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시대 HD현대 과제...부진한 정유·건설기계 정상화 [스페셜리포트]
3. 부진한 정유·건설기계 정상화
오일뱅크·건설기계 실적 회복 급선무
HD현대의 3대축은 조선·정유·건설기계다. 잘나가는 조선과 달리 정유, 건설기계 부문 실적은 다소 부진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 2분기 매출 6조5417억원, 영업손실 24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은 1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정제마진 하락과 환율 불안정,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이 영향이 미쳤다. 지난해 상반기 378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점을 고려하면 실적이 크게 쪼그라든 셈이다.
그나마 3분기는 정제마진 상승으로 정유 부문 실적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 10월 22일 배럴당 13달러를 돌파, 20개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제마진 회복, 윤활유 시장 강세로 HD현대오일뱅크가 3분기 1556억원 영업이익을 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석유화학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석유화학 업체 HD현대케미칼을 운영 중이다. 석유화학은 중국발 공급 과잉 사태로 시장이 완전히 붕괴됐다.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 지원 조건으로 업계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못을 박았다. 정부 요구에 맞춰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을 통한 운영 효율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케미칼 구조조정을 위해 계열사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케미칼의 지분을 줄여 연결 기준 재무제표에 잡히는 재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지분, 인력 분할 등 민감한 주제가 많아 두 회사가 만족할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석화 업계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가 최대한 빠른 자구책을 마련, 연말 정부·산업은행·채권단이 발표할 석화 업계 지원안 대상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적이 부진한 건설기계 사업 정상화도 시급하다.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적자까진 아니지만, 지난해부터 실적이 감소세다. 2024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매출·영업이익이 2023년 대비 각각 11.1%, 40.3% 줄었다. 해가 바뀌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올 1분기 매출·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곡선을 그린다. 글로벌 수요 부진이 나아지지 않은 탓이다. 2분기에는 매출이 소폭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하락했다. HD현대는 건설기계 부진 해법을 ‘신시장 개척’으로 잡았다. 인도, 브라질, 호주 시장을 적극 개척할 계획이다. 성과는 조금씩 나타나는 중이다. 하락세를 보이던 매출이 올 2분기 상승한 것도 신시장 개척으로 인한 성과라는 평가다.

IPO 대신 계열사 합병…성과 낼까
HD현대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 7월 건설기계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안이 이사회를 통과했다. 이어 8월에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간 합병에 대한 안건도 의결됐다. 그동안 계열사 상장(IPO)에 집중하던 모습과 달리, 합병과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주는 모양새다. 원인은 상법개정안이다. 국회에서 3% 룰, 집중투표제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됐다. 정부, 여당은 ‘더 센 상법개정법’과 자본시장법 개정까지 추진 중이다.
상법개정안은 소액주주 이익 보호가 핵심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된다. 이사는 모든 주주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해야 할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HD현대는 그간 중복상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례로 지난해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다만 모회사인 HD현대 주가가 상승하면서 이러한 시장의 우려는 일축됐지만 올해 HD현대로보틱스 상장설이 돌자 일부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HD현대가 IPO 중심에서 합병 전략으로 돌아선 이유다.
5. SMR·로봇 신성장동력 확보
정부 SMR 지원 방안 변수
정기선 회장에 주어진 마지막 과제는 신성장동력 확보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로봇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SMR은 AI 시대를 맞아 핵심 전력원으로 각광받는 에너지 발전소다. 지난 6월 HD현대의 부유식 SMR 개념설계가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기본 인증(AIP)을 받았다. AIP는 특정 설계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술적 결함이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이 함께 설계한 부유식 SMR은 해상에서 전력을 생산해 연안·도서 지역에 공급하는 ‘바다 위 발전소’다. 육지에 원전을 짓는 것과 비교하면 부지 선정이 자유롭고, 주민 거부감도 적다. HD현대는 미국 테라파워와 협력을 통해 SMR 주요 기자재, 공급망 구축에도 나섰다. 향후 부유식 발전설비, 해상 에너지 허브, 탄소중립 항만 등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과제도 뚜렷하다. SMR 지원을 약속했던 이재명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취해서다. SMR이 도입되려면 원자로 시설의 구조, 설비, 성능 등 기존 법규에 규정된 내용을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관련 법규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은 전무하다. 기껏 기술을 마련해놓고도 규제에 막혀 실용화가 막힐 수 있다. 법적 리스크 대응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HD현대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로봇 분야 개척에도 전력을 기울인다. 최근 HD현대로보틱스는 18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확정 지었다. 정기선 회장 체제서 유치한 로봇 분야 첫 대규모 투자다. HD현대로보틱스는 국내 로봇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산업용 로봇에서 타 업체 대비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단순 로봇을 넘어 AI를 접목한 ‘피지컬 AI’ 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작업 환경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는 목표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2호 (2025.10.2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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