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찾은 삼성·LG전자…디자인·빌트인으로 유럽 겨눴다

김수민 2026. 4. 2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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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6'에 참가했다. 삼성전자 부스에 설치된 갤럭시 폴더블폰으로 구성된 아트월에서 관람객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수민 기자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6’의 주방가전·가구 전시회 ‘유로쿠치나’에 마련된 LG전자 부스의 식기세척기에는 ‘AI 센스클린’ 기능이 탑재됐다. 마치 “오늘은 좀 기름진 식사를 하셨나봐요?”라고 묻듯 인공지능(AI)이 센서로 식기의 오염도를 실시간 분석해 물 온도와 세제량을 조절하는 32개 맞춤 코스를 제안한다. 세척 중에는 바닥에 불빛을 띄워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기능도 적용됐다. 똑똑한 가전이 가구처럼 공간 속으로 스며든 장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디자인과 AI’의 결합을 각자의 방식으로 구체화했다. 전 세계 190여개국, 220여 개 브랜드가 참가하고 40만여 명이 찾는 세계 최대 디자인·가구 박람회 현장에서다.

LG전자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현지시간 20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6’의 주방가전·가구 박람회 ‘유로쿠치나’에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의 빌트인 가전 라인업을 선보인다. 사진은 바닥에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빌트인형 식기세척기. 김수민 기자


LG전자, 가전 넘은 ‘공간 솔루션’


우선 LG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빌트인 라인업을 공개했다. 전시 공간은 지난 2024년 대비 2배 이상 넓혀 약 840㎡(약 254평) 규모로 조성됐고, 전시 제품 수도 약 20% 늘어났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이날 부스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제는 제품을 넘어 공간 솔루션을 파는 것이 지향점”이라며 “빌트인을 가사 노동이 사라지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말했다. 가전이 고정된 위치에서 데이터를 알뜰히 수집할 수 있고, ‘씽큐(ThinQ)’ 앱을 통해 기기들을 유기적으로 연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전이 도구를 넘어 집이라는 시스템의 인프라로 녹아들 때, AI가 사용자의 개입없이 가사 업무를 수행하는 완벽한 바탕이 마련된다는 분석인 셈이다.

LG전자가 2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6'에 참가했다. 백승태 LG전자 생활가전사업본부장(부사장)은 “이제는 제품을 넘어 공간 솔루션을 파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했다. 사진 LG전자

실제로 빌트인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빌트인 가전 시장은 약 645억 달러(약 93조원) 규모로, 일반 가전(연 4~5%)보다 빠른 성장세(연 7.8%)를 보이고 있다. 특히 건축업체(빌더)가 가전을 일괄 선택하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는 한 번 채택되면 유지 보수와 재구매로 이어지는 ‘손 큰 단골’이 형성된다. 이에 백 본부장은 “빌더수를 2배 늘리고 관련 매출도 전년대비 2배 성장을 목표한다”며 “실제로 유럽시장이 올 1분기 전년 대비 80% 이상 성장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빌트인 특성에 맞춘 세밀한 기술력도 강조됐다. 문을 최대 각도로 열어도 옆 벽에 부딪히지 않는 정교한 힌지 구조, 500원짜리 동전 두 개 두께에 불과한 약 4㎜ 간격만으로 설치할 수 있는 정밀 설계 등이 대표적이다. 김수연 LG전자 HS디자인연구소장(상무)은 “기존에 쌓아온 디자인 전통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간결한 디자인, 친환경 소재를 기반으로 오래 사용해도 심미적 가치가 유지되는 제품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백 부사장 역시 “밀레, 보쉬, 지멘스 등 전통 브랜드는 물론 비앤비, 페로, 리빙디바니 등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를 살피며 가전과 가구가 어떻게 접목될 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AI로 완성한 ‘초개인화 공간’


삼성전자가 2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6'에 참가했다. 삼성전자 부스를 관람하기 위해 길게 방문객들이 긴 줄을 서 있다. 김수민 기자
삼성전자도 장외 전시 푸오리살로네 내 ‘수퍼스튜디오 피유’에 ‘디자인은 사랑의 표현’을 주제로 몰입형 전시관을 꾸렸다. 개막 이후 수천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관람객들이 셀피(셀카)를 찍으려 줄을 서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이곳에서는 AI 기술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파티가 시작되면 평소 닫혀있던 냉장고가 식탁처럼 변신해 공간의 기능을 바꾸고, 액자형 가전은 AI가 고흐의 화풍으로 그린 ‘내 얼굴 자화상’을 띄운다. 웨어러블 기기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그날의 옷차림을 제안하는 등 초개인화된 ‘웰니스(건강·생활 관리)’ 경험도 전면에 내세웠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등 개인 기기뿐 아니라 거실과 주방 등 생활 공간 전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개념인 셈이다.

홍유진 삼성전자 CDO 디자인전략팀장(부사장)이 인간의 다양성을 구현한 아트월 앞에서 삼성전자의 인간 중심 디자인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수민 기자

홍유진 삼성전자 디자인전략팀장(부사장)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함으로써 디자인 차별화를 이뤄내고자 한다”며 “가장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어 “제품 간 연결성을 강화해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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