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 내건 삼성전자…그래도 희망은 있다

전효성 기자 2024. 10. 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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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앵커>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은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내걸기도 했죠.

일각에서는 위기를 타개할 조직개편의 가능성도 언급되기 시작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산업부 전효성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전 기자, 위기론이 부각되기 시작한 3분기 잠정 실적부터 간략히 짚어주시죠.

<기자>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9조원, 9조 1000억원입니다. 매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인 10조원을 하회했습니다.

당초 증권가의 영업익 전망치는 14조원 수준이었는데 D램 업황이 꺾일 조짐에 눈높이를 크게 낮췄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평가가 나온거죠.

다만 몰락의 길을 걷는 인텔의 매출이 2년 전과 비교해 16% 감소한 것과는 달리, 삼성전자는 매출 만큼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는 반전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앵커>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날 전영현 부회장의 사과문이 나왔고, 이후 반도체 부문에 대한 경영진단에 돌입한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기자> 삼성그룹의 경영진단은 일반적인 감사보다는 강도 높은 조사로 알려져있습니다. 문제점을 찾는데서 그치는게 아니라 근본적인 사업 전략까지 되짚어보는 거죠.

삼성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반도체 부문 수장의 사과문까지 나온 상황에서 조직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입니다. 반도체 사업이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임원급 직원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직 비효율은 불가피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전체적인 고령화 현상도 이슈로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20대 직원 비중이 전체의 55%에 달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27% 수준까지 비중이 줄었습니다. 반면 40대 직원 비중은 30.4%를 차지하며 조직 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전 부회장은 사과문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 '치열한 토론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관리직 비중을 줄이고 젊은층 수혈은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앵커> 반도체 주도권을 잃은 상황에서 외양간 고치기에 들어간 셈인데, 과거 경영진단에서는 성과가 있었습니까? 이를 둘러싼 조직 내부의 분위기도 궁금합니다.

<기자> 2020년대 들어서 3차례 정도의 경영진단이 있었습니다. 2021년과 2022년에 휴대폰 사업, 2022년에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경영진단이 있었습니다.

휴대폰 성능 저하 이슈가 불거지거나, 막대한 투자에도 파운드리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부침을 겪을 때 경영진단이 이어졌죠. 다만,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록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휴대폰에서 애플과 중국 기업을 따돌렸다고 말하기 어렵고, 파운드리도 여전히 TSMC에 점유율을 빼앗기는 상황이죠.

삼성 직원들이 모여있는 직장인 커뮤니티 글에서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털기 위한 수순'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습니다. 이번 경영진단이 진정한 대전환으로 이어지려면 전 부회장이 언급한 '치열한 토론'이 경영진단 때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한 삼성 고위관계자와 오늘 얘기를 나눠봤는데 "직원들의 자부심과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과거에는 눈여겨보지 않던 기업이나 외국계 반도체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층이 많아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앵커> 전반적인 조직 사기부터 끌어올리는게 급선무로 보입니다. 복합 위기에 놓인 삼성전자에 대해 그래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비춰질 만한 것은 없을까요?

<기자>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3년 5개월간 96차례 법원을 오가는 동안 경영 공백은 불가피했거든요.

하지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고, 최근 2심이 시작됐는데 무죄 판결을 뒤집기 어렵다는게 법조계 관측입니다. 변수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문제(외감법)에 검찰과 변호인단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외감법은 유죄가 나와도 징역형까지는 나오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이 회장은 소문이 무성하던 파운드리 분사설에 대해 '분사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오너 경영인이기에 사업 방향에 대해 확실한 메시지를 낼 수 있었죠.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되면 확실한 그룹 진두지휘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과거 미래전략실의 역할인 그룹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계열사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컨트롤타워 부재가 위기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래전략실이 사법 리스크와 연관돼 있어 삼성 입장에서 이를 부활시키기도 부담스러웠죠.

삼성 윤리경영을 지휘하는 준법감시위원회는 컨트롤 타워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는 동안에는 부활이 쉽지 않음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내년 초면 매듭이 지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룹을 총괄할 조직의 부활도 머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결국 남은건 위기론을 초래한 반도체에서의 근본적 경쟁력 확보 문제겠습니다.

<기자>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1차 공급사 SK하이닉스, 2차 공급사 마이크론, 현재 삼성전자는 3차 공급사입니다.

5세대 HBM(3E)에서 이미 밀린 만큼 삼성전자는 6세대에 기술력을 집중하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생산력이 경쟁사보다 월등한데다 자체 파운드리도 갖추고 있는 점이 구조적 강점입니다. 만약 6세대 HBM에서 엔비디아에 발빠른 납품을 성공한다면 HBM과 파운드리가 함께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오늘 오후 삼성에 대한 소소한 긍정적 내용이 하나 발표됐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평가기관의 조사 결과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1008억 달러로 세계 5위 수준이라는 내용입니다. 1년 전보다는 브랜드 가치가 10% 정도 높아졌고, 4년 전과 비교해서는 62% 성장했습니다.

삼성의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삼성을 향한 세계의 눈높이는 여전히 높은 셈입니다. 한차례 삐끗한 반도체에서 기술력으로 입증한다면 떠나간 외국인 투자자도 돌아올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초격차에서 추격자가 된 삼성전자, 체질 개선을 통해 반전을 쓸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의 메시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건희 / 삼성 선대회장: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농담이 아니야.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봐.]
전효성 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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