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혐의 인정 황의조 "합의하겠다", 피해자 "가능성 0%"

김화빈 2024. 10. 1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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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불법촬영 혐의 첫 공판, 검찰 '징역 4년' 구형... 황씨 측 "축구 발전 기여, 선처 부탁"

[김화빈 기자]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4.10.16 [공동취재]
ⓒ 연합뉴스
그간 불법촬영을 부인하며 피해자의 직업 등이 담긴 입장문도 발표했던 축구선수 황의조씨 측이 첫 재판에서 돌연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피해자와의 합의 의사를 내비쳤다. 검찰은 "반성을 하는지 의문"이라며 징역 4년을 구형했고, 피해자 2명 중 1명 측은 합의에 응하지 않겠단 의사를 밝히며 "집행유예로 선처해서는 안 된다"고 탄원했다.

검찰은 1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이용제 판사) 심리로 열린 황씨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1심 첫 공판에서 ▲ 징역 4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 5년간의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상처와 수치심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이고, (영상이) 유포돼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황씨는) 지금 공소사실을 인정하나 재판에 이르기 전까지 부인해 왔기 때문에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반성을 하는 건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씨 측 "금메달 획득,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

흰 셔츠에 검은 정장 차림을 한 황씨는 재판 내내 두 손을 모으고 정면을 응시했다. 검사가 자신의 공소사실을 말할 땐 잠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간 "(불법촬영 영상이) 피해자와 합의된 영상"이라고 주장했던 황씨는 목이 메인 채 입술을 이따금 깨물며 준비한 최후진술을 읽었다.

황씨는 "제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드린다"며 "저를 아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 축구 팬들께도 제 잘못된 처신으로 실망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용서받지 못한 피해자분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앞으로 최선 다할 것"이라며 "이번 일 거울삼아 앞으로 어떤 잘못도 하지 않고 축구선수로서 최선을 다하여 살도록 하겠다. 이번에 한해 최대한 선처해 주실 것을 간절히 청한다"고 말했다.

황씨 측 변호인 또한 "억울한 마음에 다투긴 했지만, 재판 전에 (혐의를) 인정했다"며 "피고인이 축구선수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아시안컵 금메달 획득 등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상당히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용서받지 못한 피해자와 최대한의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라며 "아직 젊은 피고인(황씨)이 축구선수로서 다시 한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 "1년간 2차가해로 압박, 엄벌해야"
 축구선수 황의조씨의 불법촬영 혐의 피해자 측 이은의 변호사가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결심공판 후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황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선고 날짜는 12월 18일이다.
ⓒ 김화빈
그러나 피해자 측은 "합의할 확률은 0%"라고 잘라 말했다. 재판부에는 "피해자는 범죄 피해와 2차가해에 맞서 싸워왔는데, '집행유예로 선처하실지 말지'는 법원으로 공이 넘어왔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 2명 중 1명을 대리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재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피고인(황씨)은 지난 1년 동안 피해자의 직업·연령 등 신상정보를 흘려가며 압박·회유하면서 오히려 피해자가 거짓말한 것처럼 얘기해 왔다"며 "그런데 이 자리에 와서 선처를 구하는데 그냥 재판부에 '나 좀 봐달라'라는 것"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인(황씨)은 유명 국가대표 축구선수라는 이유로 그간 특혜를 받았다"며 "피해자가 작년 7월 말에 처벌해달라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는데 경찰에선 4개월이 지나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 단계에선 6개월 가까이 기소도 안 됐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사이) 피해자는 너덜너덜해졌지만 싸우지 않으면 변화가 없기에 피, 땀, 눈물 위에 서서 용기를 냈다"라며 "(재판부는 황씨에게) 축구로 국위선양을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불법촬영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피고인·피해자·국민께 선고로 보여주셔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12월 18일 진행된다. 재판부는 '아직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 한 명과 합의할 시간 여유가 필요하다'는 황씨 측 입장을 수용해 선고기일을 잡았다.

황씨는 2022년 6월~9월 4차례에 걸쳐서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황씨의 형수 A씨가 지난해 5월 소셜미디어 등에 황씨의 성관계 영상을 올리며 불거졌다. 이후 해당 영상에 나오는 여성들이 황씨를 고소하면서 황씨는 A씨의 영상 유포로 인한 피해자이자 해당 영상을 불법촬영한 혐의의 피고인이 됐다.

황씨와 피해자를 불법촬영 영상유포 등으로 협박한 형수 A씨는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4.10.16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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