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00일 넘겼다…이란, 마음 급한 트럼프에 ‘추가 요구’ 공세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7일로 개전 100일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말 이란과의 종전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양측은 주말 내내 군사적 충돌을 이어갔다.

11월 선거를 앞둔 민심 이반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서 빨리 빠져나올 시점”이라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이에 이란은 종전합의를 위한 조건을 오히려 계속 추가하며 ‘버티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긴장 고조되는 호르무즈…주말 내내 ‘보복전’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6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두 차례 성명을 내고 이란의 공격을 막았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오전엔 “호르무즈해협을 향해 발사된 이란의 자폭형 공격 드론 4기를 격추했다”며 “추가적 해상 공격을 막기 위해 고루크와 게슘 섬에 있는 이란의 해안 감시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레이더 기지 타격은 이란이 전날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던 유조선을 향해 공격을 가한데 따른 대응이다. 그러자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명백한 휴전 협정 위반에 따른 비례적 방식의 대응”이란 명목으로 쿠웨이트와 바레인에 있는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로 보복했다. 다만 이란의 탄도미사일 7발 중 6발은 격추됐고, 1발은 목표지점을 벗어났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오후 추가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해협의 해상 교통을 위협하던 이란의 자폭평 공격 드론 2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자신의 공격을 막아냈다고 발표하자 추가 드론 공격을 가했고 이에 미군이 재차 대응했다는 것을 뜻한다.
전쟁은 아니라는 트럼프…“빨리 빠져나올 시점”
양측은 군사적 충돌을 이어가면서도 전면전 확대를 피하기 위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 한 전쟁을 본격화할 의향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또 지난 5일 위스콘신주에서 농업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선 “이란에서 매우 빨리 빠져나올 시점에 와 있다”며 조속한 종전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란은 자존심이 세지만 해야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일들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결국 자신이 요구하는 종전안을 수용할 거라고 주장했다. 다만 “(합의까지)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이란의 ‘서명’의 받아내기 위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양측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협상을 중재해온 파키스탄의 모신 라자 나크비 내무장관은 이날 이란을 방문해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의 친서를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전달했다. 동시에 루돌프 하이칼 레바논군 사령관이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등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물밑 대화 채널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동결자산 지급 요구에…美, 복구비로 사용?
그러나 파키스탄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합의 조건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르무즈해협의 개방 문제가 풀리지 않은 가운데 고농축 우라늄 반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휴전 문제에 이어 이란의 동결 자산이 추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동결 자산을 걸프 지역 국가들의 피해 복구 및 재건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걸프 동맹국이 입은 피해 비용을 산정하도록 이미 지시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군사고문인 모흐센 레자이가 전날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동결한 240억 달러(약 37조 4000억원)의 이란 자산 해제가 종전 합의의 핵심 조건이라고 밝힌 데 따른 대응일 가능성이 있다. 레자이는 동결 자산의 현급 지급과 관련 “240억 달러는 합의를 위한 신뢰의 시험”이라며 “미국이 시험을 통과해야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현금 지급’ 비난했던 트럼프…“새 갈등 요인”
동결 자산의 현금 지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그는 과거 민주당 정부가 이란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부 동결 자금을 지급한 것을 강하게 비난해왔다. 특히 핵 협상을 미룬 상황에서 동결 자산을 먼저 해제할 경우 협상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산 동결을 일부 해제하되 이를 복구비로 쓴다는 구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찾아낸 현실적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은 이미 합의안 양해각서(MOU) 초안에 미국이 전쟁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한 상태이고, 동결 자산에 대해서도 “그 돈은 미국이 아닌 우리의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해당 구상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오히려 “미국이 이란 자산을 걸프 국가들의 피해 복구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경우 미국과 이란 간의 불안정한 휴전에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중재에도…“헤즈볼라 지지”
실제 이란은 지난 3일 미국이 중재해 이끌어낸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휴전 합의에 대해 헤즈볼라가 반대하고 나서자 즉각 헤즈볼라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하는 등 협상을 오히려 미궁으로 몰아가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헤즈볼라가 휴전안에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가 포함돼있지 않은 것을 이유로 휴전안을 거부한 직후, “레바논에서의 전쟁 종식은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영토에서 철수하는 것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도 X에 “레바논 정부는 마치 이란이 레바논 영토의 5분의 1을 점령하고 레바논 국민 4분의 1을 피란민으로 만든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레바논을 진짜 적으로부터 구해달라”고 촉구했다. 그가 말한 ‘진짜 적’은 이스라엘을 지칭한 말로 해석된다.
군사고문 레자이도 “헤즈볼라는 전쟁에서 큰 희생을 치른 우리 동맹으로, 우리는 헤즈볼라를 지지하고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확고히 이행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향해 레바논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국방정보국은 이스라엘이 이란 협상에 관여한 미 관계자들을 전방위적으로 도청해왔다고 보고 이스라엘의 방첩 위협을 ‘높음’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높이는 등,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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