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사외이사’…구현모 KT 전 대표 연봉 5억도 슬그머니 올려줬다

남궁경 2023. 3. 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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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보위 평가 결과, 이사회가 뒤집기..."불법은 아니지만, 정상은 아니야"
구현모 보수 5억원 가량 상승..."연임 도전 긍정 요인 됐을 것"
KT 이스트 빌딩 전경.ⓒKT

KT 이사회가 구현모 현 대표의 인사평가 결과를 높이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 내부 대표이사 경영 평가를 하기 위해 마련된 조직의 결과를 이사회가 직접나서 뒤집었다.


14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KT이사회는 지난 2021년 말 평가·보상위원회(평보위)에서 이뤄진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 인사평가 결과를 무시하고 새로운 인사평가 결과를 만들었다. 그 결과 구현모 대표는 전년 대비 5억원 가량 높은 연봉을 수령하고 연임 과정에 이득이 되는 평가 결과표를 얻었다.


사건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평보위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으로 인한 검찰 수사 ▲'10기가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 등을 이유로 구현모 대표의 인사 평가 결과를 낮게 책정했다. 구현모 대표가 전년도에 좋은 경영 실적을 달성하긴 했으나, 대표이사로서 회사 이미지에 피해를 끼친 점을 고려했다.


평보위의 대표이사 인사 평가 결과를 받은 일부 사외이사들은 반발했다. 구현모 대표 보수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이강철 당시 사외이사는 "평보위 결과가 이해 안 된다"며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것을 이사회에 제안했고, 당시 이사회 의장과 평보위 위원을 맡은 유희열 이사는 이를 수락했다.


이후 KT이사회는 지난해 3월 8일 '2021년도 대표이사 경영목표 평가결과'를 위한 회의를 열고 대표이사 평가 결과를 확정했다. 사외이사 8명 중 5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지금의 구 대표 인사 평가 결과가 탄생했다.


최종적으로 구현모 대표가 2021년 수령한 연봉은 급여 5억5600만원·상여 9억4600만원·기타 근로소득 2000만원 등 총 15억2200만원. 취임 첫해(2020년) 받은 9억9700만원(급여 5억2700만원·상여금4억5800만원)보다 5억2200만원 많은 수준이다.


사외 이사의 노력으로 탄생한 구현모 대표의 2021년 경영 평가 성적은 구 대표 연임 도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표이사 연임 과정에서 가장 고평가 받는 부분은 평보위가 만든 경영평가표다. 만약 2021년 경영성과 점수가 '미흡'으로 나왔다면 구현모 대표 연임 도전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전문가는 "연임 과정에서 해당 평가표가 안 좋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으니, 이를 염두하고 작업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든다"라고 말했다.


평보위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KT 대표이사의 경영목표를 평가해 대표이사 보수 기준 및 지급 방법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통상적으로 평보위에서 정한 인사평가 결과는 별다른 잡음 없이 전체 이사회 의결을 받고 확정된다. KT사외이사 일부가 평보위 결과를 뒤집은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밀실 담합, 이권카르텔" 지적을 받을 만 하다고 평가한다.


KT 측은 "이사회 규정에 따라 진행된 사안"이라며 "절차상 문제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는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절차상 문제는 없으나, 평보위에서 낸 결과를 이사회에서 뒤집은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면서 "평보위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라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평가 근거가 분명했더라면, 평보위 소속 의원들도 해당 안건에 찬성하지 않았겠냐"면서 "이사회의 근거가 부족했기 떄문에 평보위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것"이라 말했다.


이강철 전 사외이사는 "구현모 대표가 낸 (경영) 실적도 좋았고 주가도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나쁜 점수가 나와서 새로 이야기해보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희열 사외이사는 데일리안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KT는 이달 31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의 건 ▲제41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재선임(강충구 이사회 의장·여은정·표현명) 등 4개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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