉐 포장의 90.7%가 재활용, 재사용 또는 퇴비화 가능하도록 설계됐다.[15] 2021년 9월부터 페레로 로쉐의 가장 상징적인 제품인 16개입 및 30개입 콤팩트 상자를 시작으로 '페레로 로쉐 에코 디자인 상자'를 점진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페레로 로쉐의 에코 디자인 상자는 널리 사용되고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인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어졌으며, 플라스틱 사용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페레로 로쉐의 상징적인 투명도와 소비자가 사랑하는 동일한 고품질을 유지하도록 배려하였다.[16] 앞으로 폴리스타이렌 박스를 폴리프로필렌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17] 친환경 디자인 박스(16개입, 24개입, 30개입 박스)가 도입된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0.5L 페트병 3억6000만 개에 해당하는 플라스틱을 줄였다. [18]

롯데제과, 한솔제지와 친환경 포장재 '카카오 판지' 개발

한국에서는 제과업계 1위와 제지업계 1위가 만나 친환경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롯데제과와 한솔제지가 손잡고 카카오 열매 성분이 함유된 친환경 종이포장재인 '카카오 판지'를 개발했다. 카카오 판지는 롯데제과, 롯데 중앙연구소와 한솔제지가 공동 개발한 종이 포장재다. 초콜릿 원료로 사용된 후 버려지는 카카오 열매의 부산물을 분말 형태로 가공하여, 재생펄프와 혼합해서 만든 친환경 종이다.

양사는 2020년 6월 카카오 판지 개발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7개월 만에 신 포장재를 개발했다. '카카오 판지'는 봄 시즌 기획 제품 2종(가나 핑크베리, 크런키 핑크베리)의 묶음 상품에 적용됐다.[19]

롯데제과 입장에서는 생산 중 발생하는 카카오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한솔제지 또한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여 종이 생산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원료인 목분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카카오 부산물 포장재는 롯데제과의 대표 초콜릿 제품인 가나 4종(1000가나마일드, 2000가나마일드, 2000 가나다크밀크, 3000빅가나)에 확대 적용되었다. 이 사업을 통해 기대되는 카카오 부산물 포장재 사용량은 2021년 연간 약 283톤이며, 카카오 부산물 기대 재활용량은 약 10톤이다. 2021년 8월에는 한솔제지와 친환경 포장재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여, 롯데제과만의 독창적인 친환경 패키지 개발 및 적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20]
 카카오 부산물 포장재가 적용된 가나, 크런키 제품
ⓒ 롯데제과esg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0
롯데제과는 2004년 제과업계 최초로 ISO14001(환경경영시스템인증)을 취득한 이후로 꾸준히 인증을 유지하며, 본사와 공장을 포함한 8개 전 사업장에서 친환경 생산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2020년 9월 환경부와 국내 23개 주요 식품사 간 '과도한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자발적 협약'에 참여하여 재포장을 자제하고, 띠지 및 고리 등의 포장재를 감량하고 재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있다.[21]

롯데제과 사례에서 보듯 한국에서도 제품 포장에 친환경적인 움직임이 엿보이지만, 초콜릿 포장지 변경보다는 과대 포장을 줄이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콜릿 포장에는 지속적으로 알루미늄이 사용된다.

롯데제과만 해도 2021년 봄 시즌 기획 제품에 한시적으로 카카오 판지를 이용한 포장을 적용한 것을 제외하면 1975년 가나 초콜릿을 첫 출시한 이후로 현재까지 같은 포장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해외의 친환경 및 지속가능 포장 움직임을 주시하는 태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마즈, 페레로 등 해외 초콜릿 기업의 포장재 변화도 아직은 플라스틱을 완전 퇴출하는 것이 아닌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수준에 머물고 있어 순환경제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포장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안지혜·박진호 기자(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

덧붙이는 글 | [1] Which?, Not yet recycled: the grocery brands with a packaging problem, https://www.which.co.uk/news/article/not-yet-recycled-the-grocery-brands-with-a-packaging-problem-aWwS92n8s1p1 [2] Rebecca Smithers(2020.09.24). Crisps, chocolate and cheese worst offenders for recycling.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0/sep/24/crisps-chocolate-and-cheese-worst-offenders-for-recycling-which-report-says [3] OECD, Plastic pollution is growing relentlessly as waste management and recycling fall short, says OECD, https://www.oecd.org/environment/plastic-pollution-is-growing-relentlessly-as-waste-management-and-recycling-fall-short.htm [4] OECD, Plastic pollution is growing relentlessly as waste management and recycling fall short, says OECD, https://www.oecd.org/environment/plastic-pollution-is-growing-relentlessly-as-waste-management-and-recycling-fall-short.htm [5] Statista. 2024. Leading chocolate and cocoa manufacturers worldwide as of 2023 (in billion U.S. dollars)*.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1298191/top-chocolate-manufacturers-worldwide/ [6] Mars Wrigley Australia, Mars Wrigley Australia launches recyclable paper-based packaging on MARS, SNICKERS and MILKY WAY, https://aus.mars.com/news-and-stories/articles/mars-wrigley-australia-launches-recyclable-paper-based-packaging-mars [7] Jane McNaughton(2022.11.28). Mars Wrigley chocolate bars to be packed in recyclable, reusable or compostable material by 2025. ABC Ballarat. https://www.abc.net.au/news/2022-11-28/mars-wrigley-sustainable-packaging-chocolate-bars/101694810 [8] Mars Wrigley Australia, Mars Wrigley Australia launches recyclable paper-based packaging on MARS, SNICKERS and MILKY WAY, https://aus.mars.com/news-and-stories/articles/mars-wrigley-australia-launches-recyclable-paper-based-packaging-mars [9] Mars, Sustainable in a Generation Plan 2022 Scorecard, https://www.mars.com/sites/g/files/dfsbuz106/files/2023-10/Sustainability_Plan_2022_Final.pdf [10] Jane McNaughton(2022.11.28). Mars Wrigley chocolate bars to be packed in recyclable, reusable or compostable material by 2025. ABC Ballarat. https://www.abc.net.au/news/2022-11-28/mars-wrigley-sustainable-packaging-chocolate-bars/101694810 [11] Mars, Our Plans for More Sustainable Packaging, https://www.mars.com/sustainability-plan/healthy-planet/sustainable-packaging [12] Joanna Partridge(2023.05.29). Mars bar wrappers changed to paper from plastic in UK trial.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business/2023/may/29/mars-bar-wrappers-changed-to-paper-from-plastic-in-uk-trial [13] https://www.ferrerorocher.com/kr/ko/about-ferrero-rocher/the-history-of-ferrero-rocher [14]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2022). 유럽 식품시장 ESG 경영 동향 분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p.16 https://www.kati.net/file/down.do?path=/board/2022/12/&fileName=%E2%98%85%28%EC%9D%BC%EB%B0%988%29+%EC%9C%A0%EB%9F%BD+%EC%8B%9D%ED%92%88%EC%8B%9C%EC%9E%A5+ESG+%EA%B2%BD%EC%98%81+%EB%8F%99%ED%96%A5+%EB%B6%84%EC%84%9D.pdf.pdf [15] 2023 페레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p.30 chrome-extension://efaidnbmnnnibpcajpcglclefindmkaj/https://www.ferrero.com/int/sites/ferrero_int/files/2024-05/ferrero_csr_final_28524.pdf [16] 페레로로쉐 홈페이지 https://www.ferrerorocher.com/kr/ko/quality-sustainability/sustainability/our-eco-designed-boxes [17] 2023 페레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p.30 chrome-extension://efaidnbmnnnibpcajpcglclefindmkaj/https://www.ferrero.com/int/sites/ferrero_int/files/2024-05/ferrero_csr_final_28524.pdf [18] 페레로로쉐 홈페이지 https://www.ferrerorocher.com/kr/ko/quality-sustainability/sustainability/our-eco-designed-boxes [19] 롯데제과 홈페이지 홍보센터 뉴스자료실 http://m.lotteconf.co.kr/prcenter/news/1352?page=1&searchType2=Y [20] 롯데제과esg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0~2021_lotte_report_korea p.32 chrome-extension://efaidnbmnnnibpcajpcglclefindmkaj/https://www.lotte.co.kr/upload/report/confectionery/s_esg_report_2021.pdf [21] 롯데제과esg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0~2021_lotte_report_korea p.30 chrome-extension://efaidnbmnnnibpcajpcglclefindmkaj/https://www.lotte.co.kr/upload/report/confectionery/s_esg_report_202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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