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역사 가진 호시노리조트, 지역 소멸 맞서다 [스페셜리포트]
호시노리조트는 어떤 회사
111년 역사…지역 소멸 맞서다
이 회사가 지금의 위상을 얻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4대째 가업을 잇게 된 호시노 요시하루(星野佳路) 대표가 취임(1991년)하면서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경영 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수시로 마찰을 빚었다. 결국 회사를 나와 잠시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회사에 위기가 왔다. 1980년대 후반부터 버블 경제로 일본 전국에 호시노리조트의 강력한 경쟁자가 다수 나왔다. 시설이 낡은 데다 차별점이 약해 존립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아버지는 호시노 대표를 다시 불러들였다.
회사 복귀 후 그가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안이했던 가족 경영 폐해를 끊고, 특권을 누리던 친인척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
그는 일본 호텔 시장의 비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료칸의 운영 방식을 혁신했다. 2001년 야마나시의 ‘리조나레 야쓰가타케’를 시작으로 후쿠시마 ‘반다이산 온천 호텔’, 홋카이도 ‘토마무 리조트’ 등 파산 직전의 시설들을 연이어 부활시키는 일명, ‘호시노 방식’이다.
2005년에는 가업이었던 료칸을 ‘호시노야’라는 럭셔리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그 밖에 온천 료칸 ‘카이’, 컨트리사이드 리조트 ‘리조나레’, 도심 관광호텔 ‘오모’, 자유로운 감성의 호텔 ‘베브’ 등 5개 브랜드를 통해 국내외 70여개 시설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창업 111주년으로 ‘OMO5 도쿄 고탄다’ ‘OMO7 고치’ ‘카이 아키우’ 등 새로운 시설을 계속 선보였다. 인도네시아 발리, 대만, 미국 하와이, 괌 등 해외 지점도 늘리고 있다. 일본 도쿄 본사에서 기자를 만난 호시노 대표는 일본에서도 유례없이 빠른 성장을 하게 된 비결로 3가지 혁신을 꼽았다.


‘플랫한’ 조직 문화 구축
호시노리조트 차별점은 인사(HR) 전략, 즉 조직문화다.
호시노 대표는 “경영자가 혼자 내리는 판단”은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지만, 크게 실패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조직의 안정적인 힘은 ‘건전한 토론’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직급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내기 쉬운 문화를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미국의 켄 블랜차드의 ‘임파워먼트(위임)’ 이론에서 영감을 받았다. 켄 블랜차드는 단순히 권한을 넘기는 ‘방임’이 아니라,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고객 만족처럼 명확한 가치와 목표(경계)를 설정한 뒤 직원들이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한 ‘역량평가(Competency Evaluation)’는 단기 성과(Performance)가 아닌,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잠재적 능력(Competency)을 평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는 이런 문화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높은 사람 신호’ 없애기부터 시작했다. 리더는 의사결정 ‘역할’을 부여받았을 뿐, ‘높은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이 조직 전체에 공유될 때, 비로소 수평적인 문화가 뿌리내린다고 판단했다. 이 철학 아래 사장실과 임원 특전을 없앴다. 그랬더니 스스럼없이 의견을 내는 문화가 정착됐다.
여기에 더해 의사결정권자를 ‘입후보 제도’로 선발하는 인사 정책도 눈길을 끈다. 회사가 관리자를 임명하는 게 아니라 특정 프로젝트를 이끌고 싶은 이라면 스스로 손을 들 수 있는 제도다. 연 2회 입후보할 수 있는데 5000여명 직원 중 적을 때는 40명, 많을 때는 70여명씩 지원한다. ‘왜 본인이 관리자 위치에 올라야 하는지’ 스스로 의지와 비전을 발표하면 해당 구성원들의 반응을 적극 반영해 회사가 최종적으로 리더를 뽑는 방식이다.
혁신 2. 현장 목소리 중시
외부 컨설팅 의존 안 해
호시노리조트는 신규 사업을 구상할 때, 외부 컨설팅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다. 호시노 대표는 “외부 컨설팅 회사가 내놓는 답은 경쟁사도 똑같이 얻을 수 있다”며 “경영자는 상품·서비스의 코모디티화(Commodity: 평범하고 흔한 것으로 변하는 것)를 경계해야 하는데 그 답은 내부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시노리조트의 수많은 지역 재생 프로젝트 아이디어는 모두 현장 직원에게서 나왔다. 그는 “그 지역의 진정한 매력은 지역에서 생활하며, 시설에서 매일 일하는 직원만이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직원이 스스로 고객이 돼 시설을 체험하고, 지역을 구석구석 탐방해 얻은 생생한 정보와 직감이 사업 성공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이는 외부 데이터의 객관성보다 조직 내부의 집단 지성과 주체적인 판단을 더 신뢰하는 그의 경영 철학을 명확히 보여준다.

자산 경량화 전략으로 빠른 확장
호시노리조트는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다. 리조트나 호텔 투자자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호시노리조트는 운영에만 전념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소유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부채도 늘지 않는 ‘에셋 라이트(Asset Light)’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호시노 대표 설명이다.
이런 사업 모델은 부동산 투자자와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호시노 대표는 “이를 위해 리츠와 손잡게 됐다”고 했다. 리츠는 주식 시장을 통해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집할 수 있어 빠른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또한 배당 등 요건만 충족하면 장기 보유에 적합하다.
2013년, 호시노리조트는 도쿄 증권 거래소에 호시노 리조트 REIT(부동산 투자 신탁)를 상장시켰다. 이 상품은 성장하는 관광 산업에 투자하고 싶은 기관·개인 투자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일본 리츠(REIT) 시장 최초의 관광 특화형 상품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2025년 10월 기준 호시노리조트 73개 시설 중 23곳이 이 리츠 소유다.
호시노 대표는 “운영 회사인 호시노 리조트와 소유자인 투자자가 단기 실적에 과도하게 좌우되지 않고, ‘자산 가치의 장기적 극대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호시노 방식’은 진화 중
이런 성공 방정식은 일본을 넘어 세계로 확산 중이다. 회사 측은 “호시노리조트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성장 전략이 아니라, ‘호시노리조트식 경영’의 보편성을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와이 ‘더 서프잭 호텔&스윔 클럽’이 대표 사례다. 와이키키 해변 근처에 위치한 부티크 호텔로 ‘Wish You Were Here!’라는 메시지가 그려진 수영장과 함께 레트로 감성으로 잘 알려졌다. 호시노는 이곳을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커뮤니티 허브로 만들고, 하와이 특유의 ‘오하나(가족)’ 문화를 도입, 친근한 서비스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괌에서 운영하는 리조나레 괌은 공항에서 10분 거리로 접근성이 좋다. 괌 최대 규모의 워터파크 등 하드웨어 경쟁력 외 호시노리조트가 운영을 맡으면서 비치 클럽, 올데이 다이닝 등 괌 지역 문화를 반영한 새로운 서비스를 접목해 예약률을 끌어올렸다.
한편 ‘현지 문화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호시노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은 같다”고 말한다. 그는 어디를 가든 지역 고유의 매력을 발견해 세상에 없는 콘셉트로 재창조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통해 현지 직원이 주체적으로 시설의 매력을 높여가는 ‘호시노리조트 경영 시스템’이 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시노리조트는 미국 뉴욕 근교의 온천 료칸 개발을 추진하는 등 일본식 ‘오모테나시(환대)’의 수출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시노리조트 어디까지 진화
100년 후에도 존속 가능 경영 구축 중
호시노 대표는 눈앞의 이익을 넘어 “100년 후에도 존속하는 경영”을 목표로 내세웠다. 단순히 장수 기업을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예측 불가능한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을 찾을 능력을 가진 유연한 조직을 구축하겠다는 결의다. 그가 꿈꾸는 지속 가능성은 경영 시스템 곳곳에 녹아 있다. 호텔이라는 하드웨어를 넘어 사람, 문화, 그리고 자본이 가장 이상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강력한 생태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도쿄 =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4호 (2025.11.12~1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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