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러니 안 늙지"…이 가을 도파민·엔도르핀 완충법 [건강한 가족]

이민영 2024. 9. 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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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달리기 입문 가이드

마라톤 같은 고강도, 심장에 부담
살짝 숨찰 듯 말 듯해야 무리 없어
힘줄 회복 위해 이틀은 쉬어야


숨차고 빠르게 뛰어야만 달리기의 건강 효과가 나타날까. 그렇지 않다. 달리기를 향한 이런 오해는 40대 이상 중장년 달리기 입문자에게 걱정과 두려움을 먼저 안긴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지치게 한다. 중장년에게 달리기는 눈앞에 닥친 노화에 대처하는 효율적인 투자다. ‘내 체력으론 못 버텨’ ‘무릎이 아플 거야’라는 생각에 망설이고 포기하기에 이른다. 올가을, 건강을 위한 셀프 처방으로 달리기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중장년 입문자를 위한 달리기 전략을 살펴본다.


혼밥 잦고 외로울 때 답


가을엔 유독 잠이 많아지고 탄수화물이 당긴다. 일조량이 감소한 환경에 신체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무기력과 우울감이 찾아온다. 일조량이 적어지면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분비가 저하된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은 우울증 발병과 연관이 높다. 또 체내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지면 식욕이 증가한다. 이런 계절적 환경에는 달리기가 제격이다. 엔도르핀·도파민·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많아져 기분 조절에 도움된다. 혼밥을 자주 하는 사람도 달리기를 친구 삼을 만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성인 1만4093명을 대상으로 ‘혼밥과 우울증의 상관성’을 분석했더니 저녁 식사를 혼자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1.4배 높았다(대한가정의학회지, 2021). 다만 저녁을 혼자 먹더라도 규칙적으로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의 우울증 위험은 가족과 함께 먹는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노화 대비 탁월한 투자처


달리기가 유산소 운동의 대표 격으로 불리는 건 시간 대비 효과가 뛰어나서다.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 기능을 좋게 하려면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60~70%인 중간 강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이 효율이 높다. 중간 강도에서는 운동을 무리 없이 꾸준히 한다. 이때 따라오는 달리기의 건강 효과는 자연스럽게 전신 근육을 자극하고 몸의 중심인 코어 근육을 잡아준다는 것이다. 50세부터는 매년 근육량이 감소하고 노쇠로 이어지는데, 이에 대비할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생각하고 기억하고 배우는 능력을 꽃피우는 데도 기여한다. 나이 들면 줄어드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분비를 촉진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어서다. BDNF는 기억·학습과 관련 있는 해마에서 분비된다. BDNF 감소는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과 연관이 있다.

걷기·달리기 반복해 체력 먼저


많은 초보자가 초반에 너무 빠르게 멀리 달리려고 하다가 지친다. 처음에는 체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 일정 구간을 달리고, 그 사이사이에 걷는 식으로 달리기 강도를 조절하는 인터벌 훈련으로 폐활량을 증가시키면 체력이 키워진다. 1분 달리기 후 2분 걷기식으로 20~30분 동안 진행하면서 달리기 시간을 조금씩 늘려 본다. 인터벌 훈련으로 운동 강도를 서서히 높이면 체력이 부족해도 부상 없이 운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러닝머신에서 뛰면 시간, 속도, 칼로리 소모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달리기 기록을 관리하는 데 수월하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훈련을 세밀하게 설정하기 편하다.

살짝 숨찰 듯 말 듯한 강도로


마라톤 같은 고강도 달리기는 40세 이상 중장년층의 심장에 부담을 주기 쉽다. 중간 강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달리기가 ‘운동 유발성 고혈압’을 일으켜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지난 6월 ‘임상의학저널’에 발표됐다. 연구를 진행한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경민 교수는 “40세가 넘으면 마라톤을 즐기기에 앞서 자기 신체 능력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마라톤을 하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운동 혈압을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거나 젊었을 때를 기준으로 속도나 거리에 욕심 내면 다칠 수 있다. 살짝 숨이 찰 듯 말 듯한 강도로 운동하는 게 지속할 수 있고 무리 없다. 운동 후 큰 피로감을 남기지 않는다. 달리며 느끼는 만족감을 뜻하는 ‘러너스 하이’는 빠르고 오래 달려야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현상은 뇌에서 엔도르핀이나 엔도카나비노이드와 같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화학 물질이 분비될 때 발생한다. 달리기 속도나 거리보다는 일정한 운동 강도와 지속성이 더 영향을 미친다.

무릎 약하면 잔디·흙길·평지로


무릎이 약한 사람에게도 가벼운 달리기는 관절을 튼튼하게 만든다. 무릎이 약한 이유는 주로 무릎 뼈를 지지하는 근육·힘줄이 약해져 관절이 충격을 그대로 받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적당한 강도로 하면 무릎 주변의 근육과 힘줄이 미세한 손상을 입고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더 강해진다. 중요한 건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다. 단단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급경사는 피해야 한다. 대신 잔디밭이나 흙길처럼 충격을 덜 받는 길에서 달리기를 권한다. 달릴 때는 발을 가볍게 디뎌 쿵쿵 소리가 나지 않는 게 좋다. 운동 후 휴식도 중요하다. 하루 달렸으면 이틀은 쉬어야 한다. 근육은 하루 쉬면 회복되지만 힘줄은 더 천천히 재생된다. 힘줄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달리면 염증이 덧난다. 무릎 주위 대퇴사두근을 강화하는 운동을 미리 해 두면 달릴 때 무릎을 더 잘 지지해 안전하고 부드럽게 달리게 된다. 러닝머신 바닥엔 쿠션 기능이 있어 관절에 무리를 덜어 준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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